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폭로의 연쇄

R.F. 쿠앙 <옐로페이스>

대중화의 메커니즘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어떻게 그는, 당신이 알고 있는 그 현실의 인물이 아닌 마케팅과 대중화의 요소가 되어 팬들에 의해 소비되고 칭송받는 인물이 되는 걸까? 팬들은 그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팬들은 그 또한 이해하며 상관없이 그를 찬양한다. -97p


독자들에게 출판과 소셜미디어에 대해,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누가 해야 하는가에 관한 기준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미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이 작품은 턴 크룩상 수상작 『양귀비 전쟁』 3부작과 네뷸러상 수상작 『바벨』 등에 이은 R.F. 쿠앙의 다섯 번째 소설이자 판타지를 벗어난 첫 번째 소설이다.

-442p, 옮긴이의 말(신혜연)



스타 작가의 갑작스런 죽음을 목격한 무명 작가의 부정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출판계와 (실은 출판계에 국한되지 않는) 셀럽 마케팅과 리뷰의 맹점, 선의의 경쟁자를 연기하는 (실상은) 프레너미의 심리, 무엇보다 작가(writer)라는 외로운 처지에 대해 끔찍하게 솔직하면서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폭로의 연쇄가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책이다. 메타픽션이되 스릴러나 호러적 요소가 있음으로 인해 제대로 취저한 종합선물세트였다.


표지와 제목, 역자에 대한 호감이 책 선택의 동기였다면, 읽을수록 소름돋는 연타와 같은 취향저격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글쓰는 아시아계 여자사람이라면 공감 포인트가 많을 거라 예상한다. 크게 보면 스타 마케팅, 인종차별 중에서도 동아시아(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미묘한 차이까지)에 특화된 포인트, 그게 돋보이는 워싱턴D.C. 중심부와 아이비리그라는 배경 등. 마치 한국 소설가 강화길이 다시 쓰는 (결코 화자를 믿어서는 안 되는) 미드 <너의 모든 것>을 보는 듯 하다.




​알고 보니 질투는, 특히 작가들에게는, 오히려 두려움에 가까웠다. 아테나가 출판 계약을 또 맺었다거나,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거나, 특별판이 출간되었다거나, 해외 판권 계약을 맺었다는 성공적인 소식을 트위터로 접할 때면 심장박동수가 급격하게 치솟았다. 질투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아테나와 비교하며 패배감을 느끼게 했고, 충분히 좋은 글을 충분히 빨리 써내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러리라는 예감으로 전전긍긍하게 했다. 아테나가 넷플릭스와 거액에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만으로도 며칠간 좌절에 시달리고, 서점 진열대에서 그녀의 책을 볼 때마다 수치심과 자기혐오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될 터였다.

내가 아는 작가들은 다들 누군가에 대해 이런 식으로 느꼈다. -18p


엄마는 신경 쓰지 않을 게 뻔했다. 아니, 신경 쓰는 척은 하되 쓸데없는 질문으로 내 기분만 더 나빠지게 만들 터였다. 로리 언니는 기뻐해주겠지만, 이게 얼마나 큰 성취인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통화 내역 네 번째에 있는 사람은 전 남자친구였다. 업무차 워싱턴에 잠깐 들렀다며 어떻게 한번 해볼 속셈으로 전화를 걸어온 흔적이었다. 당연히 그는 연락 대상이 아니었다. 작가 친구들과는 허물없이 이런 자랑을 할 정도로 친하지 않았고, 작가가 아닌 친구들에겐 말해봤자 만족스러울 리 없었다. 이런 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정말로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124p


하지만 그게 유령이 하는 일 아닌가? 울부짖고, 신음하고, 기이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이게 유령의 중요한 특징 아닌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이 거기에 있음을 알리는 것, 자신을 잊지 않게 만드는 것 말이다. -273p


​나는 이 끔찍함을 뭔가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만들어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내가 쓰게 될 호색적인 실화소설은 공포물이 될 것이다. 내가 느끼는 공포는 독자들의 공포가 될 것이다. 나는 정신이 혼미한 공황 상태를 비옥한 창조의 토대로 만들 것이다. 모든 최고의 소설은 진실에서 비롯된 일종의 광기에서 탄생 하지 않던가?

게다가 두려움을 포착해 안전하게 글 안에 가둔다면 그 두려움의 힘을 빼앗는 일이 될 것이다. -394p



실제 사건의 전말을 어느 정도 안다면(그게 무슨 사건이든!) 더욱 깊이 끌려들어가서 허우적거리게 되는 작품. 벗어나기도 리뷰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나만 보기엔 너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