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하게 원하는 길을 개척한 1호 제로 웨이스트 카페 ‘얼스어스’의 비결
2024년의 마지막 날 보내는 스몰레터입니다. 연말이면 늘 그렇듯 오랜만에 안부를 전하고 싶은 분들이 떠오르는데, 올해는 유독 무거운 소식들이 많아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부디 여러분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스몰브랜더'는 올해 정말 많은 분들과 귀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작은 브랜드 운영자부터 예비창업자, 대기업 임직원, 창작자까지 다양한 분들을 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띈 분들이 계셨습니다. 바로 자신만의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자유롭게 도전하시는 분들이었죠. 이런 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위로만 자라나는 튼튼한 거목이 아닌 자유자재로 뻗어나가며 서로 연결되는 넝쿨 나무가 가진 생존력과 가능성을 보는 기분이었죠. 여전히 2인으로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는 '스몰브랜더'에게 이런 분들의 존재는 늘 새로운 영감과 기대가 됩니다.
오늘 스몰레터에서 소개할 '얼스어스' 길현희 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로 웨이스트'란 말조차 생소하던 2017년, 일회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카페로 문을 연 '얼스어스'는 7년째 자신만의 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픈 당시 연남동에서 가장 긴 줄을 세우는 카페일 정도로 인기였고,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반가워하는 단단한 팬층을 보유한 브랜드로 성장했죠. '얼스어스'의 여정은 임팩트 비즈니스를 꿈꾸시는 분들은 물론, 모든 작은 브랜드 관계자분들께 의미 있는 영감이 될 것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찬찬히 읽으며 한 해의 마지막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1.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데도 고객을 줄 세우는 카페의 비결이 궁금했어요.
'얼스어스'에서 디저트를 포장하려면 필수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다회용기를 직접 가져와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하루 포장 매출만 1000만 원을 기록할 정도로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얼스어스'가 가진 독특한 매력을 살펴봤어요.
2. 2만 팔로워의 홈카페 음료 레시피 계정으로 시작한 '얼스어스'의 마케팅 전략을 물어봤어요.
'얼스어스'는 카페를 오픈하기 전, 홈카페 음료 레시피 영상으로 6개월 만에 2만 팔로워를 모으며 화제가 됐다고 해요.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팬층이 유지되는 것은 분명 특별한 마케팅 전략 덕분일텐데요. '얼스어스'만의 특별한 마케팅 전략을 파헤쳐봤습니다.
3.'가치'와 '수익' 사이, 7년간 균형을 지켜온 임팩트 비즈니스의 생존법을 들어봤어요.
'스몰브랜더'가 만난 많은 임팩트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바로 가치 실현과 수익 창출 사이의 딜레마입니다. 톤28, 어글리어스, 쉘코퍼레이션처럼 이 균형을 성공적으로 맞춘 사례도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위기 속에서 '얼스어스'는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했을까요?
다회용기에 케이크 포장을 하는 '얼스어스'의 문화는 사실 고객님들이 직접 만들어주신 문화예요. 2017년 11월, 카페를 오픈한 후에 얼스어스의 '크림치즈 케이크'에 대한 후기가 점차 늘어나면서 케이크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케이크가 동나면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실 정도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죠.
'얼스어스'는 빨대, 일회용컵 등의 일회용기를 일체 쓰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카페(Zero Waste Cafe)'이기 때문에 포장을 원하시는 고객분들께 죄송한 거절의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었는데요. 한 손님께서 "그릇을 가지고 오면 포장이 되나요? 그러면 가지고 올게요."라고 말씀하시는거예요. 그리고 그릇에 포장해가신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주셨어요. 비슷한 일화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다회용기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얼스어스 포장’이라는 키워드가 얼스어스의 연관 검색어가 될 정도로 말이죠.
어느날은 한 남성 고객분께서 저희 케이크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커다란 중식 프라이팬인 웍에 케이크를 포장해가셨어요. 그 모습이 너무 따뜻하고 귀여워서 인스타그램에 올렸거든요. 그게 한 번 더 소문이 나면서 얼스어스의 다회용기 포장 문화가 더욱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 같아요.
얼스어스를 많이 알린 시그니쳐 메뉴인 꾸덕한 '크림치즈 케이크' 뿐만 아니라, 새콤한 '요거트 케이크'가 꽤나 인기를 얻은 덕분입니다. 최근에 고객들을 대상으로 케이크 선호도 조사를 했는데요. 크림치즈보다 요거트 케이크가 좋다는 분들이 더 많아서, 왠지 모르게 서운한 마음도 들더라구요. (웃음)
2022년 크리스마스에 연남점과 서촌점을 합친 케이크 매출이 2000만 원이었습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저희 케이크를 찾아주시는 고객님들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초반에는 케이크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친환경 취지에 공감하시는 분들의 비율이 8:2 정도였어요. 대부분 얼스어스의 '맛'에 반해 찾아주신거죠. 그래서, 운영에 약간의 애로사항도 발생했었는데요. 예를 들어, 디저트 포장이 안 된다고 하면 기분 나빠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친환경 미션을 가진 브랜드인것만으로도 '가르치려 드냐'고 불쾌해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러다, 2018년에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과 관련한 뉴스 보도가 많아지면서, 많은 분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가 생겼어요. 그러면서 디저트 때문에 얼스어스를 찾아주시는 고객들과 환경에 관심을 가지는 손님들 사이에 교집합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케이크도 좋아하지만, 지구에 적은 영향을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얼스어스'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죠. 얼스어스의 친환경 미션에 대해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고요. 얼스어스의 운영 취지에 대한 혼선도 크게 줄었습니다.
