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철학> 4주차. 2025. 9. 26.
-10월 3일 개천절공휴일(5주차) → 온라인 수업
-10월 10일 개교기념일 (6주차) → 온라인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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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 엄수, 스마트클래스 공지사항 참고
플라톤은 인간의 욕망을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는 운동”으로 정의한 바 있다. 결핍은 생존의 동력이 되는 한편 존재를 외적인 것에 종속시키는 원인이 된다. 재물, 명예, 권력, 관계 등의 외적 대상은 내면의 결핍을 채우는 수단이 되지만, 이의 추구가 끝없는 욕망과 불만을 일으킨다는 점을 많은 철학자들이 지적한 바 있다.
에고(ego)는 근원 에너지와 분리되어 결핍과 두려움에 지배되기에 돈, 명성, 타인의 인정 등의 외적인 것을 얻는 일을 지상의 목적으로 여긴다. 따라서 인간의 의식이 깨어나 에고적 존재성을 탈피하면 자연히 외부에 의존된 내면 상태를 ‘행복’으로 여기지 않게 된다. 이렇게 외적 예속성에서 벗어난 행복관 중 하나를 스토아 철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토아 사상은 외적 조건이나 사건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성, 즉 ‘아파테이아(apatheia)’를 최고의 덕목으로 제시한다. ‘부동심’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단순한 무감정이나 정념의 억압이 아니라, 우주적 로고스(Logos)와 합치된 정신에서 비롯된 내적 평정을 뜻한다. 즉, 아파테이아란 자족적 의식을 통해 얻어지는 내적 충만을 의미하며 외부 조건에 대한 독립성을 전제로 한다.
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는 “행복은 외부에 있지 않으며 오직 자기 안에서 발견된다”고 했다. 에픽테토스의 경구 또한 스토아 사상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사건은 인간을 괴롭히지 않는다. 사건에 대한 판단이 우리를 괴롭힐 뿐이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우주의 법칙에 따라 살면 충만하게 존재할 것”이라 했는데, 이 또한 스토아 사상이 대우주와 소우주의 합일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족적 존재 양식임을 시사한다.
한편, 동양의 도가 등의 전통에서 발견되는 ‘기식(氣食)’은 물질적 음식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생명의 근원 에너지인 기(氣, prana)를 통해 존재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기식의 실천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환이 아니라 결핍의 존재성을 탈피해 근원적 생명력과 합일되는 존재론적 전환이다. 도가에서는 예로부터 ‘벽곡’이라 하여 일정 기간 음식을 먹지 않는 수행을 해왔으며, 중국 고대의 『대대례기』에서는 “기(氣)를 복식하는 자는 신이 밝아져 장수하고, 먹지 않는 자는 신이 죽지 않는다” 하였다.
아파테이아와 기식은 공통적으로 결핍과 욕망의 초월을 통한 자족적 존재성을 지향한다. 아파테이아는 기식의 원인이자 결과인 ‘에너지 자급자족’과 연관된다. 존재의 근원과의 연결(에너지 자급자족)을 통해 아파테이아는 심리적 결핍을 초월하고 기식은 생리적 결핍을 초월한다. 두 경우 모두 인간은 외부 공급이 아니라 로고스 혹은 프라나 같은 근원적 원리로부터 존재하며, 이러한 우주적 원리와 합일된 “위로부터의” 삶의 방식을 통해 대자유에 이른다.
아파테이아와 기식의 결합을 통해 사유할 수 있는 존재는 ‘스토아적 기식가(氣食家)’이다. 그는 정신과 육체, 전(全) 존재 차원에서 자기를 실현한 자유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존재를 철학적 분과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존재론: 자족하는 존재, 자존의 전인.
-인식론: 욕망 없이 세계를 지각하는 자.
-윤리학: 소비하지 않고 피해 주지 않는 인간.
-형이상학: 신성·로고스·프라나와 합일된 생명.
-미래학: 진화한 신인류, 포스트휴먼의 원형.
이러한 스토아적 기식가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의 원형이 된다. 외적 조건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와의 합일 속에서 자족하는 인간, 결핍의 존재성을 벗어나 근원 에너지를 통해 대자유를 얻은 자족적 전인(全人)은 이미 존재하며, “영혼만 있으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스토아의 행복관처럼 영혼(신성)을 가진 모든 이에게 그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단순한 개인적 수행의 차원을 넘어 인류의 진화 및 문명적 전환의 가능성을 담보한다. 이러한 사유 및 수행을 통해 욕망에 기초한 착취적 소비 문명을 넘어, 자족과 합일에 근거한 상생적 문명의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인류는 기존의 인간적 한계를 넘어선 포스트휴먼, 즉 우주적 생명 흐름과 일체된 자족적 전인으로 재탄생한다.
<오늘의 논제>
최다은: 외부의 불행요소에 좌지우지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외에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