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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미 Dec 04. 2023

진정한 리더는 포용한다 <대부>1,2

대부 1(1972), 대부 2(1974)

*스포일러 있을 수 있음


그 유명한 대부 시리즈. 친구 추천으로 이제야 봤다.

<이서진의 뉴욕뉴욕>에서 나영석 PD가 '10시간 밖에 테레비를 볼 수 없다면 뭘 봐야 하냐?'라고 물었을 때 이서진이 '대부 1,2,3을 보라'라고 대답하기도 해서 더 궁금했다.

출처: 유튜브 ‘채널십오야’

대부 1은 돈 꼴리오네 가문을 소개하는 프롤로그 같은 느낌이었고, 대부 2가 더 흥미로웠다.


2편의 핵심은 아버지(비토 역 / 성인: 말론 브란도, 청년: 로버트 드 니로)와 아들(마이클 역 / 알 파치노)의 상반된 리더십이다. 아버지가 어떻게 맨 땅에서 이탈리아 최고 마피아가 되었는지와 아버지 사후 아들이 어떻게 가문을 이끌어가는지를 교차 편집으로 보여준다.


출처: 왓챠피디아


닮은 듯 너무도 달랐던 비토와 마이클의 리더십

시실리에서 이민온 뒤 정치권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거물로 자리 잡은 돈 비토 꼴레오네. 그는 갖가지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며 '대부'라 불린다.


비토는 그런 사람이다.


상대를 꿰뚫는 예리한 판단력과 대담한 사업 확장력, 매서운 카리스마를 지녔지만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다. 가족이 그에게 무엇보다 소중하고, 신뢰를 보여준 부하는 끝까지 안고 간다. 주변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을 줄 안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라이벌 패밀리라도 평화 협정을 맺으면 약속대로 복수하지 않는다.


외압으로 청년 비토를 해고해야 했던 빵집 사장이 끝까지 그를 챙겨주는 장면
아내 친구의 어려운 상황을 지나치지 않고 도와주는 청년 비토

한 마디로 무섭지만 인간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다. 노련한 무게감 속 따뜻한 가슴을 가졌다고 해야 할까? 자연스레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반면 가족 사업과 상관없이 대학에 진학한 뒤 인텔리로 지내던 막내아들 마이클. 원래 연인에게 다정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순수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형의 죽음 후 갑작스레 후계자 자리에 오르며 대부 2가 시작된다.

상대를 주무르며 협상할 줄 알던 아버지와 달리, 그는 방해꾼을 모두 제거해 버리는 피의 수장이 되어 간다. 상대적으로 내공이 부족했던 그가 아버지가 일궈놓은 자리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을 거다.

나름대로 전략을 펼치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마이클은 확실히 깊이가 부족했다.

백 년 묵은 능구렁이 같은 하이먼 로스와 사업 상 독대한 마이클.

하이먼 로스는 돈이 준비됐는지가 중요하고 마이클은 이전에 있었던 팬틴젤리 암살 시도가 누구의 짓인지 먼저 확인하고 싶다. 마이클은 분명 하이먼 로스의 지시였을거라 짐작하고 떠보려 한다.

마이클의 의도를 눈치챈 하이먼 로스.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대신 한 일화를 들려주는데.

4분 남짓한 시간만에 마이클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어버리는 아래 대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듣다 보면 말려드는 그의 대화 스킬을 살펴보자.

(참고로 <대부 1>에서 마이클은 라스베이거스 호텔 사업을 크게 하던 '모 그린'을 총으로 쏴 죽였음)


내가 알고 지내던 동생이 하나 있었네. 둘이 함께 컸지. 날 잘 따르던 친구였어. 일도 처음부터 같이 했고. 길거리에서 잔뼈가 굵었지. 벌이도 쏠쏠했어. 금주령 때는 캐나다로 당밀을 날라서 큰돈을 벌었네. 자네 부친도 마찬가지고. 다른 그 누구보다도 난 그 친구를 믿고 사랑했지.

나중에 그 친구가 사막에다 서부로 가는 군인들이 놀다 갈만한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을 품었다네. 녀석 이름은 '모 그린'이었네. 그 친구가 세운 도시가 라스베이거스야. 정말 대단하지 않나? 그 비전과 배짱이 놀랍지 않느냔 말일세. 그런데 정작 그 도시에 그 친구를 기리는 동상 하나 없으니, 원.

누군가가 눈에 총알을 박았거든.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는 아무도 몰라.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별로 화가 나지 않더군. '모'가 고집이 세고 무모한 말도 잘하는 걸 알았으니까. 그래서 그 친구가 죽었을 때도 그러려니 하고 넘겼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했어.

