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 여우의 지혜에서 배우다
요즘 세상은 그야말로 AI 열풍에 휩싸여 있다. 새로운 개념이 아닌데도 여전히 신기하게 느껴지고,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정말 AI로 인해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AI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AI는 정말로 우리 삶에 필수적인 존재일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
인공지능(AI)은 인간의 뇌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학습할 수 있고, 추론할 수 있으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11개의 뉴런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2024년 현재 인공지능의 뉴런도 10^12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미 인간의 학습 수준을 넘어설 만큼 발전한 AI는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많은 AI 학자들은 AI의 작동 원리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이를 설명하는 수식들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당황하고 있다.
AI는 특히 인간이 위험해서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주는 공익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측하기 어려운 화재를 감지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 로봇을 투입해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 또한, 동물권 존중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AI를 이용한 제약 실험은 동물 실험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수많은 X-ray 이미지를 순식간에 학습해 암 진단을 돕거나, 스마트시티를 운영해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를 만드는 데에도 AI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AI의 단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학습 단계에서 ‘환각(hallucination)’이라 불리는 잘못된 답변을 할 때도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음악 파일, 이미지, 문서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경우 심각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AI는 인간에게 편향된 사고를 심어줄 위험이 있고, 딥페이크와 같은 윤리적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문제는 AI 그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핵심 쟁점은 바로 ‘인간’에 대한 고민이다. AI를 어떤 철학과 윤리적 관점에서 설계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악화될 수도 있다. 어떻게 AI를 다루느냐에 따라 인간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가 펼쳐질 수도, 반대로 AI의 명령에 인간이 따르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AI를 어떤 태도로 대하고,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첫째, AI는 ‘나만의 도구’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AI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용법을 잘 모르면 불편할 수 있지만, 그 기능을 잘 이해하면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림을 그려주는 도구(Mid-journey), 마케팅을 도와주는 도구(AIPRM), 저작권 문제없이 음악을 만들어주는 도구(SUNO) 등으로 활용하면 효율이 높아지고 새로운 창작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둘째, AI는 ‘나만의 튜터’다. AI는 특정 자격증을 따기 위한 독학 과정에서도 상위 30%의 성적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학습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싶은 지식을 물어보면 웬만한 질문에는 답해 줄 수 있으며, 검색보다 명료한 답변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더 나아가 ChatGPT를 이용해 특정 주제에 대한 나만의 AI 튜터를 만들 수 있다.
셋째, AI는 ‘나만의 팀원’이다. 학교에서 팀플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서로 도와 각자의 역할을 하며 팀워크를 통해 팀플의 성과를 창출할 것이다. 이때의 핵심은, 어떤 친구가 발표를 잘하면 어떤 친구는 발표 자료를 잘 만들고, 어떤 친구는 리서치를 잘해 서로 시너지를 내는 일일 것이다. AI는 팀플의 구성원처럼 발표 자료 작성(Gamma), 리서치(Claude) 역할을 하고, 나는 발표자가 되는 것이다. 혹은 내가 취약한 부분을 AI가 대신해 줄 수 있고, 오랜 시간 걸려 할 일을 AI가 단시간에 압축, 요약(Glarity)해 줄 수도 있다.
AI는 아직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잘못된 데이터나 편향된 정보가 입력되면 잘못된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크다. 또한, AI가 자동화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반자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실제로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생성형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도구라면, AI 에이전트는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고성능을 자랑한다. AI와의 관계 설정은 우리가 어떻게 AI를 ‘길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마치 ‘어린왕자’ 동화에서 여우와 어린왕자의 관계처럼, AI와 인간은 서로 이해하며 소중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을 것이다. AI와의 관계를 잘 맺기 위해, 일상에서 자주 AI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심지어 “오늘 점심은 뭐 먹었니?” 같은 사소한 질문도 좋다. 이렇게 작은 대화에서부터 AI와의 관계는 시작될 수 있다. ‘어린왕자’의 여우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윤영혜 (문화지식융합대학 글로벌MICE전공) 교수
출처 : 동덕여대학보(https://ddpress.dongd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