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던 시간

그리고, 뒤늦은 다짐

by 소원책담

지난해 가을, 동네를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예전에 소원책담에 자주 오시던 동네 할머니를 마주쳤다. 소원책담에 2년 전까지만 해도 마트에 가다 잠깐 들르시곤 했고, 택시 탈 일이 있으면 카카오택시로 불러드리기도 했다. 지인들과의 모임도 우리 책방에서 하셔서, 일요일마다 한참 수다를 떨다 “고맙다”며 돌아가시던 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거의 1년 가까이 보이지 않으셨다. 연세가 있으셔서 걱정이 되어 주변 분들께 안부를 물어보면 “몸이 편찮으시다”는 말만 들려왔다. 그러던 그분을, 집을 막 나서려는 순간에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어떻게 지내셨냐는 내 물음에 할머니는 “죽다가 살아났다”며 큰일 날 뻔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집 앞에 잠깐 나오는 정도라고 하셨다. 반가움과 안쓰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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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다. 그 할머니는 아버지와 연세가 비슷한 분이었는데, 정작 나는 아버지를 본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만큼 무심한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달 뒤, 아버지에게도 일이 생겼다.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가 부러졌다는 소식이었다. ‘허리가 부러졌다’는 말을 그저 허리가 삐끗한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함께 병원에 가서 본 CT 사진 속에서는 척추 하나가 바스러진 모습이 명확하게 보였다.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고령이라 수술도 어렵고, 몸통 보호대를 차고 지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미 굽은 등에 몸통 보호대까지 하고 계시니 아버지는 더 왜소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버지가 들었다는 ‘무거운 것’을 직접 들어보니,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그 사실이 또 한 번 가슴을 찔렀고, 나의 무심함을 자책하게 되었다.


네이선 렌츠의 『우리 몸 오류 보고서』에는 인체의 여러 잘못된 설계 중 하나로 칼슘 흡수 문제를 이야기한다. 우리 몸은 칼슘 흡수율이 상당히 낮다. 유아기에는 60% 정도 흡수되지만, 성인이 되면 20%로 떨어지고 나이가 들수록 10% 이하로까지 감소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칼슘과 비타민 D 섭취가 더욱 중요해진다. 이것들이 부족해지면 몸은 뼈에 저장된 칼슘을 끌어다 쓰게 되고, 결국 골다공증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별것 아닌 일에도 뼈가 쉽게 부러질 수 있다. 아버지의 허리도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이제 아버지는 몸통 보호대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셨고, 가벼운 산책과 집안일도 하신다.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처음 들었던 걱정보다는 분명 나아진 상태다.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 건강은 평소에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나빠지면 분명히 신호를 보낸다. 몸이 아프면 사소한 변화에도 예민해진다.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도 건강은 필요하다. 나 역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예민해지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정말 운동을 해야겠다.
이 게으름을 이기고,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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