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에 서 있는 가
우리는 종종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인생의 방향과 목적을 찾으려 애쓰면서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유를 묻는 동안 정작 놓치고 있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지금 내가 딛고 있는 자리는 과연 내가 선택한 자리인가, 아니면 오래전부터 습관처럼 서 있던 자리인가.
존재의 무게는 이유에서 오지 않을 때가 많다. 위치에서 온다. 늘 책임의 중앙에 서 있는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무겁다. 누구도 명확히 강요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모든 균형을 떠받치고 있다. 가족 안에서, 관계 안에서, 일터 안에서 늘 중간에 서서 정리하고 이해하고 감당하는 사람이 있다.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해결책을 고민하고, 갈등이 생기면 제일 먼저 자신의 태도를 돌아본다. 그 자리는 성숙해 보이지만 동시에 소진을 낳는다.
늘 이해하는 쪽에 서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뒤로 밀어둔다. 갈등이 생기면 먼저 자신을 접는다. “내가 예민했나?”, “내가 더 참으면 되지.”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면, 당신은 이미 이해하는 위치에 오래 서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자리는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자신을 지키는 데는 서툴다.
늘 혼자 버티는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은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부탁하기 전에 스스로 해내려 하고, 힘들어도 괜찮다고 말하며, 약해 보이는 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 자리는 익숙하지만 편안하지는 않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늘 혼자 서 있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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