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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uwinetasting Sep 29. 2023

2008 빈티지 샴페인이 뭐길래?

와인취향

샴페인은 크게 특정한 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만드는 빈티지 샴페인(vintage champagne)과 여러 해에 걸쳐 수확한 포도를 사용해 만드는 논 빈티지 샴페인(non-vintage)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요즘은 멀티 빈티지 샴페인도 있어서 레이블에 적힌 숫자로 베이스 빈티지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논 빈티지 샴페인은 보통 샴페인 하우스의 엔트리 샴페인으로 빈티지 샴페인보다는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반면에 빈티지 샴페인은 매해 양조하는 것도 아니고 논 빈티지 샴페인보다 더 오래 숙성을 거친 후에 시장에 출시하기에 가격도 비싸고 숙성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논 빈티지 샴페인보다 빈티지 샴페인이 더 비싸고 좋을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는데 유독 2008 빈티지 샴페인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논 빈티지 샴페인보다 빈티지 샴페인이 더 비싸고 좋을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는데 유독 2008 빈티지 샴페인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빈티지 차트(vintage chart)에서 일부 찾아볼 수 있다. 빈티지 차트는 매해 와인 산지별로 와인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는데 그 해 날씨 등이 포도에 미친 영향, 특정 포도 품종에 대한 정보, 작황, 시음 적기 등을 설명하고 점수를 부과하는 등 빈티지 평가 자료로써 활용할 수 있다.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로버트 파커의 와인 애드버커트(Wine Advocate), 와인 스콜라 길드(Wine Scholar Guild), 와인 엔투지애스트(Wine Enthusiast) 등에서 빈티지 차트를 찾아볼 수 있다.


[2008 빈티지 샴페인에 대한 평가]                    



100점(또는 별 다섯 개) 만점 기준으로 보면 2008 빈티지 샴페인에 부여한 점수가 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지금 마셔도 상관없지만 오랜 숙성 후에 마시면 더 좋아질 것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2008년은 어떤 해였을까? 포도가 자라 수확하는 시점까지 날씨는 매우 중요하다. 2008년 봄은 서늘하고 습했지만, 여름에는 해가 쨍하면서 따뜻했다. 그 결과, 포도는 천천히 성장하면서 제대로 익고 충분한 아로마를 품을 수 있었다. 샴페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산도인데 서늘한 저녁 덕분에 포도는 자연스럽게 산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포도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니 포도 품질은 말할 것도 없고 경쾌한 산도와 다채로운 아로마로 인한 복합미,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추었다. 다시 말해, 클래식한 샴페인의 요소를 모두 갖춘 셈이다.


삼박자를 갖춘 (혹은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샴페인에 대한 기대감, 샴페인 하우스 저마다의 자부심과 유명한 비평가 또는 와인 시음 팀이 내놓은 찬사가 가까운 평가를 보면 2008 빈티지 샴페인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작황도 좋다고 했으니, 시장에 꽤 많은 물량이 나왔을 것이지만 요즘 2008 빈티지 샴페인 찾기가 쉽지 않다. 좋다는 말은 자꾸 들려오는데 사지를 못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샴페인 애호가들은 진작에 2008 빈티지 샴페인 수집에 나섰을 것이고 샴페인을 마셔본 사람들은 ‘조금 더 사서 셀러에 넣어둘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한다. 게다가 와인 투자에 밝은 사람들은 (저는 아닙니다만) 2008 빈티지 샴페인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단단히 준비(?)했을 수도 있다.            

                                            

떼땅져 꼼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 2008은 단순히 좋다는 말 이상으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샴페인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나도 제임스 써클링(James Suckling)이 100점을 준 떼땅져 꼼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 2008(Taittinger Comtes de Champagne Blanc de Blancs 2008)을 마셔봤다. 완벽한 블랑 드 블랑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30년은 거뜬히 숙성이 가능하다는 그 샴페인말이다. 단순히 좋다는 말 이상으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샴페인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말이지요. 밸런스가 좋은 2006 빈티지, 장기 숙성형 2008 빈티지 샴페인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2009 빈티지 그리고 2002 빈티지 샴페인과 견주어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2012 빈티지 샴페인까지. 2008 빈티지 샴페인 말고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샴페인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물론, 2008 빈티지 샴페인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의견에는 찬성표를 던진다.




*<마시자 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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