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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Oct 14. 2024

아들의 동갑내기 과외선생님

어느 날 아들이 말한다.

"엄마, 00 이가 자꾸 수학문제를 내. 못 풀면 숙제를 내주고. 그래서 나 좀 피곤해."

"00 이가 너한테만 그래?"

"Aa와 Nn 그리고 나까지 셋. 근데 나한테 특히 더 자주 와."

"00이 너한테 왜?"

"몰라. 나한테 수학 공부 좀 해야겠대. 문제집 만들어와서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가르쳐 줘."

"오!! 엄만 너무 고마운데?"


그렇게 아들의 수학 공부가 시작되었나 보다. 1학기 시험에서 아마 수학점수가 가장 낮을 거다. 말로는 밀려서 그랬다지만, 밀리지 않았어도 30점대 아니냐고 난 아들을 놀려댔다.

학원을 다닐까, 과외선생님을 알아볼까 나도 좀 고민하던 차였다. 학습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어서 학원보다 과외 쪽으로 생각이 굳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2학기는 자유학기제이기 때문에 시험도 없고, 수업 시간에 좀 더 집중해 보라 당부했다.


그런데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에스프레소 맨>으로 뽑힌 아들을 좋게 본 친구가 있었나 보다. 에스프레소 맨은 어떤 수업에서 친절하고 바르고 배려심 있는 사람을 뽑는 게임에서 아들의 이름이 가장 많이 뽑혔고, 그 사람을 에스프레소 맨이라 칭했다고 한다.

아무튼 반에서 수학을 잘하는 그 친구에게 간택당한 아들은 친구가 만들어 오는 문제풀이를 매일 하거나, 못하면 숙제 관리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반말로 시작된 수업은 점차 존댓말로 바뀌며 선생님의 역할을 더 크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음 문자부터 빵 터져서 감탄사가 나왔다.

진짜 과외 선생님처럼 단원관리와 학생관리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 물론 아들도 선생님으로 받아들이고 나름 열심히 하는 거 같아 보였다.



아들이 보여주는 과외선생님과의 문자에 난 감탄사가 나왔다. 나보다 더 관심 갖고 동갑내기 친구에게 진짜 선생님처럼 행동하는 그 친구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또 그것에 대해 잘 따라가 주는 아들도 기특했다. 친구는 겨울 방학에도 본인이 수학관리를 해 줄 것이고, 2학년이 되면 같은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는 아들에게 그 친구에게 <00쌤>이라 부르고 잘 따르라 이야기했다. 그리고 친구와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 카드도 건넸다. 그 친구는 아빠보다 키도 덩치도 더 크다고 한다.  집 앞에 생긴 수제버거 두 개는 먹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난 기꺼이 아무거나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으라 했으나 아직 버거집에 가지는 않았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나도 아이들을 가르쳐보겠다 결심했지만 몇 번 하지 못했다. 아들의 동갑내기 과외샘은 아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리며 더 신이 나서 알려준다고 한다. 귀엽고도 감사한 선생님을 직접 만나 감사표시라도 하고 싶지만 아들이 한사코 말린다. 본인이 잘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선생님으로 모시겠다고 하니 그저 아이들의 우정과 공부가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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