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국어에 매료된 두 달간의 이야기, 그 시작
정규 수업 이외에도 우리 반은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중국 영화를 한 편씩 보고 그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주 주말에는 북경 근교나 만리장성, 이화원, 시안 병마용갱 등의 명소로 프로그램 전체가 체험학습을 떠났다.
이렇게만 들으면 참으로 다채롭고 유익한 프로그램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동시에 매일 한 단원씩 나가는 살인적인 진도, 그리고 매주 금요일에 보는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매일 오후와 저녁을 반납한 채 머리를 싸매고 공부해도 부족했다.
특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앞두고는 밥조차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어서 인스턴트 우육면이나 학교 매점에서 팔던 기다란 빵(?)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공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 반을 담당하셨던 선생님들은 마치 두 달 동안 중국의 모든 것을 가르쳐주겠다는 기세와 일념으로 우리를 열정적으로 가르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 감사하다. 내가 지금 중국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들 중 상당수는 이때 배우고 느낀 것들이다.
나는 중국의 언어를 배우러 갔는데, 결국 중국에 흠뻑 젖어 돌아온 기분이었다. 집과 좀 더 가까운 북경에서의 두 달은 미국에서의 일 년과는 아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고, 지금도 이 차이는 여전하다.
힘들었지만, 정말 하루하루가 달랐고, 매일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졌던 두 달이었다. 중학교 이후로 그렇게 잡념이 없는 상태로 무엇인가에 매진했던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내 온몸을 내던졌다는 말이 정확할 것 같다. 단순히 중국어가 앞으로 필수라거나 유망하다거나 하는 이유로 중국어를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그렇게까지 기꺼이, 즐겁게 공부하지 못했을 것이다.
2020년 8월의 끝자락에서 4년 전 여름, 그 치열했던 두 달을 회상하며 즐거웠던 기억, 당황했던 기억, 힘들었던 기억 모두 좋은 추억으로 잘 갈무리하려 한다. 현실에 치여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그때의 느낌과 감상을 하나하나 꺼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