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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 : 매드가 놓친 친절의 끈

18화

by 현영강

짤막하게 이어진 대화는 어떠한 발자취도 남기지 않았다. 두 사람의 그림자 끝단이 사라지는 무렵에는 마치 없던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가는 길목 방향으로 램프를 들고 서 있던 키는 몸을 돌려 매드가 남긴 수레를 비추었다.


「지난번보다 많은 사람이 깨어 있습니까?

칠흑과도 가까운 숲길에서 매드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래,

아마 마을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깨어 있을 거야.」


멀리서 불빛이 일렁였다. 횃불을 든 사람이 대강 잡아도 일곱은 넘어 보였다. 그늘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뭡니까?”


꽉 깨문 이가 뽀드득 소리를 냈다. 그늘에 압도당한 그는 디케이를 두고, 앞서 왔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했다. 멀리서 걸음을 내려놓고 있던 디케이가 전과 같은 발소리로 매드의 앞에 멈춰 섰다.


“우선은 사과부터 받게, 매드.”


말과 동시에 디케이는 매드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자네를 설득하는 게, 오늘 밤 내게 있어 가장 큰 목표여서 말이야. 모든 일의 정황을 말해 줄 터이니, 분노를 억눌러 줄 수 있겠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이야기가 길어. 굳이 설명하자면, 진실이 끌어올려진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


“진실? 무슨 진실요?”


마을의 지킴이가 도둑 신분이라는 사실.”


일순 디케이의 안경에 커다란 불꽃이 흔들렸다. 그를 본 매드는 흠칫하며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말했다.


“횃불까지 훔쳐 오신 걸 보니, 진심이시군요. 하지만, 이제 와서요? 지금 진실을 밝힌다고 달라질 게 있습니까? 오히려 사람들에게 마을에 대한 불신만 키워 놓는 꼴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디케이 씨가 똑똑한 사람이란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현재의 저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이 상황을 키 씨는 알고 있습니까?”


“아니, 알 수가 없지. 자네들 셋이 시티로 출정을 나간 사이에 나 혼자서 벌인 일이니까.”


매드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한숨을 푹 내쉬어 보였다. 그러고는 이내 입을 다물고는 침묵을 가졌는데, 디케이는 매드의 속내를 알아차린 듯 그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디케이는 몰아붙였다. 매드가 한시라도 어긋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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