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택스? 결혼에 눈먼 돈을 쓰진 않겠어

노웨딩 하기로 했습니다 Ep.03

결혼식이 아닌 작은 서약식을 선택하다

자, 결혼식의 방식을 정했으니 준비를 해야 할 차례다.

우리는 몇 안 되는 결혼 준비도 최소한의 합리적인 금액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요즘 '웨딩'만 붙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웨딩택스'가 기승이라는데, 결혼식의 의미란 무엇인가 부르짖으며 본식도 생략하는 판에 의미 없는 돈을 쓸 순 없었다.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라기보단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것에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 먼저 예약한 건 스튜디오 촬영이었다. 결혼식을 하지 않더라도 예쁜 결혼사진은 꼭 있어야겠다 싶었다. 본식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웨딩드레스를 입어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고, 친한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회사에도 증빙할 청첩장(우린 '결혼알림장'이라 불렀지만)에도 사진이 필요했다.

하지만 스튜디오 촬영 잠깐 하자고 청담의 샵들을 돌며 드레스를 빌릴 생각은 없었고, 메이크업샵 수배하는 것도 귀찮았기 때문에 '드메'가 포함된 스튜디오인 '토탈샵'을 찾았다. 그중에서도 심플하고 유행 안 타는 사진 스타일이 맘에 들어 예전부터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있었던 '뉴일무이'에 연락했다. 여름은 너무 더우니까 가을에 찍고 싶었지만, 12월에 결혼을 하려면 늦어도 9월에는 촬영을 마쳐야 했다.

안녕하세요. 웨딩 촬영 문의 드립니다. 혹시 9월에 남은 자리가 있을까요?

딱 2자리 남았어요. 9월 4일, 11일이요. 10월은 마감입니다.

9월 4일로 해주세요!!!!

이렇게 기적적으로 웨딩촬영 날짜를 잡고 모든 준비를 촬영 날짜 기준으로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라고 칭했지만 본식을 안 하니 사실 준비할 게 별로 없었다. 웨딩홀 선점, 드레스 투어, 혼주 한복 및 예복 준비, 본식 스냅 및 영상 업체 예약, 헤메샵 예약, 혼주 헤메샵 예약, 사회자 및 축가 섭외 등이 모두 생략됐다. 우리가 웨딩 촬영 전에 한건 딱 두 가지였다. 신랑 예복과 결혼반지를 맞추는 일.

누니주얼리의 심플함이 맘에 들어 다른 곳은 구경도 안 하고 여기서 바로 했다.

뉴일무이에서는 신부 드레스만 빌려주기 때문에 남편 예복이 필요했다. 서약식 날에도 입고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용도로 '로쏘소'에서 턱시도 스타일 아닌 예복을 맞췄고, 웨딩밴드는 '누니주얼리'에서 맞췄다. 둘 다 7월 초중순에 제작이 들어가 웨딩 촬영 전 주에 스릴 있게(?) 받을 수 있었다.

•스튜디오: 200만 원 (2시간 촬영, 신랑신부 헤어메이크업 포함, 액자 2개 포함, 보정본 7장)

•신랑 예복: 90만 원 (로쏘소 웨딩 패키지 - 정장 풀세트 및 구두, 촬영용 턱시도 대여 1벌 포함)

•결혼반지: 260만 원 (웨딩밴드만. 다이아 가드링은 프로포즈 받을 때 남편이 선물해 줌)

아 참, 웨딩촬영에 부케가 필요하다 해서 이것도 준비했다. 그런데 플라워샵들에 연락하니 '부케'의 ㅂ자만 꺼내도 20만 원이 넘어가는 거다. 온라인 샵들도 마찬가지였다. '부케도 꽃다발인데 왜 때문에 두 배가 넘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집 근처 꽃집에 찾아가 사장님께 내가 원하는 촬영용 부케의 느낌을 설명드렸더니 8만 원에 너무 예쁜 부케를 만들어주셨다. 삼각지역의 '플라워 온더 테이블'인데 여기 꽃다발 참 잘하신다. 그때 이후에도 종종 이용하는 중. 뉴일무이가 해방촌에 있으니 거리도 가깝다.

웨딩촬영용 부케: 8만 원

흰색 바탕에 포인트로 핑크 거베라를 넣어 달라 요청 드린 웨딩촬영용 부케. 새로운 시도였다고 사장님도 좋아하셨다.

그렇게 웨딩촬영을 했다. 우리는 가장 간단한 2시간 촬영으로 골랐음에도 너무 힘들었다. 드레스를 입고 계속 웃는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라. 하지만 결과물은 대성공! '모청에 넣을 사진 10장만 건지면 된다' 하는 마음으로 찍었는데, 실제로는 단 두 시간 만에 맘에 드는 사진을 스무 장도 넘게 건졌다. 심플한 토탈 스튜디오를 찾는 분들에게 강력추천한다.

뉴일무이의 언빌리버블한 결과물

촬영을 끝내고 10월에는 관면혼배를 준비했다. 교리를 듣고, 각종 서류를 뽑아다 성당에 내고, 신부님과 면담을 통해 12월 첫째 주 일요일로 서약식 날짜를 잡았다.

날짜가 확정되자마자 청첩장도 준비했다. 모청에는 사진이 필요한데 스튜디오 보정본은 보통 두 달 정도 걸리는 데다, 생각보다 맘에 드는 사진이 많아서(뉴일무이는 7장까지만 보정을 해준다) '사설 보정'을 이용했다. '디어무드'라는 업체를 이용했는데 작가님 피드백이 매우 빠르고 친절하며, 무제한으로 수정을 할 수 있고, 일주일 만에 보정본을 받아볼 수 있어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수정해 주시는 편이라 나는 개인적으로 뉴일무이 보정본보다 더 맘에 들었다.

사설보정(디어무드): 9.2만 원

사설 보정본을 받자마자 청첩장과 모바일청첩장을 만들어 10월 말부터 청첩장 모임을 하기 시작했다.

(사진이 너무 맘에 드는 나머지) 우리는 종이 청첩장도 사진으로 했다

이때까진 몰랐다.

청첩장 모임이 이렇게 힘든 것인 줄.

결혼식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청첩장 모임이란, 아니 '결혼알림장' 모임이란 "저희가 결혼식을 하지는 않지만 가까운 분들에게는 결혼을 알리는 것이 도리라 하여.."로 시작해 얼마나 많은 반복적인 설명과 인내, 그리고 사이사이에서 오는 현타..가 필요한지를.

나와 남편이 어떻게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결혼을 알렸는지, 그리고 왜 처음으로 '그냥 일반식 할걸 그랬나봐..'하며 후회했는지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