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없이 시작한, 작은 브랜드의 해외 진출

K-브랜드가 주목받는 지금, 시작을 고민 중인 분들께

by 최용경

여러분에게 2025년은 어떤 한 해로 기억되시나요? 스몰브랜더의 2025년은 꽤나 분주하게 흘러간 한 해였습니다. 망원동에 작은 무인 서점을 열었고, 연례행사인 '작은 브랜드의 밤'을 조금 더 확장해 작은 브랜드 마켓을 함께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한 해 동안 총 14편의 스몰레터를 발행하며 다양한 작은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전했고, 수십 개의 멋진 스몰 브랜드와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갔습니다. 여기에 스몰브랜더의 세 번째 정규 팀원, 콘텐츠 마케터 소연님이 합류하며 팀도 조금 더 단단해졌고요.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는, 작은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함께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국내에서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업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현지에서 첫발을 내딛는 작은 브랜드들과 함께 ‘첫 삽’을 뜨는 시간을 보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스몰브랜더가 2025년에 직접 경험한 작은 브랜드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합니다. 글로벌 진출이라고 하면 많은 자본과 복잡한 절차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오늘 소개할 사례들은 오히려 큰 비용 없이 시작한, 실험에 가까운 도전들이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결코 결과도 가볍지는 않았어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이 작은 시도들이 이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도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브랜드의 해외 시장 진출 방식을 하나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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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01 오감소 Click


해외 진출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아마존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 생각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스몰브랜더가 직접 경험한 작은 브랜드들의 사례를 돌아보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 판매만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경우는 생각보다 매우 드뭅니다. 오히려 해외 시장에서는 우리 제품을 대신 소개하고 판매해줄 B2B 유통 파트너를 먼저 만드는 일이 훨씬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죠.


국내에서도 B2B 유통 파트너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은데, 해외 파트너는 대체 어떻게 만나야 할까요? 싱잉볼 하나에 집중해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오감소'의 사례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오감소는 스몰브랜더와 함께 뉴욕 방문을 준비하며, 싱잉볼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뉴욕의 파트너들을 엑셀 시트로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요가 스튜디오, 어린이 교육 센터, 소악기를 취급하는 숍, 앤틱 소품을 판매하는 부티크 숍까지. 각 파트너의 특성에 맞춰 제품 소개와 함께 관심을 가질 만한 거래 조건을 간단히 정리했고, 뉴욕 현지에서의 미팅 제안을 덧붙여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메일 발송은 무료인데다가, 미국의 물가와 환율을 고려하면 잃을 것 없는 시도이기에, 망설이기보다는 먼저 움직이는 선택을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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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어땠을까요? 오감소는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위치한 한 부티크 숍과 정식 입점 계약을 확정 지었습니다. 뉴요커들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오가는 맨해튼에서, 오감소만의 작지만 확실한 무대를 만든 셈이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결국 길은 직접 움직이는 사람이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깔끔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Brand 02 왁싱랩 Click


오감소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 매장 입점에 성공한 사례였다면, 슈가링 왁싱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프리미엄 남성 왁싱샵 '왁싱랩'은 전혀 다른 방향의 글로벌 유통 파트너를 선택했습니다. 커피숍에 원두를 공급하듯, 전문가용 왁싱 제품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왁싱숍'을 주요 파트너로 설정한 것이죠.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유통인 만큼 더욱 다각도로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납품하는 것을 넘어, 파트너 교육은 어떻게 진행할지, 특정 지역에 독점 유통권을 부여할지, 전문가용 제품과 고객 판매용 제품을 어떻게 구분해 제안할지와 같은 보다 입체적인 설계가 필요했던거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왁싱랩이 가장 집중한 것은 다름 아닌 상세한 '브랜드 제안서'였습니다. 제품 설명이나 단순한 거래 조건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면 되는지, 기존 슈가링 왁싱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실제 숍 운영에서 어떤 장점으로 작용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제안서는 4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었고, 하나의 기준 자료로 활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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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싱랩은 이 제안서를 이메일로 전달하며 뉴욕 방문 일정도 함께 공유했고, 미팅을 희망하는 숍들과 직접 만남을 가졌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메일 회신이 오지 않았지만 꼭 만나고 싶었던 숍에는 직접 고객으로 방문해 왁싱 서비스를 받는 방식까지 시도했습니다. 왁싱을 받으면서 이미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언급했고, 그 자리에서 약 두 시간에 걸친 깊이 있는 미팅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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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실함으로, 왁싱랩은 미국에서 이미 슈가링 왁싱 서비스를 운영 중인 숍들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 여러 개의 스킨케어 숍을 운영하며 왁싱 서비스 확장을 고민하던 파트너와도 본격적인 유통 계약을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진출이 반드시 대규모 자본이나 복잡한 구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제품이 가장 잘 쓰일 수 있는 현장을 정확히 정의하고, 그 대상에게 맞는 방식으로 제안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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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03 감자밭 Click


