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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우월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by 김태라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로 우월감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월감이 없다면 열등감 또한 없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우월감의 허구성은 매우 단순하고 명료하게 밝혀진다. 이를 논하기에 앞서, 우월감의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보자.


우월감(優越感): 남보다 낫다고 여기는 생각이나 느낌. [반의어: 열등감]


그런데 잘 생각해 보자. 자신이 ‘남보다 낫다’고 여기려면 일단 무엇이 전제돼야 하는가? 나와 남이 <비교 가능한 대상>임이 전제되어야 한다. 남이란 글자 그대로 ‘나 아닌 존재’를 뜻한다. 즉, 우열의 심리란 ‘나’와 ‘나 아닌 자’를 비교하는 마음이며, 그 결과 ‘나’의 잘남이 인식되면 우월감을, ‘나 아닌 자’의 잘남이 인식되면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나’와 ‘나 아닌 자’는 개념상 명백히 ‘다른’ 존재인데, 그 다른 둘을 <비교>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와 나 아닌 것의 <근본적 동일성>이 전제됐음을 뜻한다. ‘근본부터 다른’ 두 대상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령 인간이 개미보다 몸집이 크다는 사실에 대해 개미에게 ‘우월감’을 느끼지 않는다. 외계인이 그 행성의 화폐를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인간은 외계인에게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인간은 개미나 외계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열의 심리를 느낀다는 건, 근본에서 나와 남의 같음(대등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고로 이러한 원천적 동일성(대등성) 위에서 높고 낮음을 견주고 이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는다는 건 그저 ‘재미’일 뿐인 것이다. 어린아이가 소꿉놀이하는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처가 중생보다 먼저 깨어나 중생에게 ‘우월감’을 느낀다면 이 얼마나 귀엽고도 자비로운 마음인가. 중생을 진정 자신과 ‘동일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나와 남을 비교하는 심리보다 아예 비교하지 않는 마음이 오히려 더 냉정하고 비인간적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열의 ‘차이’는 ‘차이 없음’에 근거하기에 우월감은 실질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다. 우와 열은 사실상 실체가 없는 개념이며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거리낌 없이 자기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마음껏 우월감을 가져도 된다. 이는 타인을 그만큼 자신과 같은 존재로 여긴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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