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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혜 교수 Mar 06. 2024

마이스(MICE) 산업, "넷제로 이벤트로 전환해야"

연 860만명이 찾는 마이스(MICE) 산업, 넷제로 이벤트로 전환해야

전시회·박람회·이벤트 등 마이스(MICE) 산업의 규모는 2조7000억원에 달한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3만개에 달했던 마이스 행사는 2020년 1만9000여개로 줄었다 2021년 4만7000여개로 늘고 있으며, 참가자수만 해도 860만명이 넘는다.  



화려한 행사가 끝나고 나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막대한 폐기물이 남는다. 마이스 산업의 자원순환에 대한 통계는 찾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전시회 1회당 평균 폐기물은 20톤 이상이라는 수치가 있다. 종이, 목재, 가죽, 나일론,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질의 폐기물 대부분은 매립이나 소각 처리되고, 자원 재활용 비율은 매우 낮다. 또한 인구 밀집과 항공 이동이 많은 마이스 행사의 특성상 탄소 배출량도 꽤 높은 편이다.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행사가 급증하고 행사 규모도 점점 커지면서, 마이스 산업의 지속가능성 이슈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마이스 산업의 지속가능성 평가와 지표를 도입해 폐기물 감량, 재활용,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넷제로 마이스 산업을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오는 3월 29일(금), 임팩트온은 친환경 이벤트소재 스타트업인 엠케이1025와 공동으로 '넷제로 이벤트는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그린 MICE 매니지먼트 포럼'을 개최한다. 이날 행사는 마이스 산업의 ESG 트렌드 및 사례 발제와 함께 노원구청, 롯데백화점, 기획사인 인세션 등에서 친환경 행사를 추진해온 사례를 공유하는 토론도 이어진다.    



발제를 맡은 동덕여대 글로벌MICE학과 윤영혜 교수는 ‘MICE 산업의 ESG 트렌드와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윤영혜 교수는 이화여대 국제회의센터에서 국제회의기획자(PCO)로 실무 커리어를 쌓은 이후 현장과 이론을 접목한 융합 연구를 해왔다. 지속가능한 부산 친환경 MICE 운영위원, 고양시 지속가능 마이스 수도·도시 전략 수립 전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최근 MICE 산업의 ESG 성과지표 개발 연구,  지속가능성 및 ESG MICE 경쟁력 연구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윤 교수는 “MICE 산업 내 ESG 관리를 위한 중앙집중식 프레임워크가 부재하다”며 “탄소 및 폐기물 감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Q. 국내 마이스 산업의 현황은 어떠한가? 


국내에도 컨벤션 센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전시장은 15-17개 사이로 시설 규모가 2030년까지 1.5배 늘어날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시장은 중국 선전(50만㎡), 독일 하노버(47만㎡)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시장 면적은 평균 1만㎡ 수준으로 킨텍스가 10만㎡로 국내에서 가장 크다.*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향후 국내 마이스 산업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역단체 선거에도 영향을 받아서 포항, 전주, 강릉 등 곳곳에 전시장이 추가로 생길 예정이다. 

 * 코엑스·벡스코 정도가 3~4만㎡, 킨텍스가 10만㎡, 2025년 개장 예정인 잠실 MICE 밸리가 10만㎡ (출처: KDB산업은행, 2020.8, 국내 MICE 산업의 위기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과제)


Q. 지속가능한 MICE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환경 지속성과 사회적 책임은 개인적인 관심사로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전시장이 얼마나 크고, 잘 지었는지 등 하드웨어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인프라 건설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들어갈 콘텐츠와 지역사회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봤다.  


특히 ESG 중에서 기술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마이스, ESG, 기술을 모두 결합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카이스트 최고 경영자 과정에 입학했다. 졸업 이후에도 카이스트 ESG 리더스클럽 학술이사로 활동하면서 마이스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ESG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Q. 마이스 산업을 ESG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무엇인가?


기획사들이나 중소중견기업들은 공시 의무도 없고 영세한데 ‘왜 우리가 환경 책임을 가져야 하냐’는 불만을 많이 가진다. 강의를 하면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사진으로 알려주기도 했지만 단기적으로 그쳤다.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수익성과 경쟁력과 연계해서 ESG경영의 중요성을 설득했다. 


또 다른 어려움은 비용 문제다. 현수막을 버리는 것보다 친환경 현수막을 제작하는 것이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기획사들은 여전히 사업을 수주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환경 이야기를 하면 와닿지 않을 수 있다. 


Q. 기획사들은 대부분 영세 기업들인데 지속가능성이나 ESG를 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ESG는 궁극적으로 사업 경쟁력이나 브랜딩으로 연계된다. 독일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가들은 지속가능성 규율이나 메뉴얼이 갖춰져 있고 행사에 지속가능성이나 ESG요인들이 반영돼 있다.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 행사에 참여했는데 현수막을 폐기하고 일회용 자재나 물품을 쓰는 것을 보면 국내 기업들은 해외 고객들에게 선택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해외 시장 뿐 아니라 국내도 마찬가지다. 기획사들의 마이스 사업 중 70%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행사다. ESG나 탄소중립 행사를 하면 사업 수주를 받을 때 유리할 것이다. 결국 국내외 시장에서 기획사들이 ESG에 대해 준비가 되어야 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궁극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국내에도 많은 행사가 개최되고 있는데 ESG를 적용한 사례들이 있는가?



