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관계를 살고 있지 않았다

by 태연

우리는 종종 관계를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이만큼 열면, 상대도 비슷한 결로 열려 있을 거라고. 그래서 마음을 주는 일은 자연스럽고, 되돌아오는 것 또한 자연스러울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어떤 사람에게 관계는 서로가 오가는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는 “우리”이고, 어떤 사람에게 관계는 각자의 세계를 유지한 채 필요할 때만 닿는 관계일 뿐이다. 문제는 이 차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는 대개 나의 방식을 기준으로, 상대도 그럴 것이라 전제한다. 그래서 한쪽은 더 많이 열고, 한쪽은 그만큼 열지 않은 채 머무른다. 그 차이는 바로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반복될수록 관계는 서서히 어긋난다.




우리는 그 어긋남을 상대의 부족함이나 나의 잘못으로 해석하기 쉽다. 조금 더 이해했어야 했나, 내가 너무 많이 준 건 아니었나, 혹은 왜 저 사람은 저만큼밖에 하지 않는 걸까. 하지만 그것은 잘못이 아니라 차이다. 나는 관계를 “우리”로 보았고, 상대는 각자의 세계를 구분한 채 그 바깥에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관계의 기준과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더 많이 주었고, 상대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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