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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럽여관 Sep 12. 2023

[스타트업 저널#7] 위워크의 파산 위기를 보며

기업의 목적, 이윤 추구가 전부는 아니지만

※ 본 글은 위워크 케이스스터디가 아닙니다. 비즈니스로서 위워크를 자세히 파고드는 글이 아닌, 위워크의 현재를 보며 떠오르는 바를 글로 적어본 에세이입니다. 위워크의 성공과 몰락을 다룬 정보성 글은 구글에 검색하면 많이 나오니 그쪽에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위워크(WeWork)는 2010년 창업자 아담 뉴먼(Adam Neumann)과 미겔 맥캘비(Miguel McKelvey)가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이다. 창업 스토리는 오늘 글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니 패스하고, 2018년 기업 가치 470억 미국 달러(2023년 9월 기준, 한화 약 62조 원)까지 평가받던 위워크가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린다. 위워크의 명성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겐 놀라운 뉴스겠으나, 쭉 위워크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던 사람들에게 이 소식은 얼마간 예상했던 일이라고.

©syrupinn

미시간 대학교 스티븐 M. 로스 경영대학원의 교수 에릭 고든(Eric Gordon)은 위워크의 코어 비즈니스 모델이 '사무실 공간 임대'라고 말한다. 빈 곳에 빈백 의자나 생맥주를 따라 마실 서비스를 넣기는 했어도,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라는 것. 지나고 보니 새로울 게 없다는, 지극히 결과론적인 판단 같기도 하다. 아마 위워크가 성공했다면, 대단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었음에도 성공했다는 또 다른 성공 매뉴얼의 일부가 되지 않았을까. (Who knows?)


그렇다면, 위워크가 한창 떠오르던 시절, 위워크에 투자한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 고든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에 "위워크는 스스로 다음에 오는 거대한 것(the next big thing)이라는 아우라를 만들어 내는 일에 능했다. 하지만, 재정적으로는 한 번도 성공적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위워크 창업자 아담 뉴먼은 자기들이 벌이는 일이 엄청난 일이라는 "느낌"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데 능했던 사람, 즉, 뛰어난 달변가였다. 


이걸 비난할 순 없다. 내가 하려는 일의 가치를 '투자가가 믿게 만드는 것'은 실체 없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이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일을 시작하는 방법이다. 어떤 느낌이든 전달하고 싶은 것을 전달되게 할 수 있다면 그건 능력이 맞다. 세상엔, 부족한 설득력으로 빛을 보지 못하는 아이디어도 많으니까. 하지만, 달변가와 사기꾼의 차이는 묘한 것. 그가 얼마나 실체 없는 허풍꾼이었는지, 투자자를 포함한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그의 달변에 어떻게 놀아났는지를 훑다 보면 기시감을 떨치기 어렵다.


(참고로, 2021년 코엑스에서 열렸던 스타트업 박람회 같은 것에 참여했다가 위워크 부스에서 일일 이용권을 받아 사용했던 적이 있다. 당시 사용하고 있던 공유오피스(정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스파크플러스에서 지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어떤 사무실로 이사할지 동업자와 고민하던 차였기에, 진지하게 체험해 보자고 결의씩이나 다졌더랬다. 광화문 근처에 있는 지점을 이용했었는데, 반나절 만에 동업자와 '위워크 별로네'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계약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렇다 할 직원의 안내나 설명이 없었고(일하는 스태프들의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몹시 낮았다, 계약하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느낌), 힙한 공유오피스 이미지의 상징 같았던 생맥주탭 등은 코로나19로 모두 이용이 중단된 상태라 반쯤 죽은 사무 공간의 느낌이 있었다. 전반적인 관리 상태에도 실망해, "이게 그 유명한 위워크라고?"를 서로 몇 번이나 물었다.)


다시 돌아가서,  재정적인 실체, 그러니까 이윤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없지만, 뭔가 될 것 같기도 한 상태! 