최근 마이스 산업이 ESG를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최대 규모 행사 중 하나인 서울카페쇼가 작년에 서울시와 ‘서울 글로벌 전시회 ESG 운영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속가능한 행사를 위해 커피박 수거·재활용, 다화용컵 세척존 운영, 친환경 실천 캠페인 등을 운영했다. 마이스 산업이 좁은 편이라 소수의 기업들이 따라하고 경쟁력을 갖추면 다른 기업들도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Q. 22년에 고양시와 MICE ESG 성과지표를 개발하셨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고양시에서 개최되는 MICE 행사에서 ESG를 실천하고 이에 나아가 ESG 성과를 평가 및 측정하기 위해 성과 지표를 개발했다. 22년도에 MICE 행사 운영 단계별 ESG평가 지표를 만들었고 디지털 미디어 테크 쇼, 콘텐츠 유니벌스 행사 현장에 직접 가서 탄소 배출이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부분에서 줄일 수 있는지 등을 적용해서 측정항목을 뽑아냈다. 이 과정에서 탄소중립 측정·관리 디지털 플랫폼 개발 기업인 엔츠(AENTS)와 협력했다. 


올해부터 지역 행사를 개최할 때 ESG지표를 실천 및 적용해 나가면서 지표를 계량화하고 고도화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Q. 고양시는 지속가능성이나 ESG를 왜 도입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가?


마이스는 결국은 입찰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시회를 개최하는 도시 브랜딩과 마이스 요소가 중요하다. GDSI(Global Destination Sustainability Index)* 같은 인증이나 순위로 성과를 내야 한다. 세계 100여개 지역을 평가하는 마이스 특화 지표로, 고양시가 2022년, 2023년 아시아 연속 1위(2023년 전 세계 14위)를 차지했다. 


환경, 사회, 공급자, 지역관리 성과 등 4개 분야에서 총 69개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환경 지표에는 기후변화 기여, 탄소 감축, 재생에너지, 물 관리, 대중교통, 환경 오염 수준 등 지역 정책과 인프라에 관련된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고양시는 기초 지자체이고 예산이 크지도 않은데 지속가능성을 브랜딩해서 큰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GDS-I: 관광 지역의 지속가능성 성과를 측정 및 벤치마크 하는 지표


Q. 지역의 지속가능성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무엇인가?


교통(수송)이 핵심이다. 해외 연사들을 초청하면 비행기, 자동차 등 탄소가 엄청나게 측정된다. 고양 꽃 박람회의 경우 ‘차 없는 박람회’를 캐치 프레이즈로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사람이 모이면 무조건 탄소가 발생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감축 구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대신 상쇄 전략으로 가서, 감축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하려고 한다. 전시장 주변에 전시폐기물, 목공폐기물이 엄청난데 친환경 자재를 쓴다면 이를 줄이거나 재활용할 수 있다. MICE행사는 환대산업의 성격이 있어 행사에서 음식도 푸짐하게 제공, 음식물 쓰레기도 많이 방출된다. 미리 방문객을 예측하는 기술을 도입하거나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Q. 지속가능한 MICE에 대한 선진 사례가 있으면 공유 부탁드린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아이맥스(IMEX)라는 큰 행사가 있다. MICE 기획자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행사인데, 행사 기획 단계에서부터 환경 성과 목표와 구체적인 방법론을 세우고, 매년 '지속가능한 행사' 리포트를 공개해 탄소 감축 성과들을 정리해서 공시한다.


100% 퇴비 가능한 재료로 만든 일회용품을 모두 사용하고, 재활용ㆍ기부 등을 통해 행사 폐기물 86%를 자원으로 전환했다. 참석자가 전년 대비 26%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참석자 당 폐기물은 3kg 감축, 현장 에너지 사용율도 12% 줄였다. 



가장 중요하고 가시적인 성과는 신재생에너지를 100% 전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은 태양광을 도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컨벤션센터 주변에는 호텔, 쇼핑가, 음식점 등 복합지구로 되어 있는데 태양광을 설치해도 빛 반사 때문에 주변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립을 최소화 해서 재활용 비중을 늘리는 등 계량화해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폐기물 재활용 같은 것이다. 아이맥스 행사의 경우, 모든 폐기물의 95.5%를 재활용하거나 에너지로 전환한다. 쓰레기 매립률이 0.5% 미만이고,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된 이벤트 제품도 5%에 불과하다. 국내 행사들도 선진사례를 통해 친환경 행사 요소들을 벤치마킹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이번 포럼에서 특히 주목해봐야 하는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그린 마이스 얼라이언스(Green Mice Allaince)'의 출범을 알릴 예정이다. 지금은 기획사가 개별적으로 하고 있는데 기술, 정보, 지자체, 지역사회 등이 함께 하면 더 큰 임팩트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ESG 마이스 성과 지표를 적용 임팩트를 계량화해서 성과도 보여주고, 전국 행사에 확대해서 성과를 비교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새로운 사업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 지고 서로 상생하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줄 계획이며, 친환경 마이스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을 연구하는 R&D 조직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본다.



* 그린 MICE 매니지먼트 포럼 행사 안내 및 참여는 아래 링크에서 가능하다.


https://event-us.kr/mk/event/78988



출처 : 임팩트온(Impact ON)(http://www.impact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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