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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아침의 위로

12월 겨울 눈내린 안동호

by hongrang
winter 2018 DEC / LEICA M8 elmar 5cm f9.5 1/1000

안개 속의 물빛이 온 세상을 잠식하던 겨울 아침, 눈이 갓 내려앉은 안동호는 유난히도 고요했습니다. 포근한 날씨 때문인지 물안개는 낮게 깔려 흘렀고, 말없이 떠 있는 작은 부표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문득, 홀로 지방에서 지내던 그때의 나 자신이 떠올랐습니다.


마치 삶 전체가 얇은 꿈결 위를 붕 떠다니는 듯했고, 앞길은 안개처럼 흐릿하고 불투명했습니다.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차를 몰아 도착했던 이 선착장에서, 나는 한참 동안 물 위의 풍경만 바라보았습니다.


그 부표는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 모습 속에서, 끝내 버티고 떠 있는 나를 발견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날의 안동호는 조용히, 나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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