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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을 껴안아주기

그저 조금 불운했을 뿐

by 마케터TK

1.
회사에서 만났지만 학창 시절 친구들 못지않게 잘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엔 첫 직장에서 본 사람들이라 그런가 했는데 이직을 몇 번 하다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마음으로는 자주 연락하고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친 않다. 그래도 간간히라도 계속 연락이 닿고 오랜만에 봐도 시간의 공백을 금방 훌쩍 뛰어넘어 어색하지 않은 만남을 가진다. 이런 분들과는 평생 연락하면서 살고 지내지 않을까 싶다.


2.

최근에 몇 분과 만남을 가졌다. 한분과는 얼굴을 보지 못했던 시간이 5년 정도로 꽤 길었다. 만나서는 그동안 온라인을 통해 알던 근황 말고 좀 더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밀린 정보를 한동안 업데이트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재밌는 건 생각보다 같이 있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예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날 주로 한 이야기는 최근 만나지 못했던 기간 동안 서로에게 일어난 일들이 주재료였다.


3.

어쩌다 보니 살짝살짝 그 기간 동안 있었던 어려운 일, 힘들었던 일들을 털어놓게 되었다. 무척 자연스럽게 이야길 꺼내게 되었는데 같이 회사에 있었으면 그 상황이 더 공감되었을만한 이야기였다. 나라도 저 상황이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잘 극복하고 있는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괜찮다는 말로 수긍하기엔 그 감정적인 깊이가 얕아 보이지 않았다.


4.

개인적인 불운. 이걸 껴안아줄 사람이 점점 적어진다. 결국 한 개인에게 생긴 문제이다 보니 본인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어디에 하소연하면 할수록 남는 공허함,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스스로 달래는 수밖에. 그러나 대부분 현재를 기준으로 지나치게 분석적이고 비판하는 게 익숙하다. 본인 스스로 그런 생각이 들었든, 누군가가 그렇게 이야길 하든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다. 사실 조금만 지나서 보면 그저 조금 불운해서 생긴 결과였을 뿐이다.


5.

모인 사람들을 배웅하면서 오늘 들었던 개인의 불운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오랜만에 만나 서로 불운했던 이야길 털어놓고 마음이 좀 가벼워졌으며, 그 가벼움의 무게를 기억하며 또 다음번 만남을 기약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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