brunch

누수 문제에 대처하는 임대인의 자세(1)

집수리_누수 해결사례

by 김윤섭

"세입자인데, ○○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가장 성가신 ○○가 뭘까? 물론 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누수다. 집이 무너지거나 화재 등 큰 사고가 아닌 이상 누수만큼 골치 아픈 일은 없는 것 같다. 누수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있다.

그래서 경매 임장 때도 외벽 크랙은 없는지, 탑층이면 옥상 누수는 없을지, 베란다 방수는 잘 되어 있는지 등을 신경 써서 본다. 하지만 집 매수 후 누수 문제는 그야말로 대책이 없다. 그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하나씩 대처해 갈 수밖에 없다. 처음에 멀쩡했던 집도 노후화, 구조상 취약점 등으로 인한 누수를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임대인의 영화를 누린 지(?) 벌써 5년이 지나, 지방이지만 동시에 임대하는 주택이 7-8채를 넘어간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말이 이런 경우일까. 물론 조용히 임대 수입 따박따박 들어올 때야 말할 나위 없이 좋지만... 소액경매 물건, 작고 노후화된 집이라서 그런지 누수 문제도 심심찮게 겪는다.


당황하지 말고 차근차근 접근하자

크고 작은 누수 문제를 대하다 보니 배운 게 있다. 처음에는 누수라는 말 자체에 놀라지만, 찬찬히 문제를 뜯어보면 간단히 해결 가능한 것도 많다는 점이다.


1. 자가 해결이 가능한 경우

가장 간단한 경우부터 보자. 싱크대 배수관이나 양변기 틈새에서 물이 새는 경우다. 배관이 잘 안 맞거나 양변기 바닥 주변 마감재가 노후화되어 아래로 물이 샐 때도 있다. 이럴 경우 배관을 교체하거나 방수재를 뿌리고, 백시멘트로 틈을 메워서 직접 간단하게 해결할 수도 있다.

노후 주택 등은 마감이 의외로 허름해서 바닥 틈새로 물이 들어가면 아래 콘크리트나 배관을 타고 물이 아래층으로 바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 아래에 방이 있어 천장이나 벽지 등이 손상되는 2차 피해가 생기면 더 심각하지만, 몇 건은 예행연습이었는지 이렇게 쉽게 누수 문제를 잡았다.


2. 업체를 불러야 하는 복합적 누수 문제

복합적 누수 문제는 그 후에 생겼다. 정식 누수 검사가 필요한 경우다. 이때부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큰 돈뭉치와의 싸움이다. 누수 검사에만 보통 30만원 내외, 수리까지 120-150만원 부르는 건 예사다. 뭐가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지...


첫 번째 사례: 견적의 함정을 피하다

이전에 방 2개짜리 빌라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임대준 집 아래층 집주인이라며 모르는 번호로 대뜸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천장 배관에 동굴 종유석처럼 오랜 누수로 시멘트 가루 같은 게 엉겨 붙은 채 옆으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사진이었다.

업자가 부른 견적은 180만원이었다. 누수 검사 비용에다가 문제를 잡고, 의심이 되는 화장실 바닥을 뜯어 방수공사도 새로 하고... 원래 지어진 태생이 허름한 집 자체 방수관련 부분을 죄다 뒤집어놓을 기세였다.

"뭘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우선 확실한 누수 부위부터 잡기로 했다. 그래서 아래층에서 부른 업자 말고 새로운 업체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관리업체에도 요청해 크로스 체크를 부탁했다.

관리업체에서 데려온 누수 관련업체에서는 화장실 바닥은 문제없고, 주방 싱크대 아래 배관이 노후화돼 그 연결 부위에서 물이 새는 게 확인된다고 했다. 그 부분 수리에 우선 중점을 두고 기존 누수 점검 업체에 문의하니 70만원 내외의 수리비를 요구했다. 싱크대가 좁아 뜯어내고 작업하는 데 다른 업체를 또 불러야 해서 돈이 더 든다는 것이었다.

