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꿀맘 Nov 05. 2023

여보! 애들 참 잘 키웠다.

조금은 부족해도 괜찮아

"여보! 애들 참 잘 키웠다."


 저녁을 먹고 주방정리를 하고 있던 나에게 남편이 해 준 말이다. 우리집은 매일 정해진 루틴이 있다. 저녁을 먹고 엄마가 주방을 정리할 때면,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 숙제나 공부를 한다. 아이들이 잘 모르겠다고 하는 건 아빠가 도와준다. 처음에는 중구난방이었던 아이들이었지만 이제는 반복되는 일상에 어느정도 적응한 듯 하다. 어제 저녁을 먹고 스스로 책상에 앉는 아이들을 보며 남편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 여보! 애들 참 잘 키웠다. 고생했어. 애들이 스스로 앉아서 공부하다니!"


별거 아닌 말일 수도 있지만, 그 고생했어! 라는 말이 참 힘이 되는 하루였다. 엄마표를 하다보면 '이게 맞나? 나는 엄마표를 하기엔 많이 부족한 사람인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 참 많다. 가끔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아이를 보며 욱 하기도 하고 그 화를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결국 소리를 지르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엔 결국 '엄마가 미안해' 하며 서로 울고 껴안으며 마무리 하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의 부족함에 그만둘까? 그냥 선생님께 맡길까? 하는 순간들이 고비가 찾아온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조금씩 조율하다 보면 서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게 된다. 아직은 100% 자기 주도가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첫째도 둘째도 이제는 조금씩은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계획하고 해내가고 있다.



오늘의 할 일을 끝낸 아이들은 자기들의 방식으로 놀이를 선택한다. 요즘 우리 첫째는 모두의 마블에 푹 빠져있다. 한탕주의인 엄마와 본인이 부루마블의 전략가라고 우기는 아빠 사이에서 본인의 전략을 쌓아가는 중이다. 엄마 아빠가 주방정리를 하는 동안 스스로 자신의 할 일을 해주었기에 엄마 아빠도 저녁시간에 기꺼이 보드게임에 참여해준다. 아이는 엄마 아빠와 놀면서 다양한 것들을 배우게 된다. 나라이름, 국기 모양, 각 국가의 랜드마크, 이기기 위한 전력, 두 자리 수 연산 실력까지 놀면서 배우고 있는 것이다.


모두의 마블은 자신의 놀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둘째는 자신만의 놀이에 심취해 있다. 이 날의 둘째의 선택은 블럭놀이였다. 보드게임을 하는 엄마 아빠 옆에서 열심히 블럭을 쌓아가며 자신의 세계에 빠져있던 둘째! 만들다 보면 쓰러지는 순간도 많지만 이젠 다시 만들면 된다는 것을 알기에 크게 상심하지 않는다.


" 엄마! 나는 언니 방해 안하고 혼자 잘 놀았어!"


라고 뿌듯해 하던 나의 아가. 언제 이렇게 많이 커버렸는지.. 첫째는 항상 내 품안에 두고 키웠기에 하나하나가 다 기억이 나는데, 둘째는 언니에 치여 혼자 자란 것 만 같아 둘째의 성장에 가끔 울컥해올 때가 있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은 엄마지만 지금의 우리의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공부하면서 힘들었던 시간이 아니라 엄마, 아빠와 함께한 따뜻한 시간으로 남길 바란다. 아이가 부모를 위해 공부하는 아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또 한번 내려놓기를 다짐한다. 


오늘 하루도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줘야지! 

욕심내지 말자, 아직 우리의 시간은 많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7세 고시'를 아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