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재킹' 리뷰
고증 하나만큼은 확실히 인정해줘야 한다. 실화를 영화로 가지고 오는 데 성공했지만, 재난 영화 장르 특유의 재미는 갸웃거리게 만든다. 아무래도 비행기에 같이 탑승하지 못한 것 같다.
영화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돼 월북의 기로에 선 부기장 태인(하정우)과 납치범 용대(여진구), 그리고 기내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남북 갈등이 심했던 1969년~1971년을 배경으로 1969년 12월 11일에 발생한 대한항공 YS-11기 납북 사건과 1971년 1월 23일에 벌어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모티브 삼았다.
실화 바탕 영화는 기본적으로 드라마틱한 서사를 바탕으로 몰입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하이재킹'도 그렇다. 태인과 용대를 축으로 한 팽팽한 심리전으로 전개해 나갔다. 긴박한 하이재킹 상황과 360도 공중회전(임멜만턴), 전투기 추격 장면 등 고공액션을 생동감 있게 구현했다. 또 1970년대 분위기를 완벽하게 고증하여 펼쳐내는 점도 장점이다.
다른 영화에 비해 러닝타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인지 전개 속도는 마하로 달리는 것 같지만, 그렇게 속도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실화의 단점인 '스포일러 결말'이 정해져 있어서인지 단조롭고, 즐길거리도 생각보다 많진 않다.
특히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을 극한으로 몰아가야 하는 빌런인 용대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50여 명 넘는 기내 승객들을 위협하거나 조종석을 점거해 목숨줄을 쥐고 좌지우지하는 인물 치고는 아우라가 매우 약하다. '비상선언'에서 기내 승객들을 쥐락펴락했던 테러범 류진석(임시완)에 비해 관객들을 설득시키기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신파나 사실 전달이 부각된 건 아니나, 표현하는 방식이 옛날 영화처럼 올드하다. 스릴을 포기한 만큼의 재해석의 성의가 부족하고, 과거룰 거울삼아 현재에 재조명하는 깊이감, 진정성이 전달하는 가슴속 울림 모두 부족하다. 뻔한 스토리텔링에 극의 밸런스를 잘 맞추지 못해서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각 등장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도 딱히 와닿진 않는다. 극 중 영웅 역할인 하정우는 진한 멋짐을 표현하지만 어딘가 보던 캐릭터가 어우러지니 식상함이 느껴진다. '하이재킹'을 통해 악역으로 깜짝 변신한 여진구 또한 결과물이 아쉽다. 중반까지 노련하게 이끌어갔지만, 사족이 늘어나면서 힘이 빠진다. 또 어딘가 모르게 어색함도 엿보였다. 다른 배우들은 맡은 바 충실히 소화하지만 캐릭터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다.
한때 관객들 사이에선 '하정우가 개고생하는 영화는 흥행한다'는 말이 있다. 아쉽게도 '하이재킹'에서는 그 말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