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로봇의 부상, 마틴 포드
사람이 자동차 운전을 하는 것이 불법인 시대가 가까운 미래에 올 것이다
-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CEO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언급한 자율주행차의 미래가 그리 허황된 꿈이 아닌 걸 직접 느꼈다. 강원도 인제 서킷에서 아반떼가 트랙 위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며 2바퀴를 달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대학생들이 참가한 대회에서 1등은 4분 27초 48을 기록한 계명대가 차지했다. 그리 빠르지 않은 기록이라 시시할지 몰라도, 트랙 위 차량을 보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차에는 운전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운전자 없이 레이더, 카메라와 같은 주행환경 인식장치와 GPS와 같은 자동 항법 장치를 기반으로 조향, 변속, 가속, 제동을 스스로 제어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이는 상상 속이 아닌, 실제 눈앞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미 지금 타고 있는 자동차에도 운전자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주행 관련 옵션이 달려있다. 차로 유지 보조 (LFA, Lane Following Assist),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Highway Driving Assist)등은 고급차의 전유물이 아니라 엔트리카로도 확대 적용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향후에는 증강현실을 활용한 네비게이션을 보며 운전하고, 피곤하면 안전벨트가 달린 이불을 덮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차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거나 잠을 자는 상황이 SF영화의 무리한 설정이 아닌 실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AlphaGo resigns.
2016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간계 최강자 이세돌이 알파고에 첫 승을 거뒀다. 연거푸 3판을 지고, 이미 전체 대국의 승패는 갈렸지만 이세돌이 기계를 꺾으며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바둑의 기본적인 룰조차 몰랐지만 TV와 인터넷에 가득한 알파고 대국 이야기에 직접 중계도 지켜보기도 했다. 그리고 신의 한 수라 불리는 78수를 두고 기어이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겼을 때는 정체모를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옛날 소설이나 영화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습격을 하도 많이 봐서일까?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우리 인간을 꺾는 모습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나 보다. 숱한 화제를 낳은 딥마인드가 자연스레 잊혔고, 1년이 흐른 2017년 5월 또다시 뉴스에서 알파고를 만났다. 알파고가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커제를 압도적인 3대 0으로 이겼으며, 페어전/단체전 모두 깔끔히 마무리했다. 여전히 인공지능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폭발적인 속도로. 번역, 의료, 농업 등 다양한 산업과 접목해 4차 산업시대의 폭발적인 진화가 펼쳐지고 있다.
4차 산업 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급변하는 현재,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산업계는 미래 먹거리 찾기에 열중이다. 이는 수익을 효율적으로 창출해야 하는 기업에게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 역시 미래 먹거리 홍수 속에서의 생존이 남일이 아니다. 당장 로봇이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엄청난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은 지치지도 않고, 불평도 없으며 훨씬 더 효율적이므로 이론상으론 인간을 뛰어넘는 훌륭한 노동'기계'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사업가 마틴 포드는 미래 사회에 닥칠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대한 본인만의 대안을 <로봇의 부상>에 담았다. 대다수의 일이 자동화가 되는 세상은 과연 편리하고 능률적인 멋진 신세계 일지, 아니면 대량 실업을 유발해 빈부격차의 악몽이 판치는 디스토피아가 될지. 독자는 물론 저자도, 심지어 미래학자도 아무도 모르는 게 미래다. 하지만 최소한의 관심과 독서로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제법 의미 있다.
이러한 통념 중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 중 하나는 자동화가 그저 교육 수준이 낮은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의 밑바닥에는 저숙련 노동이 보통 반복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생각에 안주할 수 없다. 기술과 직업의 관계가 얼마나 빨리 변하는가를 보라. 과거에 ‘반복적’ 직업은 아마 조립 라인에 서 있는 상태를 의미했을 것이다. 오늘날 현실은 이와는 판이하다. 저숙련 노동자는 물론 계속 위협을 받겠지만, 소프트웨어 자동화와 예측 알고리즘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대학 교육을 받은 화이트칼라 근로자도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것이 분명해졌음을 깨달을 날이 곧 올 것이다.
