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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les Aug 18. 2016

여행의 목적 혹은 과정

지난 여행의 목적은 무엇이었습니까? 이 질문에 독자 여러분의 대답은 무엇인가요? 저의 첫 번째 여행의 목적은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겠다는 것,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겠다는 것 같습니다. 흡사 개척자의 정신이었죠. 처음 배낭여행을 준비하면서 ‘이것만은’ 기필코 보고 오겠다며 리스트도 작성했고, 몇 번씩이나 가이드북을 읽어보았습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차곡차곡 계획을 짠 것이죠. 그런데, 여행의 시작부터 희한한 경험을 합니다. 출국을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도중, 차창 밖으로 보이던 공항로 주변의 풍경이 이전과는 좀 달랐던 것이죠. 뜨거운 여름 햇살을 맞아 빛나던 도로변의 낮은 건물들이 왜 이리 낯설던지요. 그것들은 마치 저 멀리 또 다른 세상에서 온듯했습니다. 가로수와 보도블록조차 현실적이지 않았어요. 왠지 붕 떠 있는 듯했지요. 창밖 풍경은 누군가의 앨범 속 사진처럼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매혹적이던지, 저는 넋을 놓고 거리를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허리띠를 방에 두고 와서 바지가 주춤주춤 흘러내리고 있다는 사실도 공항에 와서야 눈치챘을 정도였어요. 여하튼 저는 비행기를 탔고, 목적대로 보고 싶은 것들을 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참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때 공항로에서 바라보던 풍경이 낯설었던 이유를요. 집을 떠나던 순간부터 저는 이미 여행이 선사하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 들어선 것입니다.

때로 여행의 과정은 목적을 잊어버리게 할 만큼 강렬합니다. 혹은 여행의 과정은 목적보다 더 순수할 수 있습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걷던 순례자는 집의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순례가 시작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들에게 순례길은 A 지점에서 시작해 B 지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어요. 자기 앞에서 시작해서 B 지점에서 끝나는 것이었죠. 1,000명의 순례자가 있으면, 1,000가지의 순례길이 존재했습니다. 즉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 도착하겠다는 목적보다 자신만의 순례길을 걷는다는 사실이 중요했죠. 걸으며 경험하는 모든 순간은 순례입니다. 지구를 순례하는 여행자에게도 그렇지 않을까요? 아무리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해도, 돌아오고 난 후에는 지나온 여행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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