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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nd 쑥 Dec 20. 2017

빈펄 랜드가 휴양지야

#빈펄 랜드 #여기가 바로 동남아 휴양지


신유     


소매치기를 당했어도 휴가를 즐기려면 잘 털어내고 쉬는 게 필요했다. 무리하더라도 고급 호텔 수영장에서 놀려고 주변 큰 호텔들을 들어가 봤다. 직원에게 수영장만 이용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수영+피트니스까지 이용 가능하고 1인당 150,000동(한화 7,500원)이라고 했다. 둘이 합쳐서 만 오천 원이니까 괜찮은 가격이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마스터카드를 풀어서 결제해보자!   

   

소호 호텔로 돌아와 로비에 앉아있으니 직원이 우리를 보고 내일 일정이 없으면 ‘4 Island Tour'를 추천해준다. 호텔 수영장 말고 다른 옵션의 등장에 솔깃해서 브로셔를 받아보니, 1인당 220,000동인데 입장료가 미포함이다. 옆에서 쑥이 그 돈이면 빈펄 랜드를 가는 게 낫겠다는 말에 빈펄 랜드에 대해서 폭풍 검색했다.

      

빈펄 랜드는 놀이공원+수영장+프라이빗 비치까지 갖춘 종합 휴양시설로, 리조트에 묵지 않아도 입장권만 구입하면 이용이 가능하단다.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빈펄 랜드 입장권도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 1인당 80만 동(한화 4만 원)이라고 한다. 우리가 고려한 옵션 중 최고가이지만 한번 작정한 마당에 지르기로 했다. 게다가 호텔 앞에서 4번 버스를 타면 리조트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니 금상첨화다.      


다른 호텔 수영장 가려고 챙겨 온 마스터카드를 직원에게 내밀었다. 직원이 비밀번호를 누르라고 하는데 난 이 카드를 처음 이용하는 거라 비밀번호가 뭔지 모른다. 통장 비밀번호인가 싶어서 눌러봤는데 오류, 생각나는 다른 번호들을 다 눌러봤지만 세 번 다 오류다. 다른 카드를 내밀었는데 직원은 내일 다시 해보라고 단호박 같이 거절한다. 알고 보니 해외 나가기 전 핀번호를 등록해놓고 가야 한단다. 또 결제 실패하면 빈펄 랜드는 고사하고 호텔 수영장도 이용 못한다.


“꼭 빈펄 랜드에 갈 필요는 없어. 원래 가려고 한 것도 아니고, 앞 바닷가에서 놀아도 돼”


라고 쑥이 말했지만, 오기가 생겨서 눈뜨자마자 비자카드를 들고 1층으로 향했다. 다행히 이번 카드는 비밀번호 누르지 않아도 결제가 되었다. 이렇게 간단한 거였다니....... 고마워요, 비자카드!     


호텔 직원이 버스정류장 약도까지 친절히 그려줬다. 4번 버스를 타려고 줄 섰는데 젊은 러시아 커플들이 제법 있다. 이상한 곳에 내리진 않겠구나 싶어 든든하다.      


곤돌라를 타기 위해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빈펄 랜드에 입성하는 곤돌라를 탈 수 있었다. 처음 본 사람들과 어색하게 마주 앉아 7분 정도 바다를 가르니 빈펄 랜드에 닿았다. 그림을 보고도 위치를 알 수 없는 지도를 보고 겨우 수영장을 찾아갔다. 빈펄 랜드 수영장 락커는 당황스럽게도 남녀공용이다. 한국의 캐리비안베이에 익숙한 난 당연히 여성 전용 락커룸을 생각했다. 그러나 여긴 아래와 같은 절차를 거친다.  


1. 남녀가 가방을 락커에 놓고 갈아입을 수영복을 챙긴다.

 2. 남성 전용, 여성 전용 ‘화장실 및 샤워실’에 들어가 갈아입는다. 샤워장도 칸막이가 쳐져 있다.

3. 다시 락커룸으로 돌아와 필요한 짐(방수팩, 수영복, 모자 등)만 챙긴다.

각 단계마다 락커룸에 처음 들어오는 사람, 다시 들어오는 사람, 나가는 사람들의 동선이 엉켜서 더 복잡하다.


       

곤돌라를 타고 7분정도 들어간다.
빈펄랜드 전경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워터파크를 즐겼다. 튜브 워터슬라이드부터 시작했는데 계단을 오르자마자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다. 한국 캐리비안베이는 계단 시작되는 곳부터 줄 서고 ‘여기서부터 00분’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기다리지 않는 워터파크는 또 새로운 경험이다. 8인용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싶어서 베트남 친구들에게 우리도 껴달라고 말하고 같이 타기도 했다. 유수풀의 잔잔한 파도에 몸을 맡기고 쉬니 금세 출출해졌다.      


호텔 조식이 저녁때까지는 버텨줘야 하는데.......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초코바를 챙겨 왔다.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사이공 맥주도 사들고 와 해변 썬베드에 자리를 잡았다.


“아~ 여기 너무 좋다. 내가 그렸던 휴양지가 바로 이거야.”


란 말이 절로 나온다. 나짱 시내에 있는 바닷가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곳곳에 배치된 직원들이 바로바로 치우니까 깨끗하고, 모래 촉감도 진짜 좋다. 무엇보다 오토바이 걱정할 필요 없이 안전해서 좋다. 썬베드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해변 공기를 즐기는 것으로도 좋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어폰과 크레마(e-book 리더기)를 호텔에 두고 왔다는 것!

