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수'가 아닌 '대륙의 기적'의 비결을 찾아서

[도서] 중국의 젊은 부자들, 김만기/박보현

by 샘바리

# 갑작스럽게 광주 출장을 가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 KTX를 타면 2시간이면 가는 거리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전라도 광주가 아닌 중국 광주(Guangzhou, 廣州)가 목적지였다. 중국 비자를 부랴부랴 신청하고, 짐을 싸면서도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대학생 시절 방문한 중국의 이미지는 불신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허름한 호텔방에 들개가 들어오고, 길을 잃어 헤매는 데 보이는 광경이라곤 어두컴컴한 마작판이었던 그때의 불안함은 여전했다. 하지만 남부 최대 무역도시 광저우는 최첨단 기술이 가득한 세련된 도시였고, 거대한 캔톤 타워는 아름다운 야경을 뽐냈다. 더욱 놀랐던 건 허름한 동네 시장이었다. 길거리에 나란히 앉아 메추리나 고무장갑 뭉치를 팔고 있는데, 위챗 페이/알리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더라. QR코드만으로 어디서든 쉽게 결제하는 문화는 내 머릿속 낙후된 중국과는 차원이 달랐다.


캔톤타워. 길거리에서도 위챗페이가 가능하다 @광저우


# '대륙의 실수'는 흔히 중국 제품의 품질이 기대와는 달리 괜찮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 그대로 베낀 짝퉁, 오직 가격만 싼 공산품 이미지가 강한 'Made In China'는 어느덧 가성비가 좋은 우수한 상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 보조배터리, 공기청정기, 스마트워치, 청소기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 '샤오미'는 이미 친숙하다. 완전 전문가 수준의 고사양까진 필요 없는 나 같은 라이트 유저에게 샤오미는 가성비 좋은 훌륭한 선택지였다. 게다가 드론, 짐벌을 취미로 찾아보니 'DJI'가 세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고 해서 구매 예정이다. 나는 제품 검색을 하면서도 'QCY'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고, 셀렙이 찍어 올린 짧은 '틱톡' 영상을 찾아봤다. 더 이상 중국 제품은 싸구려가 아니라, 어느덧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파급력 있는 문화 그 자체였다. 단순히 인구만 많다고 중국을 무시할 게 아니라, 그들의 원동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내가 중국산 휴대폰을 쓰고, 중국산 체중계를 쓸줄이야.


<중국의 젊은 부자들>은 세계를 뒤흔든 중국의 젊은 부자들의 성공담을 모은 책이다. 중국 부자는 어마어마한 부자란 말은 사실이다. 최근 크레디트스위스가 발표한 '2019 글로벌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100만 달러가 넘는 중국인이 무려 450만 명이다. 하지만 이 책은 1980~90년대 출생자 중 유니콘 기업을 이룬 자수성가형 청년 기업가로 '젊은 부자'를 추렸다. 그들이 부의 되물림으로 떵떵거리며 사는 재벌 2,3세라면 이 책은 그저 시기와 배아픔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부자들은 엄청난 노력과 타고난 도전 정신으로 밑바닥부터 성공한 이들이기에 시사점과 교훈을 남긴다. 평범한 대학생, 20대 또래였던 이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창업을 하고, 위기를 탈출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실현해나가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울러 IT, 교육, 요식업, 플랫폼 등 겹치지 않는 분야의 다양한 성공 사례들은 신선한 인사이트를 주기 충분했다.


2014년 리커창 총리는 '대중 창업, 만인 혁신'을 외치며 적극적으로 창업을 장려했다. 일 평균 1만 개 이상의 기업이 설립되는 등 적극적인 창업 열풍에 성공한 기업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무기가 있었다. 아울러 소비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바뀌며, 2030 소비 트렌드는 '스마트', '디지털', '모바일' 등으로 빠르게 흘러나갔다. "태풍이 부는 길목에 서면 돼지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샤오미 회장 레이쥔의 말처럼 13명의 부자들은 탁월한 안목을 발휘해 창업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갔다. 회사에서 먹고 자며 매주 80시간 드론 개발에만 몰두한 DJI 창업자 왕타오, 허름한 공부방에서 시작해 교육업계를 선도하는 하오웨이라이 창업자 장방신 등은 본인이 가장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 전력을 다해 치열한 경쟁 시장을 주름잡았다. 이외에도 중국판 우버의 주인공 청웨이(디디추싱 창업자), 레드오션이라 꺼려한 시장에서 당당히 성공을 거둔 녜원천(시차 창업자), 과거의 아이디어를 미래로 실현해낸 다이웨펑(위자후이 창업자) 등도 소개됐다.


틱톡&디디추싱. 내가 써본 중국 어플리케이션


가장 인상적인 기업은 15초 동영상으로 세계를 뒤흔든 바이트댄스의 장이밍이었다. 전 세계 이용자 수 5억 명이 넘어선 '틱톡'은 트위터보다 많은 사용자를 갖고 있으며, 우버의 가치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기업가치 780억 달러, 2019년 상반기 매출액 70억 달러, 150개국 75개 언어 서비스. 유튜브까지 넘보는 틱톡은 내년 1분기 홍콩 증시 상장 소문도 돌고 있다. 비록 한국에서는 지나친 홍보 광고로 반감도 있지만, 어쨌든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짧지만 특색 있는 영상으로 빠르게 유행을 타고 있다. 어린 시절 독서광, 신문광이었던 장이밍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힘을 키웠고, 자신의 능력에 확신이 있었다. 특히 콘텐츠가 텍스트, 이미지를 거쳐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걸 간파했고, 소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생성하는 트렌드를 정확히 읽었다. AI 기술과 소비자의 취향에 대한 확신으로 창업을 시작했고, 텐센트, 바이두의 인수 제안도 당당히 거절했다. 그는 "회사를 판다는 것은 꿈이 옳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팔지 않았다는 것은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10대들의 놀이터 틱톡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나는 수능을 보면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하는 게 당연한 삶을 살았다.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고 혁신 성공 사례는 책에서만 봐왔다. 자라면서 이익의 가능성보다 손실의 가능성에 '손실 회피 성향'을 몸소 배워왔고, 최선을 다해 실천했다. '더 적게 잃는 것'은 '더 많이 얻는 것'보다 언제나 중요했기에, 적당한 보수와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대기업 취직은 정해진 길이었다. 그리고 그게 유일한 정답이라고 살아왔지만 회사에서 하루하루 버텨갈수록 오히려 위기감은 더해진다. 내가 하는 일을 10년 넘게 반복할 수 있을까? 10년 후에도 내가 다니는 회사가 망하지 않고 남아있을까? 회사만 믿고 내 인생 전체를 온전히 맡기기엔 너무나 급변하는 시대고 불확실하다. 그렇다고 당장 뛰쳐나가 남의 돈 벌어주는 게 아니라, 내 돈을 벌겠다는 것도 객기다. 하지만 <중국의 젊은 부자들>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희망과 용기를 얻었고, 깨어있어야만 한다는 위기감 의식을 느꼈다. '변화의 길목에서 기회를 찾고', '레드오션에 그물을 던지거나', '전통과 역사를 배경을 앞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현상 유지는 안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을 찾고 언제든 기회에 올라탈 준비를 해야겠다.


광저우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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