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저분함의 평화
내가 가장 못하는 일은 정리와 청소다. 엄마는 내 방에 들어와서 매일 같이 방이 이게 뭐냐고 한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내 방의 모습을 존중하기 시작했다. 옷가지는 의자에 겹겹이 쌓여 있고 책들은 책상 한 귀퉁이에서 먼지와 함께 쌓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집에 와서 가장 편안한 공간은 이 너저분한 것들이 여기 저기 널려있는 지금의 내 방이다.
어렸을 때부터 정리정돈엔 자신이 없었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 당시 나의 방에는 블록들이 가득차 있어 발바닥을 댈 여유공간이 없었다. 그것이 그 당시에는 한 번도 지저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내 방이 좁다고 생각했을 뿐. 새로 이사가게 되면 꼭 다시 정리해야지를 수도 없이 반복하지만 나는 여전히 방이 좁다는 핑계로 한가득 먼지와 함께 물건을 쌓아두고 있다. 차마 버리지 못하는 물건과 잠시 기억 속 끝에 묻어둔 물건들이 뒤섞여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방냄새를 직접적으로 맡을 수 없지만 어쩌면 내가 헌 책방과 헌 책의 냄새를 좋아하는 건 아마 이런 이유가 뒷받침하고 있지 않나, 라고 넘기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꼭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혼자 쓰는 방은 늘 채워지지 않는 공간들이 있다. 어떤 것으로 채우려고 해도 비어있게 되는 공간. 나는 그 빈 틈에 바람결이 스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혹은 이미 손님이 가득 찬 방처럼 가득 메우곤 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은 어디론가 떠나버릴 사람, 이미 떠나버린 사람의 공간인 것만 같아서.
내 방은, '나만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나의 모든 것'이 함께 하는 마음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곳일지도 모른다.
고마워, 함께 해줘서-
앞으로도 내가 되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