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이
어머니는 사실 한이가 태어나기 전 어느 날 밤, 귀한 꿈을 꾸었어요. 태몽이라 여긴 어머니는 삼신할머니께서 점지해주신 선물을 귀히 여기며 어떤 경우에도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겠노라고 삼신할머니와 약속했어요.
온 가족의 사랑 속에서 자라던 한이가 어느 날부터 열이 나며 앓기 시작했어요. 어머니는 다시 삼신할머니께 기도를 올렸어요.
‘우리 아이를 낫게 해 주세요. 그러면 이 아이는 세상에 사랑과 기쁨을 선사하는 사람으로 키우겠습니다.’ 온 가족의 기도가 통했는지 한이는 며칠 앓다 털고 일어났어요.
다리에 힘이 약간 빠진 것 같았고 걸음걸이가 조금 이상해 보였지만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어요.
어느 날 친구들과 놀다 한이는 자신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머니한테 물었어요.
‘어머니! 왜 내 다리는 다른 아이들과 달라요?’ 그러자 한이에게
‘사람은 다 다르단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지. 그래서 모두 소중하단다. 너는 다리가 약간 불편하고, 어떤 아이는 눈이 조금 불편하지. 우리 모두가 조금씩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그것을 채우면서 사는 거란다.’
‘왜 그래야 하죠?’
‘너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지.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이라는 복도 함께 주셨단다.’
그때야 비로소 한이는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 채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자신이 채워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졌어요.
그런데 한이를 처음 만난 어린이집 여자아이가 한이에게
‘넌 왜 똑바로 걷지 못하니? 뭐가 잘못된 거야?’라고 물었어요. 그러자 한이는
‘아무것도 잘못된 건 없어. 우리는 모두 조금 다를 뿐이야’라고 말하자 선생님도
‘그래, 맞아, 우리는 모두 다 달라. 그리고 그 다름이 큰 축복이지.’라고 일러주었어요.
동네 친구들과도 어울리며 씩씩하게 잘 지냈지만 그래도 가끔은 나르는 꿈도 꾸고 친구들과 달리기를 하는 꿈도 꾸었지요. 그러다 깨면 기분이 조금 울적해지기도 했어요.
학교에 가자 선생님은 한이에게 친절했어요. 어떤 친구들은 왜 선생님이 한이만 좋아하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선생님은 친구들에게 한이는 다리가 좀 불편해서 약간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자 아이들도 이해했어요.
그런데 뒷자리에 앉은 덩치 큰 재수는 한이를 멀리했고 한이 앞에서 공을 차며 자신의 튼튼한 다리를 흔들어 보이며 약을 올리기도 했어요, 그래도 한이는 마음으로 ‘넌 나보다 덧셈도 못하고 구구단도 못 외우잖아, 그래도 난 너처럼 자랑하지는 않아,’ 라며 분을 참았어요.
그러든 어느 날 또 재수가 친구들 앞에서 한이를 은근히 놀리며 시비를 걸어왔어요. 그때 한이는 덩치 큰 재수를 슬쩍 밀어버렸어요. 한이는 재수가 하수구 앞에 서 있는 걸 알았거든요. 하수구에 빠진 재수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을래요. 걔도 자존심이 있을 테니... 왕재수가 똥 재수가 된 꼬락서니라니 참....
재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펑펑 울었어요. 우리들 사이에서 먼저 울면 지는 건데... 중요한 사실은 그 일 이후 아무도 한이를 함부로 놀리지도 무시하지도 않았다는 거예요. 재수의 눈치를 살피던 아이들도.
대부분의 친구들과는 잘 지냈어요.
‘우리도 너와 함께 천천히 뛸게’ ‘네가 완주할 때까지 기다려 줄게’라며 응원해 주는 친구들이 고마웠고 그들과 함께라서 행복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팀으로 나누어 시합할 때면 몇몇 친구들이 한이의 눈치를 봤어요. 한이가 들어가는 팀이 지거든요. 그래도 친구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한이는 스스로 미안한 마음에 주눅 들고 속도 상했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묘안을 짜냈어요. 한이는 양 팀 모두에 들어가기로 했거든요. 그러면 어느 팀도 한이 때문에 졌다고 여기지 않도록. 한이는 열심히 두 팀 모두에서 뛰다 보니 숨이 찼고 또 몇몇 친구들이 그래도 수군거리며 눈치를 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한이만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겼을 텐데...’라며 아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거든요.
선생님과 친구들의 배려가 고맙기도 했지만 한이는 이런 상황이 좀 부담스럽고 자존심도 상했어요. 그래서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하는 날이면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함께하지 않고 나무 그늘에서 혼자서 쉬기로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만 깜박 잠이 들고 말았어요.
한이는 꿈속에서 삼신할머니를 찾아가서 물었어요. 왜 내 다리를 불편하게 점지하셨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어요. 그러자 삼신할머니는 한이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따뜻하게 안아주었어요.
‘한이야! 내가 생명을 점지할 때는 언제나 특별한 선물을 함께 넣어준단다. 너에게 준 특별한 선물은 다리의 불편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특별한 사명이야. 왜냐하면 그건 한이가 이룰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지.’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한이는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삼신할머니 품에서 한참을 울었어요. 그러자 삼신할머니는
‘네가 조금만 더 성장하면 내가 너에게 준 선물이 너를 키운 보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라며 토닥여 주었어요. 삼신할머니는 한이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지만 한이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삼신할머니가 특별히 점지해주신 선물을 귀하게 여기기로 마음먹었어요.
‘삼신할머니! 저를 귀한 존재로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개미가 한이의 다리를 간질거리며 장난을 치자, 잠에서 깨어난 한이는 친구들이 자기만 빼고 모두 신나게 노는 것을 보니 마음이 울적해지려고 했어요. 그때 삼신할머니 말씀이 떠올랐어요.
‘한이야! 너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이야, 그래서 네 이름도 한이라고 지었지, 장한이라고.’ 삼신할머니와 어머니를 생각하니 힘이 불끈 솟았고 갑자기 보고 싶어 졌어요.
한이는 운동장 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한참 그림에 몰두해 있는데 수업을 끝낸 선생님과 친구들이 몰려왔어요.
‘혼자서 심심했지?’라고 묻자 한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림을 가리켰어요.
‘한이야! 이게 정말 네가 그린 그림이니?’라며 모두 놀라워했어요.
‘한이 너는 그림에 재능이 많은 것 같아. 계속 그려보면 좋을 것 같은데.’라며 선생님이 기뻐하셨어요.
그해 가을 전국 어린이 사상대회에서 한이의 그림이 우수상을 받게 되었어요. 그래, 난 다리는 조금 불편하지만 손은 멀쩡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어머니 말씀처럼
‘내가 장한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지만 열심히 그림도 그리며 훌륭한 화가가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꿈을 키워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