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을 쓰는 시인

by 노란고구마


밤새 내린 봄비가 만들어 놓은

미처 만개하지 못한 꽃잎무덤을

구름 뒤 햇살이 설익은 새벽녘

덤덤히 쓸어내는 빗자루 소리


발자국 남지 않게 부지런히

젖은 꽃잎들을 쓸어 담고

한낮이 돼서야 고개를 들어

거리에 기대 꺼내 든 책 한 권


투박한 손에 들린 얇은 시집

조심스레 한 장씩 넘기는 손길

어느 시인의 아름다운 시가 담겨

지긋이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눈길


고요히 이마에 맺힌 땀방울

지나가는 바람이 슬쩍 닦아주고

서두르느라 목말랐던 마음에

잔잔히 스며드는 깊은 미소


잠시 멈춘 순간의 틈 사이에

온전히 누린 그만의 세상이 있어

현실의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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