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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Sep 12. 2022

대치동 사람들도 명품을 안 입는다

대치동도 명품을 잘 안 입네


‘청담동 사람들은 명품을 안입는다’라는 글을 작년 이맘쯤 올렸었다. 청담동에 살면서 느꼈던 핵심적인 것들을 브런치북으로 엮으면서 첫 번째 글로 이 글을 선택했는데, 기대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셔서 브런치 계정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청담동 살아요, 돈은 없지만 (브런치북)


청담동 사람들과 어울리며 느낀 에피소드 중심으로 글을 풀어갔지만, 글의 요지는 이거다. 청담동에 살든 압구정에 살든, 삶의 목적과 방향성이 명확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특히 외적인 부분)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거다.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같은 명품이든 일반품이든 소비재를 평가하는 안목은 높지만 그 안목을 ‘드러내는데’ 쓰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 허름한 옷을 입고 나타났다고 해도 어느 누구도 ‘옷’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해당 글 조회수가 30만을 넘어가고 몇몇 커뮤니티에 노출되면서 반대의견을 내는 분들도 많이 목도했다. ‘명품은 예뻐서 사는거지 드러낼려고 사는 게 아니다’라는 게 반대의견의 다수였고 어떤 분들은 ‘작가님이 돈이 없어서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무지티들도 뒷덜미 들쳐보면 다 명품이다’라는 분들도 있었다.    

  

일단 두 가지 의견에 대해 모두 동감하고,(ㅎㅎ) 첨언하자면, 글의 요지는 자기만족과 필요에 의해 명품을 구매하는 행위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돈이 없는 나도 339만원짜리 버버리 트렌츠 코드를 산적이 있다. 바로 전에 입은 코트를 11년 동안 입어서 해당 브랜드의 품질에 대한 신뢰와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을 믿고 구매를 한 거다.


다만 가격과 브랜드에 대해서는 나만 알고 있지 남에게 알리지 않는다. 내 스스로의 안목과 경험을 기반한 소비는 어떤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보여주기 위해서 로고가 덕지덕지 박힌 명품을 구매하는 건 마음 어딘가에 결핍이 자리할 확률이 높다. 사람마음을 100% 알 수 없지만,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사는 사람과 모노그램을 사는 사람의 마음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청담동 이야기는 각설하고, 지금 사는 동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청담역 부근에 살다가 조금 남쪽으로 이사를 왔다. 아이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서 대치동을 자주 가는데, 이전 동네와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청담동은 청수골의 풍류와 여유로움이 느껴졌다면, 대치동은 레고같은 단조로운 건물 안에 학원이 꽉꽉 차 있다. 음악듣고 커피 마시고 책보는 걸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에겐 조금 답답할 수 있는 환경. 그래서 그런지 대치동으로 라이드를 가는 날에는 아침부터 목에 신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치동도 청담동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이 동네 사람들도 명품을 잘 안 입는다. 명품을 안입는 결이 조금 다르긴 하다. 청담동은 운동복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에, 대치동은 수수하게 입고 다니는 분들이 많다. 대치동에 오래 거주한 한 언니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이렇게 답했다.     


“아이들 픽업하고 라이드하는 게 일상인데,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입고 다녀야지. 누가 명품입고 그거 보여주고 있겠어. 이 동네에 부자도 많고 의사부부도 많다는데 다들 학원비로 돈을 다 갖다 바쳐서 명품 사제낄 여유는 없을 거야. 가끔 가방이나 하나씩 사는 거지. 그리고 대치동에서 계급은 옷이나 명품, 부동산도 아니야. 아이 성적이 계급이지. 롤스로이스 타는 엄마라도 애가 탑반 아니면 겸손해지는 게 이 동네야.”      


이 언니의 말이 또 대치동의 모든 걸 대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치동은 우선미를 지을 때쯤 입주한 토박이를 제외하면 이곳에 거주하는 목적성이 분명하다. 바로 교육. 자녀 교육을 잘 시켜보려고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삶의 목적이 분명할수록 외적인 것에 신경을 덜 쓴다. 3명만 모여도 성적, 등급, 학원, 레테에 대해서만 말하는 분위기에서 누가 남의 옷을 보고 있겠는가.       


경기불황에도 명품이 역대급으로 많이 팔린다고 한다. 그럼 어딜 가면 명품을 소비한 사람들을 볼수 있는 걸까? 개인적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백화점이나 아울렛에 가면 많이 보이는 듯하다. 지난주 남양주에 생긴 현대아울렛을 갔는데 CELINE 티셔츠와 샤넬백을 동시에 두른 사람을 5명이나 봤다.      

 

수수하게 입던 사람들도 왜 쇼핑을 갈때는 명품을 휘두를까? 아울렛에 지인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패션쇼를 하러 갈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쇼핑할 때 꼭 차려입고 가려고 한다. 이건 손님의 복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점원의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옷차림이 추레한 사람한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로고 하나 크게 박히거나 명품 가방을 든 사람한테 다가가서 열심히 설명한다. 일례지만 아직도 우리사회는 사람을 외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게 만연하다.       


찐 부자들은 심플하게, 조금은 추레하게 다닐 확률이 높은 데도.







ps. DAUM에 글이 노출되어서 많은 분들이 들어오시네요.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글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없는 걸 잘 압니다. 댓글로 반대의견을 자유롭게 내도 좋으나, 애티튜드가 정제되지 않고 이 글을 읽는 분/등장한 분을 폄하하는 경우 부득이하게 댓글을 삭제... 하겠습니다. (거의 안 계시지만...)


두번이나 좋은 댓글을 남겨주신 00님,(죄송합니다 아이디를 기억을 못해요 ㅠㅠ 영어5글자 였던 것 같은데....) 의견 주신대로 특정 지역명이 적혀있어 오해하는 분들이 계실까봐 제 글을 다시 꼼꼼이 봤고요. 전체적인 맥락상 큰 무리가 없는 걸 확인하고 다시 살려뒀습니다. 여러가지로 바쁜 일상이실 텐데, 부족한 제 글에 너무 화내지마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시드니 소속 직업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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