글로벌 진출과 동시에 끈끈한 팬층을 만들어낸 브랜드도 있습니다. 감자빵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 '감자밭' 이야기입니다. 감자밭은 일본을 대표하는 백화점 중 하나인 이세탄 백화점에서 장기 팝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연 매출 300억 원을 기록하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이지만, 일본에는 처음 소개되는 만큼 현지 고객들에게 감자밭을 알릴 수 있는 명확한 소통 창구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감자밭은 스몰브랜더와 함께 전략을 고민했고, 브랜드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숏폼 영상과 한국 고객들이 실제로 감자빵을 다양하게 즐기는 모습이 담긴 리뷰 사진을 중심으로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감자빵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식감과 맛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을 좋아하는지 등을 감자밭 특유의 귀엽고 친근한 톤앤매너로 풀어낸 것입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계정 개설 후 불과 3개월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5,000명을 넘어섰고, 게시된 영상 중 하나는 28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일본 고객들이 댓글을 통해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참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관심은 곧바로 오프라인으로 이어졌고, 감자밭의 백화점 팝업은 점점 더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팝업 지점을 추가로 확장하는 성과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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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 현지 고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수많은 설명보다 한 장의 사진과 한 편의 영상이 브랜드를 훨씬 빠르게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 브랜드에 이미 반응하고 좋아하는 해외 고객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현지의 B2B 파트너와 유통사들은 브랜드를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감자밭은 초기부터 콘텐츠를 영리하게 활용하여 글로벌 팬층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Brand 04 아틀리에 다린 Click


감자밭처럼 꾸준히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아틀리에 다린'의 사례를 참고해보셔도 좋습니다. 아틀리에 다린은 한국 전통 건축물과 예술품에서 영감을 받아 실버 주얼리를 제작하는 브랜드인데요.


아틀리에 다린은 KOTRA가 주관하는 ‘뉴욕 한류 박람회’에 부스로 참여하며 미국 시장과 처음으로 본격적인 접점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대형 박람회에 참여하면서도 명확한 마케팅 전략 없이 현장에 서는 브랜드들이 의외로 많은데요. 아틀리에 다린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참여하는 자리인 만큼, 단순히 전시에 만족하지 않고 어떤 성과를 만들 것인지부터 명확히 정의했습니다.

식품이나 뷰티 브랜드처럼 샘플을 나눠줄 수 없는 데다, 제품 객단가가 200달러에 가까운 주얼리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해 아틀리에 다린은 즉각적인 구매 전환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바로, 박람회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 팔로워 전환’을 1순위 목표로 삼은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면 한국 전통 그림이 담긴 스티커나 키링 등을 랜덤으로 뽑을 수 있는 가챠 이벤트를 기획했고, 부스 경험 자체를 하나의 재미있는 콘텐츠로 설계했습니다.


오프라인 전략에 맞춰 온라인에서도 마케팅을 촘촘히 진행했어요. 아틀리에 다린은 스몰브랜더와 함께 뉴욕에 거주하는 패션 인플루언서들에게 DM을 보내 제품을 제공했고요. 약 10만 원 수준의 소규모 메타 광고도 집행했습니다. 한국에서 효과를 봤던 마케팅 방식을 그대로 뉴욕 현지에 적용한 셈이죠. 거창한 현지화 전략보다는, 이미 검증된 방식으로 빠르게 반응을 확인하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방식이 과연 현지에서도 통할까?”라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습니다. 박람회 기간 동안 아틀리에 다린의 부스 앞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줄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틀 만에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수백 명의 해외 팔로워가 새롭게 유입되었습니다. 부스에 사람이 몰리면서 제품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고, 예상보다 많은 판매 전환까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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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박람회가 끝난 이후에도 효과가 계속됐다는 것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고객들이 아틀리에 다린의 자사몰에서 결제를 시작하며 새로운 고객층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반드시 대규모 예산이나 복잡한 전략에서 글로벌 진출을 시작하기보다는, 명확한 목표 설정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경험과 온라인 접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죠.






뉴스레터에선 4개의 브랜드만 소개했어요.

정부지원을 받아 대규모 행사에 참여한 브랜드

해외에서 '먼저' 찾아오게 만든 브랜드

직접 '소규모 행사'를 개최한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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