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 <근대 괴물 사기극>
이것은 과학과 환상, 스토리텔링과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이자 판타지와 SF의 근본. 재미라는 말로 이 책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추천사(이다혜)
체스로 인간을 꺾는 기계를 만드는 일은 언젠가부터 과학기술이 이루어야 할 지상 목표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켐펠렌의 사기극이 정한 목표였다. -70p, 1770: 미래를 향한 청사진
사실주의 소설 그 이상의 개연성이 요구되는 장르소설의 양대산맥은 코넌 도일과 허버트 조지 웰스에서 시작하는 듯하다. 물론 <근대 괴물 사기극>을 추적함에 있어서 메리 셸리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 모든 ‘있을 법한’ 사건과 추리를 거쳐 실존인물보다도 더 실존인물 같은 ‘셜록 홈스’를 창조하고서도 말년에는 심령술의 강력한 지지자가 된 과학 수사의 대부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클래식 클라우드 ‘코넌 도일 X 이다혜’ 참고) 한편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화성인류설은 무한우주의 시대를 맞아 여전히 어딘가에 존재할 외계인으로 확장된다.
H.G.웰스를 100 페이지 정도 밖에 읽지 않아서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현존하는 SF의 대부분이 웰스의 후예라는 걸 (적어도 장르소설가 지망생이라면) 알아두어야 한다.
<근대 괴물 사기극>은 근대 생물(분류)학과 밀접한 장르소설의 역사, 의도 없이 또는 농담 같은 의도로 시작된 사건들로 가득하다.
괴물과 괴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은 H.G.웰스 단편집과 <투명인간>,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등을 쌓아놓고도 읽지 않는 딱 거기까지. 영화 <괴물>을 비롯한 재난물, 새로운 시즌이 나올 때마다 <기묘한 이야기>를 정주행하는 딱 거기까지. 장르소설에 진심인 은서동물학 덕후의 괴물이야기는 같은 기간에 정주행했던 괴랄한 미드 <매니페스토>에는 약간 못미치지만(얘 때문에 완독이 더 늦어짐주의) <신비한 동물사전>은 거뜬히(!) 넘어선다.
비록 린나이우스 시대와 비교하면 훨씬 세분화되었지만, 현대 생물 분류학의 밑바탕에는 여전히 『자연의 체계』가 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오늘날의 생물학은 괴물 퇴치의 기록을 토대 삼아 세워진 셈이다. -12p, 1735: 서장
대중매체의 형태가 바뀌고 천문학이 한층 더 발전하는 가운데 끝까지 바뀌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구만이 유일한 세계는 아닐 것이라는, 우주 저편에 틀림없이 다른 생명체들이 살고 있으리라는 인류의 바람이다.
-123p, 1835: 세상에서 가장 솔깃한 거짓말
기나긴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바넘과 헐 사이의 압도적인 격차가 좁혀질 가망은 없어 보인다. 2017년에는 바넘의 서커스 사업 일대기를 영웅적으로 그린 영화 <위대한 쇼맨>이 개봉해, 역사적 인물의 실제 행적을 터무니없이 미화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 장 흥행한 뮤지컬 영화 중 하나가 되었다. -197p, 1869: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우유를 마시고 밧줄을 자유로이 오르내리며, 성인 남성을 단번에 죽일 수 있고, 무엇보다도 탐정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는 지나치게 편리한 독사인 늪살무사는 반 다인과 녹스가 제시한 법칙을 철저히 무시하는 존재이다. 이런 불가능한 괴물이 추리소설의 결말에 갑자기 등장해도 된다면, 히드라나 외계인이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식의 결말도 마찬 가지로 허용되지 않겠는가?
-233p, 1892: 명탐정이 남긴 수수께끼
인류학자였던 몽탕동이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조국의 배신자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려면 먼저 그가 어떤 인류학자였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미지의 남미 유인원에 학명을 붙인 것은 몽탕동의 ’업적‘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가 인생의 절반을 바쳐 몰두한 주요 연구 주제는 다름 아닌 인종, 특히 인종 간의 차이였다.
-360p, 1929: 사진에는 찍히지 않은 진짜 괴물
직전에 읽은 <오퍼레이팅 시어터>와도 합이 좋은 책이다. 최애 시리즈인 <셜록 홈스>의 저자 코넌 도일은 여러 챕터에 등장할 뿐 아니라, 홈스가 해결한 사건 하나가 한 챕터를 고스란히 맡고 있다. 미드 빈출 괴물의 유래와 퇴치법(?)을 알게 되는 것은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