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기호식품
치과의사들끼리 농담으로 우리는 마이쮸 회사에 선물이라도 해야 해.라고 한다. 마이쥬는 만 3~5세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 그 이름도 끈적끈적한 그 젤리는 치아에 딱 달라붙어 충치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실제로 나도 먹어보았더니 쫀득하면서 달짝지근한 것이 참 맛있다. 우리 아들은 좀 더 센 맛 스타일이라 새*달*을 더 좋아하지만 말이다.
진료실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가끔 부모님들의 은밀한 부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선생님. 마이쮸 안 먹겠다는 약속 좀 받아주세요.”
사실 아이들이란 똑같은 말이어도 엄마가 하는 것과 선생님이라는 권위 있는 타인이 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나도 곧잘 그 은밀한 부탁을 들어드리는 편이다.
“우리 00이 마이쮸 안 먹겠다는(또는 너무 가혹하다 싶을 때는 하루에 한 번만 먹겠다는) 약속 선생님이랑 할 수 있어요?”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큰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 걸기에 도장까지 찍어주고 간다. 그리고는 약속을 철썩 같이 지키기도 다음 약속에 와서는 못 지켜서 대답을 피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데이빗이라는 녀석은 센 맛 녀석이었다.
미군 가족의 아이였는데 아이의 영어 동화책 중 “ No, David”이라는 책에 나오는 데이빗처럼 엄청난 말썽꾸러기였다. 데이빗의 치아에는 충치가 있었고 다행히 아직은 초기 단계라 잘 관리하면서 지켜보기로 했다. 역시나 데이빗의 부모님도 내게 젤리를 먹지 말라고 해달라는 은밀한 부탁을 건넸고, 나도 다른 아이들에게 하듯이 데이빗에게 제안을 가장한 강요를 했다.
“데이빗, 캔 유 프라미스 낫 투 잇 젤리?”
그런데, 이 데이빗이 조금 고민을 하더니, 아주 단호한 태도로 “노우! 아이 캔트!” 하는 것이 아닌가?
헙.. 이 반응은 뭐지? 너무 단호한 태도에 한 발 물러서서 “데이빗, 하우 어바웃 원 데이 원 젤리?” 하루에 하나로 협상이 들어갔다.
그러나 데이빗은 역시나 단호한 태도로 “노우! 아이 캔트!”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역 협상이 들어왔다. 본인은 젤리가 너무 좋아서 끊을 수가 없으니 칫솔질을 열심히 하도록 try 해보겠단다 ㅋㅋㅋ
그러고 보니, 모두에게는 기호식품이 있다. 기호식품이란 그저 말 그대로 영양이나 필요와 상관없이 좋아서 먹는 식품이다. 나는 콜라를 그렇게 좋아한다. 치과의사가 콜라 애정자라니. 참 웃기는 일인데 이것은 또 나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원래 믿거나 말거나 나는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인턴을 돌면서 인턴은 하루 종일 서서 동동거리고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자리였다. 목이 타도 물을 수시로 마실 수 없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보니, 저녁때가 되면 그리도 목이 탔다. 그전까지는 밥과 콜라를 같이 먹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저녁 시간에 인턴 동기들과 밥을 시켜 함께 먹는 콜라는 하루의 갈증을 다 해소시켜주는 나의 소화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조금 갈증이 날 때나, 하루 종일 설명을 많이 해서 목이 타는 늦은 오후에는 그리도 콜라가 당긴다. 고질적인 위장병도 가지고 있고 탄산은 건강에 백해무익한 것도 알지만(치아에도 물론 좋지 않다.) 인턴 때의 기억이 더해져 콜라가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의 그 청량감을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어찌 데이빗을 이해할 수 없겠는가. 40이 다 된 어른도 몸에 나쁜 줄 알면서 콜라를 찾는데 5살 아이가 젤리 좀 먹겠다는데, 게다가 자기 나름대로 협상안으로 젤리 먹고 칫솔질까지 열심히 try 해보겠다는데 말이다.
기호식품은 어른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도 기호식품을 가질 권리가 있다. 잘 먹고 잘 닦고 안되면 내가 충치 벌레 잡아주면 되면 될 일이다.
어쨌든 마이쮸 회사는 오늘도 성업 중이다.
"예쓰~ 데이빗! 유 캔 잇 더 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