다른 업체를 알아보니 싱크대가 좁긴 하지만 안 뜯고 작업 가능하며 배관만 교체하면 될 거라고 했다. 수리비도 30만원 내외로 좁혀졌다. 그런데 더 생각해 보니 그 배관은 보일러 연결 부위라 보일러 공식 A/S에서도 수리가 가능할 듯했고, 최종적으로 17만원 최소비용으로 수리를 마쳤다.

물론 지역 연고가 확실한 보일러 대리점 출장 기사라 더 세심하게 봐줬고, 이후 문제 재발 시 대처도 더 믿음직해 보였다. 공식 수리비용에 불편한 작업 환경을 감안해 약간의 비용을 더 줬을 뿐이다.


두 번째 사례: 업체의 생리를 파악하다

이렇게 쉽게 누수 문제를 잡을 수 있나 싶었는데 얼마 전 한 건이 제대로 걸렸다. 서산에 임대준 구옥 아파트 임차인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그 회사 직원이 살고 있는 집이었는데 누수가 되어 아랫집에서 연락이 왔다며 해결을 요청해 왔다.

연이어 관리소장도 전화를 했고, 보내준 사진을 보니 아랫집 천장이 누수로 얼룩져 있었다. 화장실 양변기 연결 수도 부분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동영상도 보내왔다.

더 청천벽력 같은 소리는 그 이후다. 관리소장이 데려온 누수 업체가 대략적인 점검을 했는데, 양변기 물 새는 정도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그 뒤편 방바닥 등도 젖어 있다는 것이었다. 복합적인 누수 검사에 수리까지 하려면 150만원은 들 것 같다는 업자의 선전포고(?)에 놀라 부리나케 자체 검색망을 돌리기 시작했다.

숨고 같은 전문가 중개 플랫폼에도 요청하고, 그 지역 누수 업체들에게도 문자를 돌려 해당 상황을 설명하고 견적을 받았다. 지역이나 업체별 차이는 있겠지만 그 결과 누수 수리 비용 관련 좀 더 자세한 기준을 알게 됐다.

누수 검사(바닥 뜯고 배관 교체 후 복구 등 일반적인 수리비용 포함)를 청음기 등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으면 40-50만원

가스 등 정밀 검사가 필요한 경우 70-80만원

그 외 누수 부위 수리 난이도나 추가 재료 등에 따라 120만원까지 가능


대개 업체들이 70-80만원을 불렀는데, 그중 70만원 견적(방수나 인테리어 마감재 비용 등은 별도)을 내준 업체에 의뢰해 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서 나름 누수 업체의 수익 방식과 생리를 알게 됐다. 견적 확인 후 다음 날 급하게 수리를 의뢰했는데, 업체에서 집에 도착해 누수 점검에 들어간다는 연락 이후 물 새는 양변기 사진과 함께 검사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진 등을 작업 증명이라도 하는 듯 이것저것 보내왔다.

그리고 작업 말미에 드디어 큰 게 왔다. 화장실 뒤편 방바닥을 뜯고 수도 배관을 파헤쳐 놓은 사진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 배관 설치 작업이 처음부터 어설프게 돼서 물이 새기 쉽다며 다 다시 하면 좋겠다는 등의 으름장도 놓았다. 그 추가 작업 비용도 처음 부른 견적만큼이나 만만찮았다. 직접적인 누수 원인이 아니라 판단되어 추가 수리는 하지 않았지만, 이때부터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배관 추가 수리를 하지 않으면 그냥 있는 그 상태에서 다시 배관을 잘 맞춘 뒤 그냥 방바닥 시멘트를 덮고 원상 복구하겠다고 업체에서 말한 것이다. "정말 배관 문제가 맞았나?" "그렇다면 어떻게 배관을 교체하거나 제대로 수리하지도 않고 다시 방바닥을 덮을 생각을 할까?"


(다음 편에서는 이 결말에 이어 급배수 누출손해와 임대인 배상책임 보험에 대해서도 다뤄보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연 수익률 50% 소액경매 원룸! 남해 보물섬에서 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