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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Apr 07. 2020

아가와 함께 새 집으로

저희 이사했습니다!


다행히 이사 당일에는 어머님이 맡겨주신다 하여 하루 종일 먼지 구덩이 같은 집에서 아기를 떼어놀 수 있었다.
새벽에 아기를 데리고 어머님 댁에 갔다가 다시 오게 되면 바뀐 환경 탓에 불편할 것 같아 이전날 어머님 댁에서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이사할 집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어머님 댁에는 허리 아프실 어머님을 조금 쉬게 할 각종 육아 템을 가져다 놨다.
자리에 앉아서 하는 쏘서, 이곳저곳 아기가 타고 다닐 수 있는 보행기, 모빌이 있는 매트까지 몇 가지를 갖다 두니 내 마음이 흡족했다.
장난감 대여 사이트에서 커다란 집도 주문했는데 이사 당일에 오지 않고 며칠이 지나 도착해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어머님께서는 자꾸 짐이 늘어난다며 싫어하셨지만 이렇게라고 하지 않으면 혼자 아기를 보는 것이 어려우실 것 같았다.
어머님은 아기에게 엎어주는 것이 자신의 무기라며 엎어주면 잠도 잘 잔다고 하셨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사 전 날 남편이 이사할 집에서 잠을 잤기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일, 할게 산더미처럼 많았다.
남편이 잠시 미워지려고 했다. 남편을 둔 아내들은 누구나 그러하리라.
그렇게 뾰족한 마음을 갖고 이사 날 아침을 맞이했다.
건조기에 들어있는 빨랫감을 봉투에 넣어두고 미리 정리해 비닐을 씌워둔 아기 장난감은 한쪽으로 몰아뒀다.
화장대 위에 올라와있는 물품 등은 가지런히 정리해두었고 버릴 것들은 미리 버려둔 상태다.
아기가 있는 집이니 어느 업체와 일하는 것이 수월할까 싶어 찾아봤는데 내가 찾은 업체는 우리 지역에서 유명한 이사업체에서 새로 차린 신생업체라 가격이 저렴했고 이사 후 정리정돈까지 잘해준다고 하여 입소문이 자자했다.
나는 아기와 함께 정리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 최대한 업체의 도움을 받기로 생각하고 선정한 곳이었다.
이사 팀장님이 오셔서 “처음 이사시죠?” 묻길래

“네, 결혼하고는 처음이네요” 대답했다.
“마음을 릴랙스 하게 하세요” 하길래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내 눈과 귀는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움직였다.


어느 집이나 그렇겠지만 가구나 집안에 가지는 애정이 있지 않은가.

내 가구들은 모양이 사랑스럽다거나 형태가 예쁘다기보다 묵직하고 어두운 색깔이라 믿고 아끼는 것들이라 어디가 고장 나도 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하나라도 흠집이 날까 싶어 이곳저곳 보고 이사 업체에서 물어보는 것도 답하느라 다리는 천근만근 짐들이 하나씩 사라질 때쯤 내 다리도 쉬고 싶어 했으나 앉아있을 때가 없었다.


이래서 릴랙스 하게 있으라고 했구나, 이제부터 시작인데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짐들을 모두 빼고 이사할 집에서 안녕, 인사하고 새로 갈 집으로 가기 전 식사시간이었다.
하루 반나절 서있다 보니 힘들어 남편이랑 맛난 거 먹자던 것도 잊어버리고 후다닥 음식 포장해서 아기가 있는 어머님 댁으로 갔다.
아기는 엄마가 고팠는지 반가워해 달려가 안아주고 수유도 하고 잠시 누워있기도 했다.
몇 달간의 아기 엄마 생활은 내 체력에도 변화를 주었다.
무얼 잠깐 하는 게 어려웠고 집중해서 하려니 체력에서 지쳤다.
이제 후반전인데 오후에는 남편도 없고 나 혼자 가구 배치를 해야 하는데 어쩌나 싶었다.
 
 - 저희 이사했어요. ^^

이사하고 이제 보름 정도 지났습니다.

정리할 게 산더미이지만 어떻게 끝났나 싶어요.

이사 후 저희 집 거실 사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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