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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영 May 28. 2015

카페 다이어리 1

애인 만들기


이 세상에서 제일 바보가 해보고 싶은 게 명백하게 있는데 그걸 시도조차 안 해보고 접는 거다.


  
‘성공’에 대해서 내가 언젠가 말했잖아.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건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은 기억을 공유하는 거라고. 남편이 있지 않냐구? 어휴, 그러니까 내가 너하곤 이런 말을 못한다니깐. 그럼 결혼해서 남편 사랑하면 성공한 거야? 남편은 남편이고, 남편은 이미 사랑하니까 제외하고 다른 사랑, 예를 들면 딴 남자. 그러니까 남자친구 말이야. 친구도 되고 애인도 되는 중간지점 어디쯤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구. 그래서 말인데. 나, 그거, 해볼까 해. 더 늦기 전에 쫌 놀아보려구.


  
비가 올 때, 우산이 있는데 안 쓰는 거랑 없어서 못 쓰는 거랑 다르다.
주말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땐 이따위 사심, 있었다.


    

사람들 많이 만나다 보면 아무래도 기회가 생길 거 아냐. 방구석에 처박혀서 백날 꿈꿔봐야 뭐하냐구. 버스 타려면 버스카드 들고 정류장엔 서 있어얄 거 아냐. 버스를 탈지 말지는 그때 결정하면 되는 거구. 그래서 카페 나가냐구? 뭐, 꼭 그 이유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기대도 있어. 지금 아니면 못 할 것 같기도 하고. 남편? 남편한텐 미안하지. 그치만 이해를 바라진 않아. 알면 기분 나쁘잖아. 그래서 그냥, 몰래 하려구. 하얀 거짓말, 사랑하는 사이에 꼭 필요한 그거, 나도 애용하려구.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사랑을 하고, 몰라서 자식에 연연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백 살? 요즘 같아선 오래 살고 싶은 생각도 없어. 최고의 질병이 장수라는 말, 맞지 싶구. 오래만 살면 뭐하니. 눈 앞에 놓인 일에 치여서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 먹고 자고, 이렇게 사는 게 다라면 인생 뭐 별거 있나 싶어. 사랑 나부랭이라도 부여잡고 싶단 얘기야. 가슴 좀 뛰고 싶다고. 그 달달한 설레임 말이야. 남편은 그거랑 다르잖아. 못됐다구? 그래, 못된 짓도 좀 하지 뭐. 그게 더 건강한 거 아냐? 아니라구? 몰라. 모르니까 한번 해 보구 또 얘기하자. 자꾸 그렇게 째려보면 얘기 안 할 거야. 


    

아르바이트 두 달째. 애인이고 나발이고 청소하다 진 다 빠져서 기어들어와 널브러진다.
내 체력이 꽝이란 걸 알았다. 몸이 따라줘야 뭘 하든가 말든가 하지. 에잇, 바부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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