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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Mar 06. 2020

비상, 비상! 열나는 아기

어제는 아가의 예방접종을 하고 왔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소아과 방문을 미루다 아가 피부도 그렇고 친정엄마가 말씀하신 아기 다리 휘어짐에 대한 답이 필요했기에 서둘렀다.


어느 병원을 갈까 한참 고민했다.

지인에게 추천받은 영유아 검진으로 유명한 먼 거리의 병원, 지난번 다녀온 아들을 키우시는 1년에 한 달은 봉사를 가신다는 병원, 그리고 아토피를 잘 본다는 병원, 마지막으로 신생아 때부터 다닌 병원.


남편이 바쁜 틈에 와준 거라 가장 가까운 아가 때부터 다닌 병원으로 향했다.

혹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을까 아가도 나도 마스크로 무장하고 집을 나섰다.


병원 건물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웬 남자분도 같이 타는 거다.


소아청소년과라 성인도 오는 게 당연한 건데 그래도 혹시나 우리끼리만 가고 싶었다. 

많고 많은 시간 중에  하필 지금이라니...

괜스레 긴장하며 마스크를 놓을 수가 없었다.


영유아 검진만 받으려 했는데 병원을 자주 올 수 없으니 예방접종 주사도 기로 했다.


간호사 분이 4방 다 맞길 추천하셨는데 아프지 않을지 물어보니 오히려 여러 번 나누면 아기가 더 아플 수 있다며 이야기하셨다.


평소 같으면 나누어 맞을 텐데 병원에 자주 오는 것도 어려운 시기라 한 번에 4방의 주사를 다 맞기로 했다.


아가는 씩씩하게 맞았지만 으앙 울기도 했다.


그렇게 별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다.

아침에 아가 코를 확인하니 콧물이 좀 맺혀있었다.


아이들의 경우 코감기가 아닌데 코가 나오는 건 열이 날 때가 그렇다.(의학적 소견은 아니고 많은 아이들을 만난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체온을 측정하니 37.4도, 아직은 괜찮지만 평소 37도를 넘는 일이 드문 우리 집 아가에게는 비상이다.


해열제를 확인하고 혹여나 있을 상황에 대비해 병원 전화번호도 알아둔다.


아니나 다를까 아가는 37.8 , 38.1... 점점 고열로 넘어간다.

약국에선 38도가 넘으면 해열제를 먹이라 했지만 해열제에 익숙해지는 걸 선호하지 않아 선배맘들은 어떻게 하는지 알아봤다.

사람마다 다른 대답을 했는데 38.3, 38.5도가 넘으면 먹이는데 6개월 아가는 말을 못 하니 힘듬이 가늠이 안될 수 있다.

38도가 넘으면 먹였다고 한다.

어떤 엄마는 해열제 대신 유산균을 많이 먹였다고 했다.

검증이 안된 부분은 거르고 사실만 따르기로 한다.


그리고 아가반 선생님으로 많은 아이들을 만난 경험이 있기에 크게 떨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내 아이는 달랐다.

혹여나 까먹을까 체온 측정은 5분에 한번씩 했고 아가를 데리고 방에도 갔다 거실에도 갔다 불편한 마음이 가득했다.


수건을 미온수로 적셔 마사지도 해주고 옷을 벗겨 조끼를 입혀두었다.

갖은 방법을 다 써봤지만 더 이상 해열제 복용을 미룰 순 없었다.


아픈 아가에게 해열제를 바로 먹이지 않고 고통의 시간을 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 후로도 한동안 아가는 힘듬을 표현하며  엄마인 내 품에 꼭 안겨 잠이 들었다.


든 아가를 보고 있자니 이내 창가 너머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식탁에 어지럽혀진 약도 치워야 하고 아가 장난감도 담아두어야 하는데 오늘은 아가와 낮잠을 자야겠구나.


엄마 손을 꼭 잡고 자는 아기는 나에게 급할 것도 그리 필요한 것도 없이 엄마 품이 최고라고 말하는 듯 했다.


오동통 팔다리를 가진 아가야, 열나는 거 견디느라 참 힘들었지.


이겨내 주어 고마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 작성한 글이 날아가서 다시 썼는데 처음 작성한 그 느낌이 안나네요.


육아와 가정경제를 책임지시는, 또는 공부하시는...

분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편안한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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