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노동자
‘옥한흠’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설교만 없으면 목회도 할 만 한데 말야”
경영의 구루처럼 기독교계의 ‘피터 드라커’격인 노 목회자 또한 수십 년 반복한 설교 준비가 제일 힘들고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 중에는 피하고 싶고 하기 싫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늘 하던 일이지만 늘 이것만은 안 했으면 하는 일.
“글쓰기를 좋아 하는 내가 문서 작업을 가장 하기 싫어한다니”
솔직히 글쓰기와 문서작업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글쓰기는 ‘또 다른 번역’이라는 말처럼 책과 영화 그리고 여행을 통해 떠 오른 생각들을 잘 다듬어서 언어라는 그릇으로 세상에 선보이는 순수한 창의성의 산물인 것이다.
하지만 기록과 같은 문서작업은 딱딱한 문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을 계몽하는 목적으로 세상에 나온다.
내가 주로 하는 문서화 작업은 트레이닝 일지와 운동 플랜 그리고 운동 프로그램 작성이다.
회원과의 상담을 통해 얻은 정보들을 수렴하여 회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운동 플랜을 작성해야 하고 그 작성된 플랜으로 그날의 운동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수업이 끝나면 특이 사항 들을 일지를 통해 적어두어 다음 수업 시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진 않더라도 대략의 트레이닝 과정들을 기록해 둔다.
‘피터 드라커’는 자신이 터득한 일에 대한 노하우를 문서화 작업을 통해 잘 정리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그 노하우를 지식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기 위해 ‘지식노동자’라는 신개념을 만들어 냈다.
이처럼 전문 지식을 요하는 전문가 시대에서는 문서화 작업은 프로페셔널의 조건중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운동을 지도하는 트레이너의 직업 안에서도 문서화 과정은 필수 요소 중의 하나다. 누구나 트레이너가 될 수 있어도 전문성 있는 트레이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방식으로 분석하고 기록하고 문서를 바인딩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가능한 영역인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기 싫은 문서화 과정을 9년간 꾸역꾸역 해 내고 있다.
사람이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데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기록은 좋아 할 수가 없으니 그것이 문제로다.
보통 수업을 받은 회원은 땀과 뻐근함 그리고 시원함의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느낌을 회원에게 주지 못하면 회원은 본전 생각이 나고 그렇게 횟수가 거듭되면 다시 등록할 마음을 갖지 않는다.
땀과 뻐근함 그리고 시원함을 주기 위해서 트레이너는 전적으로 회원을 향해야 한다.
예전에 회사에서 고객을 위한 마음가짐을 표현한 슬로건을 발표한 적이 있다. ‘after 서비스가 아닌 before 서비스를 하자’ 대략 이런 문구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나는 before 서비스가 되려면 트레이너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봤다.
트레이닝은 기록에서 시작해서 기록으로 끝난다.
회원과의 첫 만남을 위해서 나는 건강 병력에 관한 질문서를 비롯한 회원의 몸을 평가하고 움직임을 분석하고 또한 회원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크하기 위한 프로파일을 준비한다.
이러한 ‘기록지’를 만드는 것은 회원의 욕구를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하지만 트레이너가 회원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을 간접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진정성의 한 모습을 나타낸다고 본다.
또한 첫 상담을 마친 후 대략의 트레이닝 계획을 서로 공유하고, 그날그날의 트레이닝 일지를 쓰면서 특이 사항을 기록한다. 그렇게 트레이닝 일지를 정리하여 한 달 후엔 근사한 회원의 운동 스토리가 완성된다.
트레이닝은 온전히 회원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말은 before 서비스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before 서비스의 본질은 기록이고 기록은 회원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이젠 회원을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선 가시적인 무엇이 필요하다. 성실한 트레이너도 훌륭하지만 기록을 통한 체계적인 데이터 트레이닝과 시시콜콜한 것 까지 기록해 두었다가 어느 날 회원에게 작은 관심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섬세함을 갖추는 것이 더욱 필요하리라 본다.
머릿속에 오래 기억되고 남으려면 감동 받아야 한다.
나는 감동을 주는 트레이닝이 그 어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트레이닝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감동은 기록에서부터 나온다. 기록은 회원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