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도리 없는 날

by 오아

지구를 떠날 수 없어 여행을 한다

견디기 힘들고 무서운 날에 여행을 하기로 한다


위로가 너무도 필요하는 날에

나 좀 보아달라고 조를 수 없어 여행을 한다


잔뜩 치장한 채 시선을 받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과 그 관심을 바꾸어 본다.


상처받고 싶지 않을 때

어서 떠나고만 싶은데 보아야만 할 때

조용히 여행지를 검색한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정을 수단 삼아 피곤을 얻는다


내가 나로 만족스럽지 않고

자꾸만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지려 할 때 여행을 한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이의 얼굴을 한 번쯤 더 바라본다

당연한 일상에 새삼 감사한다


녀석과의 여행이 조금은 험란 할지라도

또다시 여행을 가야겠다.


허파에 바람 들어갔냐 해도 도리가 없다

흔들리는 마음을 건질 용기가 작아지기 전에

가야만 한다.

마음이 툭 떨어지기 전에 가야겠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도망도 치고 싶고, 톡톡 건드려 보고도 싶고

칭얼거려 보고도 싶고, 재잘재잘 떠들어도 보고 싶은데


다음을 감당할 자신이 없고

그러지 않을 자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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