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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는 것을 알기 위하여

조니 톰슨 <인텔리전스 랩>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도서제공리뷰



​’유토피아‘ ’은행‘ ’결혼‘ ’진화‘ ’빅뱅‘처럼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개념이 얼마나 재미있는 맥락과 시행착오 속에 등장했는지, 그 이야기들이 우리를 어찌나 지적인 삶으로 이끌어주는지 실감케 할 과학, 사회, 종교, 다양한 분야의 필수 개념을 한 권에 정리한 『인텔리전스 랩』이다!

-앞날개



개념으로 보는 세계사



인문 베스트셀러 <필로소피 랩>의 저자 조니 톰슨의 후속작 <인텔리전스 랩>은 “오늘의 세상을 만든 단어들이 품은 이야기”를 단어당 두 페이지 이하로 간결하게 풀어주는 지식 연구소의 미니사전 같은 책이다. 과학(그것도 물/화/생을 찍먹하는) 전공을 이수하는 내내 문학을 덕질하면서 춤을 추고, 서른 이후로는 (현실적으로 꿈을 편집하기는커녕!) 세계문학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영어로 과학(전공영어가 쉬웠어요)을 거쳐 영어로 오스틴과 피츠제럴드를 읽고 드디어 (정신적으로) 귀국한 이 시점에 출간된 아주 소중한 책이다.


생물학, 화학, 물리학, 의학, 사회, 정치, 기술, 문화, 종교와 신앙 순서로 이루어진 목차는 마치 내 복수전공(덕질) 리스트를 보는 듯하다. 다방면에 관심이 있는 만큼, 깊이가 있다고 하기 어려운 분야(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누구라도 이 책을 읽고 좌절하거나(?) 지적 호기심을 멈출 필요가 없다. 이 책을 다섯 글자로 요약하면 “나도 잘 몰라.”가 될 것이다.




저자가 감탄스러운 파트는 ‘종교와 신앙’이었는데 이마저도 겨우 최근에서야 마치 유행처럼 서구세계로 번진 동양철학에 대한 뷰가 신기해서 무릎을 치는 정도? 하지만 그의 주력 분야가 철학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좌절(?) 같은 걸 하기엔 이르다.




관심사가 많아도 괜찮다.



가볍게 다양한 이슈를 조사하고 이왕이면 더 잘 아는 사람을 찾아내어 자신의 조사내용을 교차대조 해보자. (이 책의 ‘감사의 말’ 참고) 무지라는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자. 그것이 편향된 지식을 꾸역꾸역 쟁이는 것보다 현명하다.




인체에는 대략 1000억 개의 세포가 있습니다. 이들 세포는 각각 더 큰 목적을 수행하도록 (우리 몸을 위해) 맞춤 설계되었지만, 하나하나가 자급자족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인체는 충성스러운 국민으로 이루어진 연방국(아니면 관점에 따라서는 세포권을 탄압하고 세포들에게 일을 강요하는 잔혹한 독재국가)일지도 모르겠네요. 모든 사람은 복합체라는 뜻입니다. -25p, 세포이론


오늘날의 지정학적 구도와 국제관계는 제국의 그림자에 영향받아 정의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제국주의 시대 영국,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뒤를 이은 미국에서 일어난 산업 및 과학 분야에서의 혁명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세계의 나머지 지역을 착취한 결과입니다. -139p, 제국


심층 생태학의 핵심은 ’재평가‘입니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보다 근본적으로 더 가치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환경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생존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 자체로 살릴 가치가 있기에 살려야 한다는 것이죠. -191p, 환경주의


아프리카 중부와 남부전역에서는 공동체가 ’아픈‘ 상태라고 판단되면 종종 응고마 ngoma 가, 처방됩니다. 응고마는 일종의 북이자 그 북을 치는 행위, 그 소리에 맞춰 추는 춤, 여기서 생겨나는 고양감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공동체 내에 불화가 발생하면 당사자들은 응고마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 맞춰 춤을 추라고 지시받습니다. 함께 춤추는 이들은 한데 어우러지기 마련이라는 생각에서죠. -243p, 춤




세계사와 철학, 특히 종교와 신앙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어느 세월에 (조금이라도) 읽게될지 늘 부담스러운 숙제처럼 피해왔던 고문서의 방을 열어젖힌 느낌도 있다. 영어 리부트 시즌 1이 끝나고 거짓말처럼 사라진 과학책의 욕구는 말해모해.


문학은 과학이 필요하고 과학은 문학이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융합적 사고에 한 걸음 다가간다면 독자로서도 저자로서도 보다 열린 마음으로 읽고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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