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is LIFE | 주거와 연대

Vol. 1 | 공실(空室)의 시대, 청년에게도 머물 수 있는 연대를

by 오브젵 매거진

고향을 떠나고 싶은 청년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일상을 이어온 공간에 애착을 지니고 계속 머물고 싶어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이런 로컬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다시 또 서울로 밀려온 까닭은 오직 하나, 바로 '삶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할 공간이 없고, 벌이가 없어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으며, 애착을 줄 수 있는 친근한 공동체마저 무너진 고향은 로컬 청년들에게 더 이상 ‘살 수 있는 곳'이 될 수 없다. 살기 위해선 떠날 수밖에 없는, 그리운 노스탤지어 속 편린으로 남을 뿐.


‘살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살 수 있다’는 조건 사이에는 분명 뚜렷한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그 간극을 메우지 못한 수많은 고향들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을 붙잡지 못했고, 청년은 결국 다시 서울로 떠나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서울 역시 이미 오래 전부터 포화 상태에 처해 있다.

로컬 청년들은 서울에서조차 ‘비빌 언덕’ 하나 얻지 못한다. 서울에 살기 위해 필요한 단 한 뼘의 집값은 사회 초년생의 입장에서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자리 또한 대부분 불안정하며, 처음부터 높은 소득을 거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을 위한 공간 역시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청년은 어디에도 머물지 못한다.

그리운 고향도,

돈을 벌기 위해 떠내려온 서울에서도.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이 연쇄고리부터 끊어내야 한다.


이는 단순하게 평준화된 수준의 주거 공급이나 일률적인 선심성 예산 지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그 안에서 지탱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발굴해야 하는 크나큰 과제를 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국내 언론에 다시 꾸준히 회자되는 '사회연대경제(Social Solidarity Economy, 이하 SSE)'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RIPESS에 따르면 사회연대경제는 자본주의나 기타 권위주의적이고 국가 주도적인 경제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즉, 극단적으로 이윤을 내는 것에 집중하는 탐욕적인 자본주의 경제 구조를 넘어, 사람 중심의 경제, 관계 중심의 경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는 흐름인 것이다.


관련 내용을 좀 더 발췌해서 정리하자면,

SSE는 평범한 사람들이 경제, 사회, 문화, 정치, 환경 등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직접 형성하는 데 참여하는 것을 지향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연대경제 또한, 생산, 금융, 유통, 교환, 소비, 거버넌스 등 경제의 모든 부문에 존재하며, 공공, 민간, 제3섹터를 포함한 기존 사회・경제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즉, SSE는 단지 빈곤층만을 위한 개념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회의 모든 계층을 포함하여 불평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다. 따라서 SSE는 현재 시스템 내에서 존재하는 효율성, 기술 및 지식의 활용 등 모범적인 요소들을 공동체의 복지를 위한 다른 가치와 목표에 기반하여 전환시키는 데도 열려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SSE에 대한 논의와 기본법 제정 등의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현 대통령 역시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공정과 상생의 시장질서 구축'이라는 큰 틀 아래 SSE를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11월 4일에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13인이 '사회연대경제기본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각기 다른 목적과 시기에 제정된 탓에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때에 따라서는 법 조항 간 충돌하기도 하는 종래 SSE 관련 개별 법률을 포괄하는 공통의 법적 기반(기본법)을 마련하고 정책의 기본 원칙과 방향을 제도화하여 SSE의 활성화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통한 공동체 활성화와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에 기여하고자 제안되었다.


하지만, 이 법안 어디에도 주거 관련 조항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로컬 청년들이 탐욕적인 착취 구조에 매몰되지 않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적인 내용은 제시되었지만, 정작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머물 수 있는 조건'에 대한 내용은 부재한 점이 아쉽다.


그만큼 로컬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논할 때, 청년들이 머물고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집'의 존재 유무는 매우 중요한 선택지다. 머물 수 있어야 비로소 일할 수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


주거 문제의 해결 없이는 청년들의 경제적인 연대도, 사회의 구조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 하지만 종래의 지극히 평준화된 공급 중심 정책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오랜 경기 불황으로 지방의 경우에는 구옥의 빈 집화와 신축 건물의 미분양 사태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서울 또한 공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개중에는 채무를 갚지 못하거나 소유자의 여러 사유로 캠코나 법원경매로 쏟아져 나오는 주거공간도 상당히 많다.


청년의 주거는 단순한 복지나 공급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 내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구조적 핵심’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실, 미분양, 캠코 매물 등 이미 존재하는 자원은 충분하다. 이를 SSE적 가치와 접목하여 공동체 주거, 협동조합형 임대, 공유 자산화 등으로 구조화하는 상상력과 그에 맞는 힘 있는 제도화가 절실하다.


“왜 떠나냐”보다 먼저, “어디에 머무를 수 있었냐”를 먼저 물어야 하지 않았을까?

머물 수 있어야 살아갈 수 있고, 살아야 같이 일할 수 있다.


살고 싶은 마음과, 살 수 있는 조건 사이의 간극.

이제 그 사이를 메우기 위한 사회적 연대를 본격적으로 상상해볼 때다.


청년을 위한 로컬 라이프스타일 역시,

바로 이러한 연대 속에서 소비가 아닌 가치로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47454)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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