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것에 대한 고찰, 그리고 벡터

by Taeho Keem

많은 사람들이 결혼한다. 요즘 그 숫자는 줄어든다고는 하는데 이게 혼인신고를 해서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숫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그닥 줄어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왜냐하면, 혼인신고는 하지 않아도 양가 부모님 허락받고 떳떳이(?) 같이 사는 커플들을 유투브를 통해서나 셀럽들의 사생활 가십뉴스를 통해서나 가까운 지인들을 통해서도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 이게 뭐지?? 결혼식을 해야 결혼하는 건가? 혼인신고를 해야 결혼하는 건가? 아기를 낳기 위한 합법적 수단인가? 뭐지.... 개념이 흔들리고 헷갈리고 있는 요즘인 건 확실한 거 같다. 이미 서구에서는 기존 통념의 결혼이라는 '제도'는 실패했다고 선언하는 사회학자도 있나보다.

​결혼.. 확실한 건 두 사람이 같이 사는 걸 전제한다. 같이 살기만 하는 것을 결혼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빠진 것이 있는 듯 하다. 같이 살기로 한 두사람은 같이 살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같은 단어지만 두 사람에게는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단어에 대한 심각한(?) 토론과 그것을 통한 방향의 합의. 그 중에 몇가지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본 바를 적어본다.

'행복'
결혼할 때 대개 "우리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자" 라고 일반적으로 얘기한다. 여기서 두 사람 모두 '행복'이란 단어는 같이 쓰지만, 이게 정말 두 사람은 같은 뜻으로 얘기한 걸까? 99.99%는 다르다고 나는 장담한다. 만약 0.01% 같더라도 이걸 입밖으로 얘기하고 서로 듣고 확인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지 상대방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지. 다르다면 무엇이 다르고 이게 적어도 같은 방향으로 갈 수는 있는 건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때로는 나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아직 생각해 보지 않은 채 막연히 결혼하면 행복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결혼하자고 하는 경우도 분명있을 것이다. 하긴, 죽을 때까지 뭐가 나에게 행복인 건지 모르고 죽는 일도 허다할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답을 몰라도 생각해 본 것과 아닌 것은 천지차이인거다.

'출산과 양육계획'
결혼 속 행복이라는 말 속에 포함되는 것 중 또하나 중요한 건 '출산계획'일 거다. 언제 아이를 가질 것인지, 몇을 가질 것인지 등. 이것까지는 좋다. 대부분 한다고 치자. (물론 안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아이의 양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두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구체화하고 싶은 아이에 대한 교육관. 반드시 결혼 전 얘기해야 한다. 아니, 결혼 전에는 둘 만의 알콩달콩 사랑 얘기에 바빠서 못했다면 결혼 후 출산 계획을 할 때는 반드시 해야 할 얘기다. 이거 생각보다 무지하게 중요하다. 나와 내 배우자의 다른 교육관때문에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건 두 사람의 자녀다.

​'일반적 가치관'

서로의 관심사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돈', '부모님에 대한 본인의 태도', '사회', '정치' 등등의 세상에 대한 가치관은 적어도 20 여년 간을 다른 환경과 그 속에서의 다른 학습을 통해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라서 같은 게 있는 게 신기할 정도인 거다. 사안이 생길 때마다 하나하나 다 짚고 넘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테지만 적어도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아는 것은 너무 중요한 거다.

물리를 배운 사람들은 벡터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거다. 어려운 거 아니다. 크기와 방향을 가지고 있는 물리량이다. 내가 사람을 이해하고자 도입한 개념이니 그냥 이렇게 이해하면 편할 거 같다. 사람의 생각은 각자 다른 크기(에너지)와 방향을 가지고 있다고.
서로 만나 사랑을 하고 같이 살기로 한 두 사람은 각각의 사안에 따라 다른 벡터를 각자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크기와 방향을 가지고 있는 거다. 두 사람이 만나 어느 사안이던지 얘기해 보면 이 두 벡터의 합의 방향과 크기를 알 수 있다. 기가막히게 서로 일치하는 사안이 있다면 그 벡터의 합은 그대로 합이 되고 더 시너지가 날 것이고, 어느 다른 방향을 다른 크기로 가지고 있다면 어딘가 서로가 원하지는 않았던 엉뚱한 방향의 크기와 방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서로 합의를 통해 방향도 크기도 조정해 갈 수도 있다. 조정에 따라 크기와 방향이 더 엉뚱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서로 180도 방향이 전혀 반대 방향이라면? 그리고 그 크기가 같다면? 합은 '0'이다. 둘다 만족하는 방향도, 크기도 없다. 난감하다. 방향은 정 반대인데 한쪽의 크기(에너지)가 크다면? 약간은 에너지가 큰 쪽으로 그 사안에 대해 의견이 가겠지만, 그 방향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은 원하는 만큼 에너지가 생기지 않아 불만이고 반대 방향을 가지고 있던 한 사람은 끌려가는 모양새니 좋을리 없다. 크기도 크기지만, 방향이 더 중요하다.
이 벡터 합은 어느 경우에도 다 설명가능하다. 적어도 이 시간 이 시점에서 내 생각엔.

결혼이라는 단어로 주저리주저리 썰을 풀게 되었지만, 꼭 한번은 풀어보고 싶었던 썰이다. 할 얘기가 더 생기면 이 포스트를 계속 업데이트 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