익숙하지 않은가? 스타트업 그 자체다. 위워크의 뜨고 지는 모습에 관한 기사를 찾아 읽으며, 내가 창업했을 때, 투자금에 의존하는 시장 구조에 부정적이었던 감각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가장 최근 몸담았던 스타트업, 아직 지출을 커버할 만한 이윤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몹시 콧대 높았던 상태의 회사도 자연히 떠올랐다. '우린 끝내 큰돈을 벌 거라는 믿음'은 스타트업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지만, 잠재적 위험을 가리는 눈가리개가 되기도 한다. 무서운 건, 그 순간엔 내가 선 길이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 위워크도, 아담 뉴먼도, 많은 위워크 직원들도, 결국엔 회사가 큰돈을 벌 거라고 믿었을 것, 아니 바랐을 것이다. 다만 그 바람에 취한 나머지, 회사의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고, 고객의 걸음이 뜸해지고,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걸, 애써 못 본 척하거나 봐도 믿지 않는 걸 선택하지 않았을까. 


기업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가치관마다 제각각 다른 결의 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편적으로 뚝 잘라 돈을 버는 것,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 등 하나만 꼽을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난 여전히 '기업'이라는 단어가 유효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 '자생할 만큼의 돈을 버는 힘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당장 투자금을 회수하지는 못해도, 돈을 모아뒀다가 추가로 투자할 여력까지는 갖추지 못해도, 한 달의 지출을 한 달의 수입이 또는 한 해의 지출을 한 해의 수입이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시점은 가능하면, 시작부터. 돈이 벌리기는 하는데, 일 년이 지나도 수입이 지출을 커버하지 못하거나 수입이 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시장이 알아봐 주겠지' 하고 하던 일을 계속할 게 아니라, 어떻게 변화를 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아 물론, 돈이 충분히 많아서 취미로 대표 놀이하려고 차린 회사라든지, 혼자서 이리저리 시도하는 데서 의미를 찾는 1인 회사 등은 논외다.)


전에도 비슷한 온도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시장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지출(사무실 임대료부터 인적 자원까지 등)보다 적은 가치를 벌어들이고 있다면,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적어도 현재로서는,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의 비즈니스가 현재 겉보기에 아무리 근사하게 브랜딩 되어 있어도, 제아무리 미디어와 업계 관계자가 주목하는 상품/서비스라도 말이다. 똑같은 데이터를 보고 좋게도(우리에겐 초기부터 함께한, 떠나지 않는 충성 고객이 있어!), 나쁘게도(초기에 유입된 몇 고객을 제외하고는 고객 이탈률이 너무 높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생존하는 회사와 실패하는 회사 사이의 차이는 현상을 해석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데에서 생기는지도 모른다. 


위워크 몰락의 원인으로 언급되는 '아담 뉴먼의 방만 경영, 도덕적 해이, 어처구니없는 기업 지배구조, 외부 환경 변화'는 그 규모에만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가, 대표가, 경영자가 부단히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새삼, 정말 새삼 했다.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 연결된 실패의 원인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것을 만들어서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은 능력이 맞지만, 진짜 그럴듯한 것을 만들어서 고객이 사게 만드는 것. 사업의 본질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난 브랜딩을 좋아하고, 브랜딩이 잘 된 브랜드 디깅도 사랑하고, 비즈니스에서 브랜딩의 중요성을 높게 판단하지만, 브랜드의 껍질을 매끄럽게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느라 정작 챙겨야 할 다른 것들은 놓치고 있지 않은지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 즉, 내가 만드는 서비스/상품/사업의 알몸을 기꺼이 직시하는 일은 대표라면, 어려워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 것 같다. 



※ 사족: 이렇게 죽 적고 보니, 내가 뭐라고 이런 글을 쓰나 싶은 생각도 든다. 난 더는 스타트업 대표도 아니고 직원도 아니니까. 하지만 동시에 바로 이 문제(사업의 본질을 잊고, 투자금으로 '있어 보이는 일'을 벌리는 것에 만족하는(그리고 그것을 찬미하는) 시장의 분위기)가 내가 스타트업 씬에서 한 발을 빼기로 결심한 이유라, 한 번쯤 사견을 남기는 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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