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으로 증명하는 컨설턴트

그레이 영역(Gray Zone)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컨설팅

by 심야서점

선을 긋는 사람, 문제를 푸는 사람


컨설턴트의 기본 중 기본은 '범위 관리(Scope Management)'입니다. 정해진 예산과 시간이라는 제약 속에서 약속한 결과를 내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프로의 당연한 수칙입니다. 범위를 넘어서는 일을 무조건 무료로 해주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라고 배우기도 하죠.


하지만 현장은 이론만큼 선명하지 않습니다.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계약서의 흰 종이와 검은 글자 사이,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른바 '그레이 영역(Gray Zone)'이 반드시 튀어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레이 영역, 방어와 공격의 갈림길


방어적으로 일하는 컨설턴트에게 이 그레이 영역은 '피해야 할 지뢰'입니다. "제 일이 아닙니다", "계약 범위 밖입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며 선 뒤로 물러납니다. 당장의 업무량은 조절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고객'은 소외되고 맙니다.


반면, 제가 인정하는 뛰어난 주니어 컨설턴트들은 이 영역에서 오히려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범위를 계약서가 아닌 '미션(Mission)'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내 업무 리스트에는 없었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들은 기꺼이 선을 넘어갑니다.


시니어가 빠지기 쉬운 '방어적 함정'


아이러니하게도 경험이 쌓일수록 우리는 더 방어적이 되곤 합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정 짓고, 정해진 루틴 안에서만 움직이려 합니다. "누군가 하겠지", "모른 척하자"는 생각이 스며드는 순간, 컨설턴트로서의 생명력은 시들기 시작합니다.


고객은 압니다. 이 사람이 단순히 시간당 단가를 채우기 위해 앉아 있는지, 아니면 진심으로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대가 없이 무조건 많은 일을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고통(Pain Point)을 공감하고, 그 해결을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파트너입니다.


미션이 범위를 결정한다


진정한 컨설턴트라면 그레이 영역이 나타났을 때 솔직하게 고객과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이 일은 현재 범위 밖이지만,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함께 방법을 찾아봅시다"라고 제안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범위 관리는 기계적인 산출물 관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객의 문제를 중심에 두면, 모호했던 영역들이 선명해집니다. 내 업무의 크기는 계약서의 두께가 아니라, 내가 완수하고자 하는 미션의 크기에 따라 결정됩니다.


결국 살아남는 컨설턴트는 '계약서'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읽는 사람입니다. 당신의 일은 지금 어디에 기준을 두고 있습니까?


#컨설팅 #범위관리 #프로페셔널리즘 #직장인성찰 #미션 #고객중심 #커리어 #주도성 #브런치에세이 #컨설턴트의삶

매거진의 이전글고객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것도 컨설턴트의 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