---「들어가는 말」중에서
<로봇의 부상>을 읽으며 가장 놀란 부분은 화이트칼라도 위기의 예외,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흔히 로봇 자동화는 진입장벽이 낮은 반복 업무에 치명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숙련 노동자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자동화와 예측 알고리즘의 진화로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은 인상적이었다. 실제 인공지능이 쓴 스포츠 기사를 읽는데,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기사의 마지막 바이라인(신문, 잡지에서 기자 이름을 밝히는 줄)을 보지 않으면 모를 수준이며, 이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기사 작성뿐 아니라 추천 역시 인기다. 네이버는 2017년 AI가 자동으로 뉴스를 추천하는 서비스, 에어스(AiRS)의 해외 4개국 일일 이용자 수가 176% 증가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인간만이 창의성, 감수성으로 빚어낼 거라 굳게 믿었던 예술까지도 로봇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러한 기술은 영상에서 암세포를 가려내는 전문의는 물론 법률 조항을 해석하는 법률가, 나아가 IT 업계 전문가조차 급변하는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무인자동차나 약국 등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연관이 있는 분야는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병원 약국은 매일 약을 1만 건 정도 처방하지만, 약사는 약병이나 알약 하나도 만지지 않는다. 거대한 자동 시스템이 납품된 방대한 양의 약을 보관하는 작업으로부터 알약 하나하나를 꺼내서 포장하는 일까지 수행하면서 수천 가지의 약품을 관리한다. 로봇 팔이 쉴 새 없이 줄지어 늘어선 약통 여기저기에 들어가 알약을 꺼낸 뒤 작은 비닐 주머니에 담는다. 각 환자당 투여량은 별도의 주머니에 담겨 바코드 레이블이 부착되어 무슨 약이 어느 환자에게 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어서 로봇은 해당 환자의 하루 투여분을 투여 순서에 따라 정렬해서 하나로 연결한다. 이 약을 받은 간호사는 비닐 주머니 표면의 바코드와 환자 손목에 채워져 있는 바코드를 스캔해서 일치 여부를 확인한다. 둘이 일치하지 않거나 약을 정해진 시간이 아닌 시간에 투여하면 알람이 울린다. 주사용 의약품을 자동으로 준비하는 특수 로봇도 세 대가 있다. 이들 중 하나는 독성이 강한 암 환자용 화학요법제만을 전문으로 다룬다. 전체 작업 과정에서 사람이 거의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에서 사람에 의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6장 의료 시장의 변화」중에서
결국 자동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책임 소재'다. 그리고 로봇의 실수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 인간의 존엄성과 연관이 되었다면 더욱 쉽사리 상용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로봇 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관리, 투자, 펀드 등은 빠르게 확산되었지만, 그들의 손실은 이를 선택한 투자자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난폭운전을 하는 차량을 제대로 피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면? 책임은 자동차를 만든 제조사, 자율주행차에 간섭하지 않은 운전자, 사고 회피를 하지 못한 부품사, 난폭운전을 조기 검거하지 못한 공권력. 어디에 있는 것일까? 데이터 오류로 항암치료제가 아닌 감기약을 처방받아 병세가 악화된다면? 인간의 목숨이 걸린 사고에 대한 책임은 결국 기계가 아닌 누군가가 져야 한다. 인터넷을 누비는 '50년 후 사라질 직업 Best 10' 이런 류의 예측 글을 보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의약업계가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리라 예측한다. 인간의 목숨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분야는 윤리적, 법적인 책임 소재에 가장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이 책에서 한 이야기의 골자는 가속적으로 발달하는 기술이 숙련도의 고저를 막론하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이 실제로 나타나면 전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무자비한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에 따라 소득이 없어지고 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수요 창출에 필요한 구매력을 상실할 것이다.
---「8장 부와 경제성장의 위기」중에서
다양한 분야에 퍼진 인공지능의 화려한 업적과 달리 책의 뒷부분은 약간 성격이 다른 경제경영학 서적 느낌이었다. 저자는 최상위층 세율을 조정해 소득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지나친 과세는 투자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또 다른 불평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는 애플을 예로 들며 반론을 제기한다.
"최상위 소득계층에 대한 세율이 70퍼센트였던 1970년대 중반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두 창업되었다는 사실은 기업가들이 최고세율 때문에 골머리를 않느라 시간 낭비를 하지는 않는다는 증거가 된다."
그는 로봇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다가올 미래의 양극화를 걱정한다. 초반에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날카로웠지만 이에 대한 해답인 '기본소득'은 다소 힘이 달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기본소득제는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소득을 보장해 사회적 공황을 막겠다는 의견이다. 사람들의 게으름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결국 소득이 있어야 소비를 하고, 소비가 있어야 생산이 이루어진다는 게 기본 논리다. 최고소득층에 대한 누진세, 자산세 강화만으로는 너무 유토피아적인 기대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단순히 로봇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사회적 불평등까지 고민해볼 화두를 던져준 흥미롭고, 시의적절한 책인 것 같다.
나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전문적인 실력을 갖출 수 있을까? 고도로 진화한 로봇까지도 필요하지 않고, 그저 눈치껏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쉽게 대체 가능한 상태다. (엑셀과 PPT가 전부인 일반적인 회사원이라면 대부분 그럴 것이다.) 다방면에 걸쳐 많이 알고 있는 '제너럴리스트'라는 표현은 어찌 보면 자기 합리화에 가깝다. 만약, 적당히 아는 척을 하면서 위기를 벗어나고 버티는 게 목표라면. 진정한 제너럴리스트라면 급변하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배우려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AI는 아직까지 일자리를 빼앗는 무시무시한 터미네이터로 다가오기보다는, 불평 없이 엄청난 정보를 아무 대가 없이 전달해주는 조력자에 가깝다. 이렇게 버티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보다는, 언제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를 다양한 '사소한 도전'을 쉬지 말아야 한다. 물론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러므로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며 세상 돌아가는 일에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독서노트 : 비효율적인 아날로그의 효율적인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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