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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분쟁해결의 미래를 엿보다

Alex Yang 교수와의 특별한 만남

by 법의 풍경

어제는 토큰 브라더스의 비밀요원 맹변호사가 멋지게 섭외해 주신 대만국립대학교 법학부의 Yueh-Ping (Alex) Yang 교수와 화상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사실 저는 뒤에서 조용히 도와주려고만 했는데, 그제 밤 Alex 교수의 논문들을 읽어보니 너무 흥미로워서 몇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질문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서, 정작 이 자리를 만들어준 Hyunkyu Maeng변호사가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버렸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꼭 제대로 된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1. 뜻밖의 인연 발견

Alex Yang 교수

흥미로운 건 Alex 교수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이정수 교수와도 잘 아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올해 2월 일본에서 만나 암호자산 규제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누셨다고 하네요. 정말 신기한 인연입니다! 다음 기회에는 이정수 교수님도 함께 모시고 삼자 줌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 논의한 핵심 주제들

(1) 크라우드소싱 중재의 딜레마


개념박스: 크라우드소싱 중재란?

일반 대중이 온라인에서 배심원 역할을 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Kleros 같은 플랫폼에서 누구나 배심원이 되어 투표할 수 있고, 다수 의견에 따라 판정이 결정됩니다. 마치 “온라인 국민참여재판”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Alex 교수님은 현재 크라우드소싱 중재의 가장 큰 문제점을 “이해상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배심원들이 자신의 돈(스테이킹)을 걸고 투표하다 보니, 정의로운 판단보다는 “어느 쪽이 다수가 될까?”를 추측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주식 투자하면서 동시에 그 회사 감사를 맡는 것”과 같은 모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스마트 컨트랙트 자동 집행의 양면성


교수님이 제시한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블록체인 분쟁해결의 결과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집행되는데, 패소자가 이에 불복하여 실제 법원에 가서 “이 판정은 무효다”라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법원은 처음부터 다시 심리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미 내려진 블록체인 판정을 존중해야 할까요? 이는 “디지털 세계의 판결과 현실 세계의 법원 사이의 긴장”을 보여주는 핵심 쟁점입니다.



(3) Ad Hoc 중재의 새로운 가능성

개념박스: Ad Hod 중재란?

기존 중재기관(ICC, SIAC 등)을 거치지 않고, 당사자들이 직접 중재인을 선정하여 진행하는 중재방식입니다. 비용이 저렴하고 절차가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Ad hoc 중재는 영국 해상/보험 분쟁에서 빈번히 사용됩니다. 아래 예전 글 말미 참조

Alex 교수님은 암호화폐 분쟁에서 애드혹 중재가 부활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전통적인 대형 중재기관들은 비용이 비싸고 절차가 복잡한 반면, 암호화폐 분야의 젊은 전문가들이 애드혹 방식으로 더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Yang 교수의 혁신적 해결책

Alex 교수는 단순히 문제점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선방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투표 이유 의무화

현재는 배심원들이 단순히 A 또는 B를 선택하기만 하는데, 모든 투표자가 200–500 단어의 판결 이유서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하자는 제안입니다. 이렇게 하면 “추측 게임”이 아닌 “진짜 법적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2) 투표 격리 시스템

다른 배심원의 투표 경향을 알 수 없게 차단하고, 모든 투표와 이유서를 동시에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밀실 투표”처럼 독립적인 판단을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3) 하이브리드 모델

완전한 탈중앙화보다는 “1차 크라우드 스크리닝 + 2차 전문가 검토”의 단계적 접근법을 제안합니다. 이는 기술의 효율성과 법적 안정성을 모두 확보하는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3. 미래 전망


Alex 교수는 “완전한 탈중앙화와 법적 유효성은 양립하기 어렵다”고 현실적으로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실용적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기존 법체계와 점진적으로 융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블록체인 분쟁해결이 암호자산 규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정부 규제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효율적 분쟁해결을 통해 “윈-윈 협력”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죠.



4. 마무리하며


어제 Alex Yang 교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블록체인 분쟁해결이 단순한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법의 지배와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진지한 여정임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의미 있는 대화들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꼭 맹변호사, 이정수 교수도 함께 모시고, 더 깊이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겠습니다!



P.S. Alex 교수는 올해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吳大猷先生紀念獎(Ta-You Wu Memorial Award)를 수상하신 분입니다. 42세 이하 젊은 과학자에게만 주어지는 이 상을 블록체인 금융 및 가상자산 감독 연구로 받으셨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분이시네요!


P.S. 교수님께 촬영동의를 받아서 시간이 나는 대로 편집해서 유튜브에 인터뷰를 올리려고 합니다. 비밀요원 맹맹이가 나타난 순간 포착 성공


토큰브라더스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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