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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Feb 29. 2020

아가와 외출(코로나 19)

외출 준비로 아가의 젖병, 분유, 보온병,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기저귀 등이 담긴 가방을 메고 아가는 꽁꽁 싸매 유모차에 태운다.
2시간 전에 모든 외출 준비를 마치고 방심한 사이에 아가의 응가 파티가 시작되어 옷을 다 벗기고 씻기고 다시 시작했다. 다른 엄마들 같으면 외출하지 말란 신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주일 정도 집에만 있었고 오늘 꼭 보내야 할 택배도 있으니 안 나갈 수가 없다.
외출해 김밥 1줄과 커피 1잔, 그리고 살림에 필요한 테이프, 식초 등등을 사 와야 한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손 소독제, 장갑 등을 챙기고 목도 따뜻하게 보호하고 마스크도 착용했다.
며칠간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떠들썩해 나를 비롯한 아가 엄마들 전국의 모든 직장인들, 남녀노소 누구나 마스크 주문으로 손소독제 주문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어느 유튜브 채널에서 우한시를 촬영하며 며칠 동안 집에서 나오지 않을 생각으로 장 보러 가는 장면을 보여준 것이 생각났다.
얼굴에는 마스크를 여러 장 덧대고 비닐장갑을 끼고 상품을 담을 캐리어를 끌고 가는 모습을...
나도 그 마음 같았다.
아가와 나는 안전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만약을 대비해 연습 중이다 라고... 생각하며 비장한 각오를 다진다. 유모차를 끌고 거리에 나가니 아가 엄마가 왜 나왔을까,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인 건가 모두들 외출해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평소와 같은 일상을 지내고 있었다.
진작 나왔어야 하나, 왜 이렇게 태평한걸가. 이제 막 5개월이 지난 우리 아가는 면역력이 약할 수 있고 질병으로부터 취약한 존재니 당연한 건데...
성인과 어린아이는 다른 존재니까 더욱더 조심해야 하는 상황인 거다.
오늘의 미션으로 분식집에 도착, 김밥을 주문해놓고 나온다.
손님이 많으니 마트에 들렀다 오면서 포장된 김밥을 가지러 올 생각으로 길을 나선다.
메모한 구매 목록을 계산하는데 배가 고픈지 아가가 한참을 운다.
“그래, 아가야 가자, 가자”
어르고 달래며 유모차에서 꺼내 줄 순 없다.
서둘러 분식집으로 다가가 김밥을 계산하려는데 잠깐 세워둔 유모차에 5살쯤 돼 보이는 아이와 아주머니가 다가와 말을 건다.
아마도 어린 아가가 신기하겠지. 그나저나 지금처럼 서로 조심해야 할 시기에 다가오다니... 아이의 호기심이 일어 보여주고 싶겠지만 2미터 남짓 떨어진 거리에서 설마 유모차 덮개를 열진 않겠지 생각하며 바라보았다.
다행히 그저 말로만 이야기하고 아는 척해주어 얼마나 고맙던지... 안녕히 계세요, 크게 인사하고 단골 커피가게로 향한다.
아니 이곳은 테이크 아웃 전문점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자주 가는 커피집에 테이블이 많지 않은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나는 주인 분과 이야기 나누길 좋아하는 사이인데 오늘은 아가도 칭얼거리고 사람들도 많아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가가 울어 나는 유모차를 끌고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조심, 바쁘고 급할수록 조심조심, 혹시나 바이러스를 만질지 모르니 팔꿈치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집 앞에 와서야 안정감이 들었다. 집에 잘 도착했다.
아가야, 안녕, 집도 안녕... 다시 만나 반갑다.


- 몇주 전에 써둔 인데 현실은 더 어두워졌네요. 현실이 밝아질 수 있도록 좋은 글을 써야 할 것 같아요. 모두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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