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경매사례#3
부산에 1천만원대 집이 있을까?
있다. 다만 대부분은 사람들이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곳에 있다.
부산에서도 언덕 위, 길이 비좁고 오래된 주택이 빼곡한 동네. 감천동, 동대신동, 재송동, 영도 같은 곳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이번 물건은 마을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시작이었다.
체감상 30~40도는 되어 보이는 오르막 계단을 끝까지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맨 꼭대기 빌라. 집까지 차량 진입이 불가했고, 앞 건물에 가려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빌라 4층 통창 밖을 보는 순간, 바다가 들어왔다.
옥상에 올라가니 더 선명해진 푸른 수평선.
산꼭대기 주택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풍경은 마치 감천문화마을을 연상케 했다. 그 끝자락 탁 트인 전망 너머 멀지만 쪽빛 바다가 펼쳐졌다.
“아, 이건 부산다운 집이다.”
게다가 도보권에 중앙공원이 있고, 공원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부산 바다 풍경은 그야말로 감탄 그 자체. 그 옆에는 부산시 중앙도서관까지 있었다.
‘책세권’과 여유로운 걷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꽤 매력적인 조합이었다.
운영 중인 부산역 인근 게스트하우스와도 멀지 않아, 훗날 한달살기 프로그램이나 세컨하우스형 숙소로 연계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최대 단점처럼 보였던 ‘가파른 언덕’이 오히려 희소성을 만드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덕분에 경매 가격도 최저가 807만원.
감정가 4,800만원의 17%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 정도면 한 번 승부를 걸어볼 만했다.
해당 지역의 최근 낙찰 데이터를 훑어봤다.
유사 주택의 경매 감정가 대비 추가 입찰가 비율은 대략 5%, 7%, 12%로 나뉘었다.
12%는 과했다.
1천만원대 유사 경매 건에서 누군가 600만원이나 더 써낸 ‘비이성적’ 입찰가였다.
7%는 직전 최저가를 웃도는 수준.
나는 5% 구간을 선택했다.
처음엔 150만원 정도만 더 쓰려했다.
보통 1천만원대 경매에서는 100~150만원 추가가 익숙한 단위였으니까.
하지만 이번 물건은 달랐다.
• 전용 평수 약 14평
• 소형 가족 거주 가능
• 인근 매매 시세 4~5천만원대
월세로 돌리면 최소 연 20~30%,
운영을 잘하면 40~50%까지도 계산이 나왔다.
게다가 원룸과 달리 매도 시 환금성도 더 낫다.
최종 목표는 단순했다.
1천만원 투자 → 1천만원 이상 매도 차익
100%를 넘어 이 건은 잘하면 수익률 200~300%도 바라볼 수 있었다.
입찰 상한선을 5%인 250만원으로 정했다.
법정 분위기를 보고 50~100만원 줄일 여지도 열어두었다.
입찰 마감 직전 법정에 들어섰다.
좌석이 거의 다 찼다. 체감상 100명 가까이.
“오늘 경쟁 치열하겠는데…”
내 입찰 번호는 79번.
입찰가 끝자리도 79였다.
괜히 느낌이 좋았다.
결국 최저가 807만원에 250여만원을 더해
1,057만 9천원을 주저 없이 써냈다.
그런데 담당관이 물건별 입찰자수를 부르는데…
내 건은 고작 2명.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예상 입찰자 3~4명 보다 턱없이 적지 않은가.
‘50만원만 덜 쓸 걸 그랬나?’
하지만 곧 이유를 알았다.
그날 최다 입찰 2건에 각각 26명, 15명이 몰렸고,
그 물건이 끝나자 방청객 절반 가까이가 빠져나갔다.
사람들은 특정 몇 건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내 물건 개찰.
“낙찰자 김○○.”
1057만 9천원.
차순위 금액은 1001만원.
약 50만원 차이였다.
몇 만원 차이의 신승은 아니었지만,
이겨도 수백만원을 과하게 쓴 '의문의 1패'도 아니었다.
그 순간 들었던 감정은 묘한 안도감.
만약 경쟁이 적다고 판단해 100만원을 낮췄다면?
아마 쓸쓸히 발걸음을 돌리는 건 나였을 것이다.
상대 입찰가 1001만원을 곱씹으면서.
결국 ‘5% 데이터’라는 기준이 나를 지켜준 셈이다.
느낌은 참고사항일 뿐,
결정은 숫자가 한다.
이번 입찰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새로 안 것이 몇 가지 있다.
• 입찰 물건별 게시판 방문자수나 입찰리스트, 현장 관찰 및 분석 더하기
• 입찰보증금 숫자 표기에서 6처럼 보일 수 있는 동그라미 수정필요 (입찰가에 이랬다면 문제라고 핀잔 들음)
• 입찰보증금을 딱 맞춘 수표 대신 기성권 제출 주의 (잔금 차액 많다며 강제 이체 환급받음)
조금 더 법정을 관찰하고 신경 썼다면 분위기의 실체 및 내 입찰 물건 경쟁자수 예측이 더 정확했을지 모른다. 또한 입찰표 작성은 사소해 보이지만, 자칫하면 무효가 될 수도 있으니 더 주의해야 하겠다.
경매는 결국 디테일 싸움이다.
이 집은 단순 월세용으로만 보지 않는다.
• 세컨하우스
• 가족용 별장
• 한달살기 숙소
• 게스트하우스 연계 장기체류 상품 등
특히 부산이라는 도시의 브랜드는 강력하다.
부산은 바다 자체가 콘텐츠다.
언덕 위 오션뷰,
공원과 도서관을 품은 입지,
1천만원대 진입가.
단점이 매력이 되는 순간,
수익률은 거기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그게 가능해?”
가능하다.
다만 남들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견딜 수 있다면.
가파른 언덕, 오래된 외관, 번거로운 접근성 등,
그 너머에 있는 희소성과 전망을 읽어낼 수 있다면 말이다.
이번 부산 오션뷰 빌라는
단순한 낙찰이 아니다.
‘데이터를 믿되, 현장을 보라’는 교훈.
그리고 큰 도시에서도 소액경매가 가능하다는 증명.
남해 바닷가에서 원룸 보물을 찾았듯,
이번엔 부산 언덕 위에서 또 하나의 보물을 건져 올렸다.
다음 보물은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사람들이 고개를 먼저 젓는 바로 그 자리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