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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l 29. 2024

매콤한 자기반성, 유쾌한 송별회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리뷰

"내가 구세주구나. 내가 마블의 예수님이었어(I am the Messiah. I am Marvel Jesus)."


현시점에서 무너져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구원할 구세주는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이었다. 아무도 하지 못한 MCU의 자가당착을 이번 편을 통해 신랄하게 지적했고, 거침없는 19금 드립과 '똘끼'로 승화해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MCU에서 가장 시끄러운 히어로와 가장 과묵한 뮤턴트가 함께 나오는 '데드풀과 울버린'. 이미 우리의 울버린(휴 잭맨)은 7년 전 영화 '로건'을 통해 아름답게 퇴장했기에 이를 어떻게 재등장시키려고 할까 반신반의했다. 영화 시작부터 생각지도 못한 '파묘'(?)와 함께 엔싱크의 'Bye Bye Bye'에 맞춰 지저분하게 포문을 열어젖히며 데드풀다운 매력을 뽐낸다.


히어로 생활에서 은퇴한 후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던 데드풀이 예상치 못한 거대한 위기를 맞아 모든 면에서 상극인 울버린을 찾아가는 이야기지만, 사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어른들의 사정(?)에 대한 스토리가 녹아있다. 5년 전 마블 스튜디오를 소유한 월트디즈니컴퍼니가 20세기폭스를 인수하면서 '엑스맨'부터 '데드풀2'까지 수많은 IP를 얻게 돼 MCU 세계관을 확장할 기회를 가졌고, 실제 '더 마블스'의 쿠키영상에서 어벤져스와 엑스맨이 하나로 합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데드풀은 영화 외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인 뒤, 제4의 벽을 허무는 특유의 코미디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어벤져스에 합류하길 애원한다던지 폭스를 떠나 디즈니랜드로 갈 거라며 욕설을 내뱉고, 붕괴된 20세기폭스 로고 앞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사하는 점 등등이 그렇다. 이전 시리즈에서 단순히 장난쳤던 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유머를 구사한다.



그러면서 MCU의 실수를 매콤한 맛으로 반성한다. '로키' 시리즈를 통해 처음 등장한 TVA(시간관리국)가 '엔드 게임' 이후 MCU의 핵심 콘셉트인 멀티버스를 대변하고, 새 우주를 창조하고 사라지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이들이 이번 작품에서 탐욕과 무능으로 전 우주를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점은 최근 마블 스튜디오가 무리하게 멀티버스 콘셉트를 내세웠다가 관객들에게 외면받으면서 추락하고 있는 현 실태를 풍자한다. 이렇게 러닝타임 내내 대놓고 멀티버스를 비난하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이와 함께 데드풀, 울버린의 '혐관 서사'를 통해 '낙오자들의 여정'을 그린다. 어벤져스에 합류하지 못해 좌절감으로 가득한 데드풀과 술독에 빠져 사는 울버린, 각 평행세계에서 버림받고 쓸모없는 존재들이 가는 폐기처리장 격인 보이드에 당도해 자신들의 운명과 비슷한 이들을 만나 2군 리그를 형성한다. 캡틴 아메리카가 아닌 '판타스틱4'의 휴먼 토치(크리스 에반스)나 엘렉트라(제니퍼 가너),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 갬빗(채닝 테이텀) 등 MCU의 아픈 손가락들이 뭉쳐 빌런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에 맞서 세계 종말을 막는다.


어벤져스처럼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데드풀이 어벤져스 같은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꿈꿨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처럼 완전히 망해 버린 영화도 많지만, 이들은 누군가에게 여전히 영웅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진 못했지만, 모두 중요한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많은 인원이 참여해 일궈낸 결과물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 지점을 건드리면서 뭉클하게 만든다. 동시에 '엑스맨' 시리즈를 중심으로 20세기폭스가 제작한 MCU를 향한 유쾌한 송별회를 전하기도 한다.


물론 '엑스맨' 시리즈를 포함해 20세기폭스에서 만든 MCU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데드풀과 울버린 두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다면 영화를 관람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어 페이즈 4 이후 MCU 영화들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데드풀이 MCU의 유일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슈퍼히어로라는 걸 최대한 활용한 액션을 구사한다. '데드풀2'가 재생 능력 외에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지 않은 데드풀 액션의 한계를 보여줬다면, 이번 편에선 '최고의 엑스맨' 울버린을 등장시켜 더 현란하고 더 잔혹한 액션으로 이 시리즈의 한계를 넘어선다. 단순히 화려하고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상극인 두 캐릭터가 티격태격하며 호흡을 맞춰 가는 과정에 액션을 입혀 퀄리티가 매우 높다. 이는 '엑스맨' 시리즈 팬들을 향한 팬서비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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