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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Oct 23. 2024

디자인의 본질, 디자이너는 왜 존재할까

우리 엄마에게 소개하는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가치

최성우입니다. 약 6년 넘게 IT 스타트업계에서 종사하며 얻은 경험과 디자인 철학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러 디자인 종류 중 흔히 UI/UX를 다루는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인에 중점을 둔 경험과 지식이지만, 특별하게 경계를 두고 바라보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결국 디자인의 본질은 하나로부터 시작되고, 변하지 않는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은 무엇이고 디자이너는 어떻게 사고하는지 스스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지식들을 꾹꾹 눌러 담아봤습니다.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게 들려주고 싶어 정리한 이야기지만, 디자이너를 준비하고 있거나 디자이너이거나 디자이너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르거나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가볍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디자인(Design)이란?


디자인(Design)은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것(Decorate)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저를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면 대부분 그림 잘 그리는 사람으로 인식 됐던 것 같아요. 심지어 같은 업계 구성원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셨던 것 같고요.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자부심이 가득한 저는 디자이너는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 하긴 했지만, 100% 이해시키기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출처: 헬스조선 기사 이미지


최근 화제가 된 흑백요리사에 나온 안성재 셰프의 나폴리 맛피아 1차 심사 장면입니다. 음식 맛은 있었지만, 의미 없는 꽃을 얹었다는 이유로 보류가 되었는데요.

물론 관점에 따라 꽃이라는 요소가 의미 있을 수 있지만 형상에 집중하느라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맥락에서 안성재 셰프의 말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고, 저의 디자인 철학과 일치했습니다.


저 또한 경험이 부족했을 때 특별한 의도 없이 이뻐 보이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겉보기에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들었지만 실제 사용자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단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의 책임과 역할


디자이너는 조직이 속한 산업에서 문제를 발견 및 정의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 중 시각적인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고요.

특히 요즘 제가 속해 있는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인 분야는 단순히 UI/UX를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디자인 결과물을 통해 회사에 어떤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시켰는지가 훨씬 중요해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책임과 역할의 핵심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정의입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볼게요. 기획자가 '버튼이 잘 안 보여서 클릭률이 낮다'라고 문제를 정의했다면, 자연스럽게도 문제 해결 방식은 '버튼을 잘 보이게 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용자 대부분 관심 없어서 버튼을 클릭하지 않았던 것이었고, 버튼을 더 잘 보이게 함으로써 오히려 불편하게 된 거죠.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이 더욱 쉽게 사용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데이터, 직감, 학문 등 여러 수단과 방법을 통해 사용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디자이너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학의 관점에만 머무르지 않고, 최종 사용자의 가치에 집중한다는 본질을 추구하며 이를 형상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이러한 개념을 알고 있어도 대부분 국내 실무 환경은 많이 다를 것입니다. 클라이언트 혹은 앞단에 존재하는 누군가에게 이끌려 디자이너는 시각적인 부분만 주로 다루곤 합니다.

(물론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하고 여러 역할과 책임을 디자이너에게 부여하는 기업도 존재할 텐데, 그런 회사들이 꼭 성공한다고 결론짓기도 어렵긴 합니다.)



저도 참 아쉽습니다.

역설적이지만 디자이너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고 해도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늘날 디자인은 시대와 환경, 인간의 욕망, 행동 경제학, 심리학, 윤리 등이 포함되어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무궁무진한 잠재 가치를 믿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디자이너라면 디자인의 위대한 가치를 널리 널리 알려주셨으면 좋겠고, 디자이너의 책임과 역할을 넓은 범위 내에서 강하게 지켜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디자인은 일상 속에서 공기처럼 항상 존재하는 것인데 모두가 의식하지 못할 뿐입니다.

디자인은 결국 우리가 마주하는 불편함을 해결하고 삶을 더 편리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고, 디자이너는 그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사람임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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