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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우 Feb 14. 2020

화장품 회사 면접 POINT

구직자를 위한 전지적 면접관 시점

  내가 다니는 회사의 특이점 중 하나는 실무자(사원)가 면접 자리에 함께한다는 것이다. 주니어를 뽑는 자리뿐만 아니라 같은 직무를 하는 사람, 심지어 본인의 상사를 뽑는 자리에도 참여한다. 

  회사가 실무자를 면접에 참여시키는 이유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뽑기 위해 면접을 보는 것일까?  





1) 전문 지식 :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아요

  화장품 회사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승무원 학원처럼 화장품 회사 취업 학원이 있어도 될 정도이다. 한 때 사전 지식이 없던 나의 중요 업무 중 하나는 구글에 'PET 용기와 PP용기의 차이', '게또바시 무광' 같은 것들을 검색하는 일이었다. 신설된 팀의 유일한 팀원이다 보니 물어볼 사수도 없었다. 거래처에 전화할 때 인사말이 "대표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였던 시절이었다. 


  이처럼 입사 후에 전문지식을 배워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력"과 "열정"을 보여주시는 분들을 보면 더 마음을 드리게 된다. "저는 이렇게 노력해서 이런 결과를 얻었어요!", "저는 이런 열정을 가지고 이런 성과를 얻었습니다" 같이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성과가 없어도 괜찮다. 무언가 대단히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한 때 "덕후를 찾습니다"가 우리 회사 채용공고의 제목이었을 때가 있었다.(진짜 사내에 찐덕후가 많다. 아이돌, 여행, 커피 등등)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위해 열정적일 수 있는 사람에게서 가능성을 본다. 면접에 오신 분들에게 일할 때 어떻게 노력할 것이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무언가에 정말 깊이 빠질 수 있는 분들에게 마음을 드린다. 회사는 지금도 스타벅스 BTS 굿즈를 사기 위해 새벽 6시에 출근하는 BM팀 N님처럼 좋아하는 것에 열정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2) 분야 : 지식은 없어도 방향은 있어야 해요

  SNS를 하며  "화장품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답장은 "혹시 어떤 화장품 업무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저는 브랜드사에 근무하고 있어서요"이다.


  화장품을 좋아해서 일을 하고 싶다면 취직하고 싶은 "분야"를 준비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화장품 업계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브랜드사뿐만 아니라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회사부터  OEM·ODM제조사, 유통 혹은 제품 개발을 도와주는 벤더사 등 다양한 회사들이 있다. 브랜드사만 해도 색조 위주, 기초 위주, 해외 수출 위주 등등 다양한 방향성을 지닌 데다가 부서를 나누고 업무를 나누면 정말 많은 분야가 펼쳐진다. 


   화장품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떠한 일을 하고 싶은지를 정해야 한다. "화장품을 좋아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소개가 끌리지 않는 이유는 화장품 제조사나 마케팅 대행사에서도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왜 이곳에 오고 싶은지, 왜 그 직무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면접에서 화장품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B팀의 업무에도 관심이 있고 C팀의 업무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함께 일할 A팀의 사람을 뽑아야 하는 실무자로서는 A팀의 업무에 흥미를 가지고 집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게 느껴진다.


  화장품에 대한 애정은 플러스 요소이다. 다만 그 부분이 직무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정말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면 직군을 이해하고 공부해야 한다. 직무에 관한 정보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여러 화장품 회사의 채용 공고를 둘러보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브랜드사에 어떤 부서들이 있고, 부서별로 요구하는 능력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 수 있다. 흥미가 생기는 직군이 있으면 해당 직군의 채용공고들을 5개 이상 살펴보고 비교해보면 좋다. 계속해서 나오는 단어는 그 자리에 필요한 핵심 능력일 것이고, 하나도 겹치지 않는 단어는 그 회사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부분일 것이다.




3) 커뮤니케이션: 협업이 정말 많아요

  화장품 회사는 매우 유기적이다. "1"을 하기 위해서 A, B, C팀이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신제품을 출시하는 과정이다. BM팀이 제품 기획을 마치고 개발을 시작하면 SCM팀은 자재 세팅 및 생산&출고 일정을 조율해야 하고, 디자인팀은 용기 디자인과 촬영을 준비하고, 마케팅팀은 상세페이지 일정과 마케팅 계획을 짜야하고, MD팀은 가격 정책을 세우고 딜 세팅을 하고…….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예시는 커뮤니케이션이 긴밀하게 잘 이루어져 예상한 대로 일이 척척 이루어지는 것이다. 모두가 이렇게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120%의 커뮤니케이션을 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정말 어떻게든 발생한다. 하나의 문제는 다른 문제를 만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문제가 발생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업무의 합을 맞출 때에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더 중요하다. A에 문제가 생기면 BC에도 문제가 생기고, 그럼 그걸 핸들링하는 A담당자와 B담당자, C담당자는 여러 업무와 싱크를 맞추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모두 예민한 그때 누군가가 짜증을 낸다면? 누군가의 탓을 한다면? 당장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도 그 이후의 문제, 계속해서 생겨날 다음 문제를 잘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틀어진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 회사가 중요시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이타심"이다. 어느 정도로 중요시 여기냐면 채용공고에 "싸가지 없어도 일만 잘하면 된다? 아니에요. 저희는 한 팀으로 같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실력보다 태도가 훨씬 중요해요."라는 내용이 들어갈 정도이다.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이타심의 일부분이다. 누군가를 상처 주지 않고 위하려는 노력이 능력이 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파트가 가장 긴 이유는 사실 내가 가장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못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럴 때 면접자가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장점이라고 말한다면, 그 예로 잘 풀린 협업에 대한 사례를 이야기해준다면! 면접관의 많은 관심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4) 마무리

  회사가 실무자를 면접에 참여시키는 이유는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엄청난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더라도 실무자가 "함께" 일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한다면 일단 재고한다. 유기적인 업무들을 같이 해나갈 수 없다면 회사가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은 모두 실무자 입장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서 느꼈던 공통점이다. 우리 회사가 스타트업회사이기 때문에 더 중요시 보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회사에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능력들이다. 화장품 회사 면접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주 좁은 장업계(?)에서 만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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