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보진 못했고, 볼 용기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지인이 그 신도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언니도 아직 결혼하지 않았구나...
나는 종교가 없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학교앞 성당마당에서 놀던 기억 속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있다. 엄마와 가끔 절에 갔지만 엄마도 독실한 신자는 아니고 그냥 멀리서 부처님의 모습만 보았다. 중학교 때는 버스정류장 옆에 교회가 있어 아주 가끔 가본적은 있지만 기도를 한 적은 없었다.
종교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은 나는 가끔 독실하게 교회를 가고, 성당에 가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어릴 때는 <모태신앙>이란 말이 꽤나 멋지고 부티 나게 들렸다.
그런 내가 교회에 간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에 와서 약간 친해진 선배언니.키가 작지만 얼굴이 오밀조밀 예쁘고, 말도 또랑또랑 참 잘했다.시골학교에서 시내 여고로 가다 보니 중학교 때는 얼굴만 알고 지냈던 사이였는데 자연스럽게 친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언니가 토요일 하교 후, 일요일에 같이 갈 곳이 있다고 했다. 어딘지 궁금했지만 굳이 따져 묻지 않았다. 그저 시내 어디 구경 갈 것이라 혼자 짐작했고 좋아서 들떴다.
버스를 타고 건 곳은 동네도 기억 안나는 2층에 위치한 교회였다. 어림잡아 백여 명은 되어 보였다.
나는 목사님의 설교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기에 그냥 우구커니 앉아 무슨 이야기인지도 기억이 안나는 설교를 재미없게 듣고 있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내게는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갑자기 그 많은 사람들이 중얼중얼 웅얼웅얼 진짜로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을 수 없는 말로 무언가를 말하며, 어떤사람들은 막 울기도 하며 기도를 했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옆에 언니도 울면서 이상한 소리로 기도를 하고 그 많은 사람 중에 나만 기도를 하지 않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기 싫어 난 그냥 그대로 내 두손을 꼭 쥐고 기도하는 척 눈을 꽉 감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내 마음속에 기도했다.
그 후로 시간이 어떻게 지나 집에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언니는 내게 그건 하나님과 대화하는 것이었으며 방언이라 설명하고 통성기도 뭐 그런 이야기도 들은 것만 기억이 난다. 친절한 언니의 설명에도그 이후 나는 언니를 피하게 되었다. 또다시 내게 교회에 가자고 할까봐 무서웠다.
시내에 있는 같은 대학에 진학을 했고 주변 다른 고향 사람으로부터 언니가 이상한 종교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같은 단과대는 아니어도 여전히 행여나 언니가 멀리 서라도 보이게 되면 피하고 있었다.
이십여 년이 지났고, 그렇게 잊혔던 그 언니의 소식을 어제 친구들 단톡방에서 듣게 된 것이다.
'그 언니 j*s래. 그래서 지금까지 결혼도 안 한 거래'
엄청 충격적인데 충격이지 않았다.
그때, 고등학교 때 내가 간 교회 이름도 생각나지 않지만 그곳이 j*s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아마 그 이후 대학에서 언니는 그 종교 동아리에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는 동아리 선후배이기에 가끔 학교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우리 대학에도 그 동아리가 있었다는 것과 남편 친구도 그 동아리에서 응원단 같은 것을 열심히 했었다는 이야기에 나는
"우리 학교에도 진짜로 있었다고?"
하며 잠깐 놀랐었다.
나도 한 때 종교를 가져볼까 노력했다. 내 힘든 마음을 기대고 싶었다. 하지만 30여 년을 믿음 없이 지내온 내가 마음이 절박하다고 하여 신의 존재가 믿기지 않았다. 아니, 신이 있다면 어떻게 내게 이런 고통을 주는가 의심하고 원망했다.
밤마다 부처님께, 하느님께, 예수님께, 조상님께 기도했지만 내 간절한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그냥 내 기도의 힘이 '한 분의 신'에 집중하지 않고 분산되어서 내 기도의 힘이 약했을까?
문어발 기도를 하는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은 걸까? 어떤 신에게 기도하는 건지 헷갈려서 신은 나의 기도를 모른 척한 걸까?
결국 속 좁은 나란 인간의 잣대로 신을 생각하다가
혼자 체념하며 포기했다. 그리고 종교는 내게서 힘이 더 약해졌다.
나는 종교가 없는 사람이기에 종교인들만의 그 신앙심에 대해 잘 모른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종교는 인간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잘 살게 해 주는 길이어야 한다는 것은 안다.
가끔 전도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나 지인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부쩍 웅크려 들고 불편해진다. 좋은 말씀, 좋은 일들을 함께 하자는 의미로만 듣고, 더 이상 진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종교는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의견도 전한다.
요즘 종교에 대한 여러 생각과 글을 보니 나의 첫 교회와 그 언니가 떠올랐다. 기분이 참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