  



   


어젯밤 로비에서 방황하는 우리를 보고 호텔 직원이 나짱 주변 여행지를 소개해줬다. - 그녀는 우리가 놀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사실 ‘놀 데’ 보다는 ‘놀 돈’이 없었던 것인데......- 우리도 이런 기분으로 남은 휴가를 낭비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지르기로 작정, 오늘은 그 유명한 빈펄 랜드에 가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신유의 신용카드 결제가 성공해야 한다. 어제 이미 핀 번호 3회 오류로 결제 거절당했기 때문에 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이른 아침부터 신유가 호텔 프런트로 달려가 다른 카드로 결제 시도한 끝내 마침내 빈펄 랜드 2 인권을 손에 쥐었다.    

  

빈펄 랜드는 나짱 인근 빈펄 섬에 지어졌다. 그래서 곤돌라를 타고 바다 위를 지나야 한다. 리조트에 입성하는 과정부터가 색다른 경험이다. 게다가 리조트 입장권 하나로 놀이기구, 워터파크, 전용 해변, 동물원까지 모두 이용 가능하다. 우리의 목적은 물놀이! 수영복을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워터파크를 즐겼다. 사실 난 대한민국과 베트남을 통틀어 이번이 첫 번째 워터파크다. 한국에서는 사람이 많아서 기구 하나 타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데, 여기는 한가해서 계단만 올라가면 바로 탈 수 있다. 생긴 것과 달리 겁이 많아 워터슬라이드는 몇 번 밖에 못 타고 그 후로는 파도풀장, 어린이 전용 풀장에서 놀았다.


물놀이를 즐기니 살짝 출출했다. (안에서 파는 건 비싸니) 미리 챙겨 온 초코바를 가져와 전용 해변 썬베드에 자리를 잡았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한 모금 넘기는데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여기는 외부와 독립되어 소매치기당할 염려도 없고, 관리도 잘 돼 해변도 깨끗하다. 여기에 들어와서야 왜 나짱이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됐다. 간식을 다 먹고 나서도 우린 그 자리에 눌러앉아 버렸다. 돈은 없지만 무리해서 안 왔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리조트 전용비치


또 만나요 빌펄랜드


#그래서 리조트 개발을 해야 된다니까


리조트 개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쑥 : 나는 원래 리조트 개발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환경파괴적 사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빈 그룹에서 이 섬을 개발했으니까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우리가 쉴 수 있는 거잖아. 아니면 우린 호텔 앞 해변에서 소매치기 걱정하며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거야.       


신유 : 리조트 개발 찬성까지는 너무 나간 것 같은데? 원래 이 섬은 나짱 어부들의 터전이었을 텐데, 개발되고 나서 그들은 젊고 돈 있는 나라에서 온 우리 같은 관광객들에게 마사지해주고 청소하는 ‘서비스 직원’으로 전락하잖아. 또 대부분의 동남아 여행 패키지는 한국 여행사 수수료 떼고, 한국인이 주인인 식당에서 밥 먹고, 기념품 사고 마사지받고 편하게 즐길 수 있게 구성돼 있어. 그러면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패키지 여행비의 10%는 될까? 나는 이런 서비스를 즐기면서도 원주민들을 생각하면 민망하고 송구해. 한편으로는 원주민 입장에서는 이렇게나마 일자리가 제공되니까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건지도 궁금하고, 복잡한 심경이야.


쑥 : 그래, 리조트 개발에 대해서 찬성이냐 반대냐 둘 중 하나로 결론 내리는 건 쉽지 않은 문제지. 핵심은 관광지 개발로 인한 이익이 투자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흘러가느냐 여부인 것 같아. 그 지점에서는 자본의 속성을 조정할 ‘정책 개입’이 필요한데, 과연 베트남 정부가 이런 부분까지 관심을 가질지는 의문이야. 오히려 올해 관광객 천만 명 시대를 열었으니 전체 길이 3,260㎞에 이르는 해안선 및 풍부한 해양자원을 토대로 관광산업 성장에 얼마나 열을 내겠어.     


신유 : 나도 베트남에서 ‘공정여행’을 바라는 건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아. 하지만 베트남 정부가 관광산업 육성에만 혈안이 돼서 본질을 잃어버리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일례로 이 곳 카인호 아성 인민위원회만 해도 2014년 말에 나짱 만 자연보호를 위해 혼붕섬(Hon Vung)·홍 카우섬(Hon Cau)·홍문 섬(Hon Mun)·홍 녹섬(Hon Noc)에 건축, 채굴 등을 금지시키고 섬 반경 300m 내에서는 해양스포츠 및 무단 수산물 양식을 금지시켰다고 하잖아. 환경보호를 기반으로 한 관광개발부터 시작하다 보면 나중에는 지역공동체 번영까지 고민하게 되겠지.     

쑥 : 응. 그 부분은 비단 베트남만의 문제는 아니고, 지구적으로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야. 일단 대한민국부터 좀 바뀌어야 해.      


어제까지만 해도 여행이고 뭐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빈펄 랜드에 와서 치유하고 간다. 앞으로 누군가 냐짱에 여행 온다면 무조건 빈펄 랜드에 있다가 시내 잠깐 구경하고 가는 코스를 추천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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