마치 비주류였다가 주류가 된 느낌이었어요. 국내에서는 '환경'이라는 이슈가 별로 주목받지 못했는데 주요한 안건으로 떠오르면서, 얼스어스의 메시지가 가지는 힘이 더 강해지는 느낌이었거든요. 작은 좌절들이 있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희망적인 생각을 많이 했죠. 얼스어스도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거든요. 조금씩 조금씩 제로 웨이스트로 나아가고 있는 건데, 제가 내뱉은 말 때문이라도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창업을 꿈꿔본 적이 없어요. 광고학과를 전공한 저는 오히려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진심이었습니다. '얼스어스'라는 이름도 대학 시절에 지은 온라인에서의 활동명이에요. 정경아 네이미스트님의 특강을 들으며, 꽤나 진지하게 지은 이름이죠. 이게 브랜드명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대학 졸업 후 처음 입사한 광고 회사에서 페이스북에 '꿀팁'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일을 맡았어요. 워낙 맛있는 음식에 진심인데다가 카페 아르바이트를 오래했기 때문에, 홈카페 음료 레시피를 소개하기로 했죠. 당시에 카페에서 로고가 찍힌 홀더에 종이컵을 담아주는 게 유행처럼 번졌는데요. 매장에서 최대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길 바라는 '소비자'의 마음으로, ‘예쁜 잔에 담아 마시는 게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어요. 그런데, 초반부터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음료 제조 과정도 짧은 영상으로 촬영했고 그 중 하나를 제 인스타그램 계정인 '얼스어스'에도 업로드 했습니다.지금은 숏폼 영상이 워낙 흔하지만 2017년에는 숏폼 영상의 개념도 생소했는데, 100개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이 좋은거예요. 많은 분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영상을 올렸고, 얼스어스 계정의 팔로워가 6개월만에 1,000명에서 2만 명으로 늘었어요.
'직접 카페를 열어 콘텐츠를 만들면, 메시지를 조금 더 제대로 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분간은 월급을 벌지 못해도, 월세와 대출 이자를 낼 정도의 매출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무지에서 비롯한 용기였던거죠.
Q. 우려와 달리, 오픈 초기부터 고객이 많이 모였다고요.
카페를 열려고 계정을 키웠던 건 아니지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했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계정 운영을 열심히 했어요. 덕분에 얼스어스의 '팬'을 충분히 모을 수 있었고요, 오픈하자마자 연남동에서 대기 줄이 가장 긴 카페가 되었습니다.
저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순간에 먹는 것을 좋아해요. 슈크림 빵에 슈크림이 부족하다면 따로 크림을 발라먹을 정도죠. 당연히 손님들에게도 커피나 디저트가 가장 맛있는 상태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거든요.
손님 두 분이 주문한 음료가 크림라테와 아메리카노로 각각 다르면, 두 메뉴가 동시에 완성될 수 있도록 속도를 맞춰요. 그리고, 손님이 직접 카운터로 메뉴를 가지러 오는 서촌점의 경우, 손님이 걸어오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미리 벨을 눌러두고 마지막에 크림을 올립니다. 집에서 내가 크림라테를 마시면, 크림을 올리고 1초 후에 마실테니 이를 고객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는겁니다.
물론 카페를 운영할 때 효율은 무척 중요해요. 그런데, 효율을 위해 맛을 타협하지는 않아요. 그 정성이 고객들에게 전해져서 입소문이 난 것 같아요.
저희도 너무나 하고 싶어요. 뜻이 맞고 많은 고객에게 알려질 기회는 당연히 좋죠. 사실 백화점 팝업 행사나 쇼룸 런칭 차원의 협업 의뢰가 몇 번 들어오기도 했는데, 진행되지는 않았어요. 일회용기를 일체 쓰지 않는다는 저희 철학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느껴지셨는지 진행을 포기하시더라고요.(웃음)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를 더 많이 알리자고 저희 철학과 반대되는 일회용기 사용을 할 수도 없죠. 얼스어스의 다회용기 사용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해당 콘텐츠에는 인터뷰의 약 50% 질문만 소개했어요. 스몰브랜더의 멤버십에 가입한 후 콘텐츠 전문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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