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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과 고요의 나날

작가 노트

by hongrang







명경지수를 꿈꾸며


작가노트


이 사진은 늘 나를 설명해 주는 방식이다.

어떤 언어보다도, 어떤 문장보다도 나의 마음을 닮은 흔들림.

어쩌면 늘 흔들리는 마음을 사진이 먼저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두 장으로 나뉜 이미지 속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무너지고 있는 풍경이 있다.

왼쪽은 조용하게 낮게 깔리고,

오른쪽은 더 큰 파동으로 요동친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매일을 살아간다.


이 장면을 마주했을 때, 문득 ‘시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정지된 듯하지만 끝없이 흘러가는,

움직이지 않는 듯하면서도 끊임없이 진동하는

우리의 ‘내면의 시간’.


이 사진은 그런 시간의 양면을 담고 있다.

흔들림이 멈춘 시간과,

멈추지 못하고 흐르는 시간이 공존하는 프레임.


우리는 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꿈꾼다.

흔들리지 않기를, 어제보다 단단하기를,

세상과 감정의 파도 앞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단련시키는 건 언제나 ‘흔들림’이다.


그 흔들림이 지나간 자리에

조금 더 단단한 내가 남는다.

그걸 우리는 ‘성장’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쩌면 ‘회복’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나는 이 사진을 나의 현재로 남긴다.

언제나 흔들리는, 불완전한, 그러나 진심인 나의 지금.

그리고 동시에,

이 프레임이 미래의 고요함을 상상하는 틈이 되기를 바란다.

마치 명경지수처럼,

내 안의 거울이 흐림 없이 투명해지는 그날을 꿈꾸며.


빛은 흔들리면서도 기록되고,

마음은 흔들리면서도 남는다.

사진은 그렇게

흔들리는 나를 가만히 껴안아 주는 가장 조용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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