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길을 잃는 사람

일부러 길을 잃는 사람처럼 자꾸 길을 잃는다. 어젯밤 회사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길을 잃었다. 수많은 창문을 봤다. 방마다 주인을 지켜주는 하얀 불과 노란 불이 있었다. 꽃무늬 커튼과 하얀 블라인드, 창문 앞에 걸어 놓은 백팩이 방 주인의 생활을 지켜주고 있었다.

일부러 길을 잃은 사람처럼 길을 잃어도 좋아했다. 가지 않아도 됐을 길을 걸었다. 더 많은 풍경을 보게 됐다. 키워보고 싶었던 커피나무를 처음 보는 꽃집에서 발견했다. 오천 원에 샀다. 화분이 저렴했고 사장님이 친절했다.

일부러 길을 잃어 다음에 또 그 길로 갈 것이다.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에 길을 잃고 또 주위를 둘러보며 걸을 것이다. 꽃집을 제대로 찾아 또 다른 식물을 데려올 것이다. 흘러가지 않고 제대로 살피고 보살피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