‘우리가 선택한 사업이 바로 이런 거다’.

누가 지시했는지 난 묻지도 않았어. 사업과 무관한 일이니까.

자네 방에 있는 그 2백만 달러 말일세.... 눈 좀 붙이러 가야겠네. 일어났을 때 탁자에 돈이 있으면 동업자가 있는 걸로 알겠고, 없으면 인연이 끊어진 줄 알겠네.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마라, 하는 협박을 아주 우아하게 하고 가버렸다. 마이클도 본인이 저지른 일이 있어 더는 토를 달지 못했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은 자신의 사업을 합법적인 선에 올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버거웠던 모양이다. 대부 1에서 해맑게 웃던 청년 마이클은 대부 2에서 점점 표정이 없어진다. 냉혈한 같은 그의 리더십은 사방을 적으로 만든다. 그의 형제자매와 아내까지 떠나보낸다.

파탄난 마이클의 가정. 아내는 이제 그에게 치를 떤다.
반면 과거 따뜻했던 비토 옆에는 항상 단란한 가족이 함께했다.
늘 마이클의 옆에 있던 변호인 톰의 불평(좌)과  배신한 형을 총살하라는 마이클의 명령(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을 시작한 아버지와 일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잃은 아들.


역시 정치적으로 롱런하기 위해선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아군은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두라”던 아버지 비토의 말처럼. 마이클은 너무 조급했다.  


하지만 맨 땅에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사업을 만들어 간 비토와 이미 거물이 되어 노리는 사람이 많은 사업을 지켜야 하는 마이클의 입장 차이도 분명 있었으리라.


아버지의 그림자와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했던 그의 마음이 너무도 이해됐기 때문에 안타까울 뿐이었다.


가업을 잇는 아버지와 아들의 상반된 철학, 그로 인한 나비효과를 보고 있자니 우연찮게 요즘 보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이 떠올랐다. 선왕들은 대부분 자신이 겪은 사회를 기준으로 자식들을 교육했기 때문에 정작 자식들은 새로운 위험 앞에서 우왕좌왕했다. 그런가 하면 현대의 세습과 경영권 다툼을 다룬 <석세션>도 생각났다. 안정적인 경영을 해온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직 영글지 못한 세 남매가 피 튀기게 정치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아주 볼만했던 기억이다. 마피아, 왕조, 기업, 정부, 배경이 뭐든 간에 뚜렷한 색깔이 있는 캐릭터들의 정치 드라마는 참 매력 있는 장르다.



사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캐릭터 설정이 생생하고 입체적이긴 하지만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 늘어진다고 생각했다. 일단 한 편당 3시간이라는 시간 압박이 너무 컸다. 1편은 20분 정도로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하지? + 2편은 왜 굳이 교차편집을 하면서 두 사람의 일대기를 다 보여주는 거지? 싶었다. 인물이 너무 많이 나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전개 방식은 아니어서 내용을 따라가기가 힘든 면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는 뜯어볼수록 진가가 느껴지는 영화인 것 같다. 마치 평양냉면처럼!


혼자 영화를 해석하기엔 능력이 부족해서, 다양한 설명을 다 읽고 다시 보면 와 이게 그런 의미였구나! 하면서 빠져든다. 개인적으로 직관적이고 쉬운 스토리를 좋아하지만 이런 영화를 공부해 가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인 것 같다.



기억에 남았던 장면들


1. 공부를 잘하는 막내만큼은 양지의 거물로 키우고 싶었던 마피아 대부, 아버지의 마음.


2. 마지막까지도 예리했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딱 들어맞았던 예언


3. 꼴리오네 패밀리 중 하나였던 팬틴젤리. 그에게 자살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로마 제국 방식에 비유해 돌려 말한다 (좋은 이야기는 비유로 깨닫게 하는 방식이 참 많다)


4. 마이클이 어려웠던 어린 아들이 남긴 따스한 그림.

그러나 그 마저도 라이벌의 계산이었을까? 마이클이 그림에 체크하러 책상 쪽으로 움직이는 순간, 잠에서 깬 아내가 커튼이 열려 있는 비일상적인 상황을 포착한다. 분위기는 삽시간에 뒤바뀐다.


5. 과거. 가족 모두가 귀가한 아버지 비토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러 나간다. 마이클은 왜인지 혼자 식탁을 지킨다. 그가 맞게 될 미래에 대한 암시였을까?


6. 그 밖에 색이나 배치가 인상적이었던 장면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르게 다가올 것 같은 영화 <대부> 1, 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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